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과 뇌가 던지는 7가지 질문들
시행착오를 끈질기게 극복하며 다양한 생각 기술들을 만들어가는 지능 탄생의 명장면들이, 인공지능과 뇌가 던지는 7가지 질문들을 통해서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22.08.31
작게
크게

언스플래쉬

지능을 탐구한다는 것은, 우리가 아는 것을 다시 묻는 작업이다. 무수한 딜레마 상황이 던지는 질문 속에서 인공지능은 모순을 인지하고 상황을 해체하고 뇌와의 협업을 통해 지식을 재구성하며 지능을 탄생시킨다. 우리에게 너무나 어려운 문제들을 인공지능이 어떻게 쉽게 풀어내는지, 우리에게는 너무나 쉬운 문제들을 인공지능은 왜 못 풀어내는지에 대한 의문을 풀기 위해서는, 인공지능이 애초에 뇌와는 그 출발점이 전혀 다르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이상완 카이스트 교수는 『인공지능과 뇌는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통해 가장 단순한 개념에서부터 시작해 지능의 탄생 과정을 소개한다. 이 책에서는 기술공학과 뇌과학의 성과를 이용해 지능의 최고 단계인 시공간 개념까지 아우른다. 시행착오를 끈질기게 극복하며 다양한 생각 기술들을 만들어가는 지능 탄생의 명장면들이, 인공지능과 뇌가 던지는 7가지 질문들을 통해서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교수님께서는 '인공지능과 뇌를 결합한 연구'를 하시는데, 어떤 계기로 이 두 연구 분야를 함께 연구하시게 되었나요?

저는 꽤 오랫동안 인공지능이 인간의 행동을 예측하고 행동하게 만드는 주제로 연구를 해왔지만, '인공지능이 인간의 행동을 배워 흉내낸다고 해서 인간과 같은 방식으로 생각한다고 할 수 있는가?', '우리가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과연 인공지능에게도 최선인가?'와 같이 의외로 단순한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기 어려웠습니다. 물론, 인공지능의 성능 지표에 따라 평가할 수 있겠지만, 인간의 입장에서는 이런 인공지능의 모습을 어떻게 생각할 수 있을까요? 

우리는 보통 인공지능을 블랙박스로 생각합니다. 그런데 인공지능에게는 인간이야말로 블랙박스와 같은 존재입니다. 뇌의 사고 체계로 인공지능을 다시 써보고, 인공지능의 관점에서 뇌를 읽어내는 과정은 마치 깜깜한 밤하늘에서 별자리를 발견하는 것과 같이 매력적인 일입니다.

『인공지능과 뇌는 어떻게 생각하는가』는 기존에 기술적인 부분을 중심으로 한 인공지능을 다룬 책들과는 달리, 인공지능이 지능과 생각을 어떻게 만들어가는지를 밝힌다는, 아주 신선하고 놀라운 문제의식을 담고 있습니다. 어떻게 이러한 관점으로 책을 쓰시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지금까지는 인공지능과 뇌에 대해 우리가 아는 것들을 하나씩 비교해왔다면, 저는 뇌의 관점에서 인공지능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습니다. 이 책에서는 인간의 관점에서 일곱 가지 모순적인 질문을 던지고, 인공지능이 어떻게 푸는지를 살펴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를 지능의 7대 불가사의라 부릅니다. 

1. 무한한 세상을 유한한 공간에 담을 수 있을까? 

2. 현재의 성공이 미래의 실패가 되는 이유는? 

3. 민감하면서도 둔감할 수 있을까? 

4. 주관적인 관점에서 객관적인 사실을 표현할 수 있을까? 

5. 과거를 예측하고 미래를 회상할 수 있을까? 

6. 시간과 공간을 함께 생각할 수 있을까? 

7. 미래를 내다보고 과거를 바꿀 수 있을까?

질문들은 지극히 주관적이지만, 풀이 과정은 객관적입니다. 인공지능은 어떤 문제는 혼자서도 잘 풀고, 어떤 문제는 어려워해서 뇌의 도움을 받기도 합니다.

