심리학 이론이 우리 마음의 문제를 얼마나 명쾌하게 설명할 수 있을까? 모든 사람의 생김새가 다르고 성격이 다르듯, 호소하는 마음의 문제가 같더라도 처한 상황과 관계에 따라 해결책은 개인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경우의 수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의도와 다르게 역효과를 불러올 때가 있다. 이것이 바로 심리학이 가지는 '역설'이다.
강현식 저자의 『심리학의 역설』은 우리가 상식처럼 알고 있던 심리학의 본질부터 실제로는 오해하고 있던 심리학까지 총 9가지의 심리학의 역설을 소개한다.
그동안 심리학을 주제로 다양한 책들을 출간하셨는데, 이번에 '심리학의 역설'에 주목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심리와 관련된 책이나 강의를 접하면 인간의 마음과 관계를 분명하게 이해하고 통제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착각을 하게 됩니다. 행복해지려면 감사 일기를 쓰면 되고, 아이가 잘했을 때는 칭찬하면 더 잘하게 될 거라고 생각하죠. 모든 것이 명쾌한 진리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삶에서 이것을 그대로 적용하려고 하면, 예상했던 대로 흘러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무런 효과가 없거나 오히려 역효과가 나타나죠. 이때 사람들은 혼란에 빠집니다. 우리의 마음은 자연 현상과 달리 분명하고 명쾌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애쓸수록 더 안 되고 나빠지는 역효과, 즉 역설이 많죠. 저는 우리 마음에 벌어지는 역설을 이해해야 삶이 보다 편안해질 수 있다고 생각해서 이 책을 쓰게 되었습니다.
칭찬의 역설, 긍정의 역설, 사랑의 역설 등 9가지의 심리학의 역설이 소개되어 있는데 대표적인 사례 하나만 소개해 주시겠어요?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세계적 베스트셀러 이후로 칭찬은 언제나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이에 자존감 열풍이 더해져서, 부모님들은 아이가 잘했을 때 칭찬하는 게 중요하다고 믿죠. 그러면 아이의 자존감도 높아지고 행복한 사람이 될 거라 확신합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칭찬을 많이 받은 아이가 오히려 더 위축되거나 자신감을 잃는 경우가 생기기도 합니다. 그 이유는 칭찬은 어떤 '조건'을 충족해야만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착한 행동과 좋은 성적 같은 것들이죠. 부모가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해 주지 않고, 어떤 행동을 하거나 좋은 결과물을 가져와야만 칭찬해 준다고 받아들입니다. 이러다 보니 자신의 부족한 모습을 숨기게 됩니다. 실수하고 잘못할까 봐 불안해하죠.
저는 이 책에서 조건적 칭찬 대신 무조건적 격려를 해 주라고 합니다. 물론 격려의 방법도 구체적으로 알려드리고 있죠.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하지만, 격려는 더 넓은 바다로 나가게 합니다. 여러분의 자녀가 고래라면 어떻게 살기를 바라시나요? 두 아들의 아빠인 저는 제 아이들이 더 넓은 바다로 나가 자유롭게 살기를 바랍니다.
대부분 사람들은 심리학을 통해 명쾌한 해답이나 위로를 얻고 싶어할 텐데요. 심리학의 역설을 이해했을 때 사람들이 얻을 수 있는 건 무엇일까요?
우리의 삶과 관계는 복잡합니다. 복잡한 현상을 단순하게 이해하면 당장은 문제가 해결되고 타인의 마음을 다 알 것 같지만 실제 삶과는 괴리가 있죠. '건강하려면 운동해야 한다'는 단순한 명제만을 믿고 쉬지도 않은 채 운동만 하면 어떻게 될까요? 건강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몸이 상하게 됩니다. 마음도 마찬가지입니다. 명쾌한 해답이나 위로를 믿고 곧이곧대로 따라가 보면 우리의 실제 삶과 괴리가 발생합니다. 그래서 아무리 심리학 책을 보고 강의를 들어도 삶이 바뀌지 않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심리학자들은 상담을 통해 심리학 지식을 개인의 상황에 맞게 해석해 주고 적용하라고 합니다. 또 어떤 사람에게는 도움이 되는 심리학 지식이 다른 사람에게는 해가 될 수 있어서, 이런 부분을 염두에 두고 전달하죠. 저 역시 예전부터 상담 현장에서 사람들에게 이런 사실을 꼭 전달했습니다. 그리고 이것을 책으로 낸 것이죠. 심리학의 역설을 이해하면, 그동안 풀리지 않았던 매듭이 풀리는 경험을 하실 수 있습니다.
