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반가운 마음이 든다. 누군가를 사랑하며 살아가는 사람들, 그러니까 ‘다른 연인들’을 보는 일이 즐겁다. 언제부터였을까. 내 곁에도 사랑하는 존재가 생겼을 때, 그 사실을 알아채면서 시작된 일인지 모른다. 그때부터 온 세상이 핑크빛으로 보이고...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당연하지!) 그저 다른 이들이 사랑하는 모습을 눈에 담는 일이 늘어났다. 눈빛과 입술과 손 틈 사이에서 일렁이는 감정들을 보았다. 마치 작은 불빛이 켜지는 순간 같았다. 당신도 사랑하고 있네요, 깜빡. 나도 사랑하고 있어요, 깜빡. 그렇게 반짝거릴 때면 이상하게도 안심이 돼서, 슬쩍 고개를 숙이고 배시시 웃었다.
<메리퀴어>를 보면서 자주 그랬다. 쑥스러운 듯 웃으면서 자신의 연인을 소개하고, 그러면서도 절대 ‘내 애인 자랑’을 빠트리지 않는 그들을 보면서. 같은 잠옷을 입고 나란히 거울 앞에 앉아 단장하는 커플을 보면서. 함께 이를 닦으면서 거울에 비친 서로를 바라보는 두 사람을 보면서. 낯설지 않은 마음과 몸짓과 시선이 반짝이는 순간을 보았다.
‘국내 최초 리얼 커밍아웃 로맨스’를 표방하며 7월 8일부터 방영을 시작한 <메리퀴어>에는 세 커플이 등장한다. 게이 커플 김민준과 박보성, 레즈비언 커플 임가람과 이승은, 그리고 FTM 트렌스젠더(Female to Male, 생물학적 여성으로 태어났으나 자신을 남성으로 정체화하는 이) 유지해와 양성애자 이민주 커플이다. 이들은 모두 20대이고, 2년째 연애 중이며, 한집에서 같이 살고 있다.
이성애 중심의 사회는, 그것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 이들은, 세 커플의 이야기에 ‘성소수자’라는 네 글자를 붙이고 싶어 한다. 하지만 방송에 담긴 이들의 모습은 헤테로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함께할 날들을 그려보고, 어쩌면 너의 마음이 변할 수도 있을까 걱정하고, 서로의 몸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때로는 장난처럼 때로는 진하게 애정을 드러낸다. 너의 마음이 다쳤을까 봐 세심히 살펴보고, 그래서 아파하고, 그래도 힘을 내라고 밥상을 차려주고, 기대어 울 수 있게 한쪽 가슴을 내어준다. 그리고 너의 어깨를 감싸 안는다.
헤테로는 알지 못하는 그들의 이야기도 있다. 물론이다. 사랑하는 일이 다 거기서 거기라고, 다를 게 없다고, 섣부르게 일반화하는 것은 오만하고 무례하다. 그런 잘못을 저지르는 건 부끄러운 일이니까, 창피하고 싶지 않아서, 내가 모르는 세계를 향해 눈과 귀를 열자고 생각한다. 그런 마음으로 <메리퀴어>를 보고 들었다. 그러자, 혼인 신고서를 제출했지만, 가족 관계 증명서에 나란히 이름을 올리지 못한 김민준 박보성 커플이 보였다. 임가람과 이승은 두 사람에게는 웨딩 플래너를 구하는 순간부터 불필요한 긴장감이 따라붙었다. 이민주에게는 같은 여성을 사랑한다는 이유로 ‘들을 이유가 없는’ 막돼먹은 말들이 날아왔다.
<메리퀴어>를 보는 건, 어쩌면 끊임없이 감각하는 일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낯설지 않은 감정들과 낯선 현실들을 느꼈고, 무엇보다 ‘보는 사람’으로서 나를 끊임없이 의식했다. 영상 속의 사람들을 대상화하고 있지 않은가, 나의 생각과 감정의 관성대로 흘러가고 있지 않나, 경계를 늦추지 않으려 애써야 했다. 긴장 상태가 이어졌지만, 그 경험과 시간이 불쾌하지 않았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메리퀴어>를 보는 시간은. 평균대 위를 걷듯 주의를 집중하면서 눈앞에 보이는 것을 똑바로 바라보기를 바란다. 흔들리면서도 균형을 잃지 않기를. 중간 중간 웃음이 번지는 걸 참지 못하면서.
시청 포인트
# 사람들이 사랑하는 이야기를 좋아한다면 함께 봐요!
# ‘Marry Queer’ 아니고요 ‘Merry Queer’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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