이러한 관점을 어디서부터 갖게 되셨는지 궁금하네요. 인공지능을 공부하면서 인간이나 뇌에 대해 새롭거나 흥미롭게 느끼신 부분이 있을까요?

현대 인공지능 연구는 인간에게 지겹거나 어렵거나 느껴지는 문제들을 인공지능으로 해결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저는 조금 다른 생각인데요, 인공지능에게는 무겁지만 우리에게는 너무나 가볍고 쉽게 느껴지는 문제들이 흥미롭다고 생각합니다. 인간 뇌는 수많은 능력을 지닌 흥미로운 개체입니다. 다양한 문제를 빠르게 해결할 수 있는 능력, 명확한 실체는 잡아낼 수 없지만 장기 기억을 만들어내는 유동적 작업 기억과 같은 잘 알려진 문제들을 비롯하여, 모르는 문제를 쉽게 만들어주는 인간의 직관적 사고방식, 문제의 핵심을 꿰뚫는 통찰력,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구분할 수 있는 메타 인지 능력, 새로운 목표를 스스로 정의하는 능력, 아는 것을 드러내지 않는 포커 페이스, 동전의 양면과 같은 무의식과 의식 등 재미있는 문제들은 끝이 없습니다.

그러나 제가 생각하는 질문의 끝판왕은 '우리가 모르는 사실이 존재한다는 것도 모르는 문제들을 찾아내는 문제'입니다. 우리가 문제인지도 몰랐던 문제들을 인지의 영역으로 옮기려면 인간이나 인공지능의 닫힌 사고 체계를 버려야 합니다. 그러고 나면 뇌와 인공지능이 각자의 인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문제들을 각자의 앎의 영역으로 옮겨주는 세상이 올지 모릅니다. 저희는 이 잠재적 사건을 '인간-인공지능 공진화'라 이름 지었습니다. 지금은 공상 과학 소설 속의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이 문제를 잘게 쪼개어 하나씩 풀다 보면 현실이 될 수 있습니다.

현실로 넘어가면 최근 가장 화두였던 알파고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SF소설 속 이야기처럼 들리던 인공지능이 사람을 능가하고 지배할 것이다'하는 의견이 보다 현실적으로 받아들여진 때가 아닌가 해요. 선생님께서는 책에서 인공지능의 발전사를 짚어주시면서 또 미래를 바라보고 계신데요, 이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또, 현재 가장 관심을 두신 연구 주제는 무엇인가요?

알파고 이후 인공지능에 관한 논의들은 너무 많이 쏟아져나와 식상하지만 그렇다고 딱히 무릎을 치게 만드는 답이 있는 것도 아닌 도전적인 이슈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이 문제는 책의 마지막에서 이야기하는데요. 인간의 지능을 인공지능 관점에서 이해하고, 인간의 관점에서 인공지능을 만들 수 있다면 기술적 특이점은 운명이 아닌 선택의 문제가 됩니다. 최근에는 인간의 고위 수준 사고 체계를 인공지능으로 풀어쓰는 문제(Human-like AI)와 인간과 인공지능의 사고 체계를 정렬하는 문제(Alignment problem)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과 뇌는 어떻게 생각하는가』가 독자들에게 어떻게 다가가기를 바라시나요?

이 책은 인간의 관점에서 일곱 가지 질문을 던지고, 인공지능과 뇌의 관점에서 그들의 생각의 흐름을 따라가는 이야기입니다. 이런 간접 경험을 통해 인간의 지능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인공지능이 막연히 두려운 분들께는 생각 상자를 열어보면서 한걸음 다가갈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라고, 뇌가 궁금한 분들께는 인공지능의 척도로 뇌의 무한한 생각의 깊이를 가늠해보는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인공지능에 대한 다양한 문제의식과 상상을 담은 작품이 많은데요. 인상 깊게 보셨거나 추천하고 싶으신 작품이 있으신가요?