다양한 글쓰기와 강연을 통해 사람들에게 심리학을 전파해 오셨는데, 그 과정에서 가장 보람된 순간이 있었다면요?
제 강의나 책을 접한 후에 "제가 생각했던 심리학과 진짜 심리학의 차이를 알게 되었어요", "심리학이 생각보다 아주 체계적인 학문이네요?"처럼 심리학을 제대로 알게 되었다는 말을 들을 때 가장 보람을 느낍니다. 그리고 심리 상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풀렸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도 큰 보람을 느낍니다.
심리학자로서 최근에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사회 현상이나 트렌드가 있을까요?
분노와 혐오, 공격성을 아우를 수 있는 '화(火)'라는 감정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략 130년 전 정신 분석의 창시가 프로이트가 살았던 시대는 '성(性)'이 사회의 금기였다면, 지금은 '화(火)'가 사회의 금기입니다. 어느 순간 '화'는 무조건 나쁜 것이라는 명제를 의심하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듭니다. 많은 부모가 화를 내지 않는 것이 자녀의 자존감을 높이고, 안정 애착을 만들어 준다고 믿습니다. 자신에게 화내는 사람은 무조건 나쁘고, 자신의 화도 타인에게 내지 않으려고 하죠.
그런데 아이러니한 사실은 '화'라는 감정이 억압하고 표출하지 않을수록 관련된 범죄가 더 많아지고 점점 잔혹해진다는 것입니다. 또, 화를 주체할 수 없어서 화병과 우울증이 많이 생기고, 자살률도 더 높아졌죠.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자해가 유행하기도 합니다. 심리학자인 저는 화를 불에 비유하곤 합니다. 불은 잘못 다루면 인명과 재산상의 피해를 입히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사용하지 않을 수는 없죠. 잘 사용해서 음식도 익혀 먹어야 하고, 추위를 막아야 하며, 맹수로부터도 자신을 지켜야 하잖아요. 감정의 불인 '화'도 마찬가지입니다. 화를 잘 활용하는 방법을 익힐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차기작에서는 어떤 주제를 다루고 싶으신가요?
심리 상담 센터 대표로 집단상담을 10년 넘게 운영하고 있습니다. 여러 명이 둘러 앉아서 갈등을 겪고, 그 갈등 상황에서 자신의 마음을 타인에게 전달하는 것을 연습하고 훈련하고 있죠. 그래서 대화법에 관심이 많습니다. 기존의 책들은 대화법에도 단순 명쾌한 진리가 있다는 식으로 메시지를 전달하지만, 저는 대화법에도 역설이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친절한 말이더라도 상대방에게는 차갑게 들릴 수 있고, 아무리 분노가 섞인 표현이더라도 애정으로 느껴질 때가 있죠. 그래서 이런 부분을 자세히 풀어내고 싶습니다.
『심리학의 역설』을 통해 독자들께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이 책에서 전달하는 메시지는 단순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복잡하고 어렵게 느낄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우리의 일상과 연결하면서 읽어 보세요. 일상 역시 우리의 마음처럼 복잡하고 어렵기 때문에, 이 책이 전달하는 메시지와 일치한다고 느끼면 오히려 쉽게 읽으실 수 있습니다. 복잡한 우리의 마음과 관계를 이 책을 통해 명쾌하게 이해하게 된다면 좋겠습니다.
*강현식 가톨릭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 대학원에서 임상 및 상담심리학 석사 과정을 마쳤다. 현재 심리학 칼럼니스트이자 누다심 심리상담센터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필명 '누다심'은 '누구나 다가갈 수 있는 심리학'을 의미하며, 다양한 글쓰기와 강연을 통해 사람들에게 제대로 된 심리학을 쉽고 재미있게 알리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
추천기사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