저는 인공지능에 대한 특정 이슈를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사건 중심의 스토리텔링보다는, 인공지능이 함께하는 상상 속 세계에서 인간에 대한 각자의 문제의식을 발견할 수 있는 열린 이야기들을 좋아합니다. 테드 창의 단편집 『숨』 안의 「사실적 진실, 감정적 진실」이나, 블레이크 크라우치의 『Recursion』와 같은 작품들은 저와 같은 공학자들의 짧은 상상력을 반성하게 합니다. 가즈오 이시구로의 『클라라와 태양』은 인공지능의 마음을 들여다보며 인간관계의 공허함을 이야기하는 묘한 책입니다.

이후 계획이 궁금합니다.

수업이나 외부 강연을 하다 보면 인공지능과 뇌에 대한 날카로운 질문들이 많습니다. 질문자가 특정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수사 의문문 성격의 날선 질문도 있지만, 종종 순수한 궁금증 속에 담긴 질문자의 통찰 속에서 오히려 제가 가지고 있는 질문의 답을 찾았던 경우도 있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하면서 조금씩 '지능'이라는 주제를 저만의 버전으로 풀어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책은 그 첫 번째 이야기입니다. 『인공지능과 뇌는 어떻게 생각하는가』의 마지막인 7장에서는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전두엽의 생각 상자를 엿보고 있는데, 언젠가 있을지 모르는 두 번째 이야기의 예고편으로 보셔도 됩니다. 어쩌면 제가 이어서 이야기할 수도 있지만, 이 책을 읽거나 제 수업을 듣고 자란 다음 세대가 이야기를 이어간다면 참으로 행복할 것 같습니다.



*이상완

카이스트 교수, 카이스트
 신경과학-인공지능 융합연구센터장. 지능을 공학적으로 탐구하고 뇌 기반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뇌과학자이자 공학자이다. KAIST에서 인공지능의 한 분야인 강화학습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고, 인간의 뇌에 대한 흥미가 생겨 미국 MIT와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뇌의 강화학습에 대해 연구했다. 이후 KAIST에서 인간의 지능을 공학적으로 풀어내는 연구를 하고 있다.



인공지능과 뇌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인공지능과 뇌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상완 저



추천기사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채널예스 # 예스24 # 7문7답 #인공지능과뇌는어떻게생각하는가 #뇌 #지능 #인공지능 #AI
0의 댓글
Writer Avatar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Writer Avatar

이상완

KAIST 교수, KAIST 신경과학-인공지능 융합연구센터장. 지능을 공학적으로 탐구하고 뇌 기반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뇌과학자이자 공학자이다. KAIST에서 인공지능의 한 분야인 강화학습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고, 인간의 뇌에 대한 흥미가 생겨 미국 MIT와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뇌의 강화학습에 대해 연구했다. 이후 KAIST에서 인간의 지능을 공학적으로 풀어내는 연구를 하고 있다. KAIST 송암 미래석학 우수연구상, KAIST AI 연구소 융합연구상, KAIST 국제협력상 등을 비롯해 뛰어난 신진 연구자에게 주는 학술상을 여럿 수상했다. 뇌를 기반으로 하는 인공지능 연구의 독창성과 그 도전을 해외에서도 인정받아 계산신경과학 분야에서 한국인 최초로 Google 교수 연구상과 IBM 학술상을 수상했다. 계산신경과학과 인공지능을 융합하여 ‘뇌가 어떻게 학습하고 추론하는가?’라는 질문을 탐구한다. 뇌의 학습 과정을 기계학습과 연계해 풀어냄으로써 뇌가 ‘어떻게’ 세상을 배워나가는지 이해하려고 한다. 그리고 기계학습의 관점에서 뇌 안에서 벌어지는 복잡한 현상들을 해석하여 뇌가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알아가려고 한다. “내가 만들지 못한 것은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라는 리처드 파인만의 말을 좋아하지만, 전적으로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모든 것들이 퍼즐 조각처럼 잘 들어맞는다.’라는 것은 생각의 틀 안에 갇혀 있다는 반증일 수 있기 때문이다. 완결성 있는 학문적 체계 속에서 행복해하기보다는, 바깥세상이 있을지 모른다는 불안함을 선택하고, KAIST 학생들과 함께 뇌와 인공지능이라는 생각 상자를 부수는 상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