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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본 TV]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그 곁의 시선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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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을 두드린 건 정명석의 말이었다. 그의 말은 편견에 갇혀 눈앞에 보이는 것을 외면하는 사람의 것이 아니었다. 자신의 부족함도, 다른 이의 가능성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사람의 것이었다. (2022.07.15)

ENA 제공 

오랫동안 내 몸 밖의 시선을 꿈꿔왔다. 한 번쯤 나의 바깥에서 나를 바라보고 싶었다. 생각을 거듭하다 아주 단순한 사실을 깨달았다. 눈은 몸 안에 갇힌 운명이라는 것. 남에게 시선을 던지기는 쉽지만, 내 안으로 돌리기는 어렵다는 것. 거울을 보든 다른 사람의 말을 듣든, 다른 존재의 도움 없이는 나를 바라볼 수 없다는 것. 타인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는 건... 그건 정말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는 것.

그래서 우리에게 ‘이야기’가 필요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야기 속에 나 아닌 누군가가 있으니까. 또 다른 시선을 가진 또 다른 사람이. 그의 눈으로 바라보면 무엇을 보게 될지 궁금해서, 그래서 우리는 이야기를 만들고 나누는 것일지 모른다. 적어도 내게는 그렇다. 이야기를 따라가며 작게 고개를 끄덕이게 될 때, ‘당신은 그랬겠구나, 그럴 수 있었겠구나’ 조심스레 가늠해 보게 될 때, 비로소 나의 눈이 나의 몸을 떠나 다른 자리에서 다른 것을 보게 되었음을 느낀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안에서도 숱한 시선들이 교차한다. 주인공 ‘우영우’(박은빈)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고래’를 접점으로 세상과 만나는 변호사다. 누구보다 법을 사랑하고, 새로운 관점에서 사건에 접근해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내는 능력 있는 법조인이다. 그리고 그에게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다. 주변 사람들은 (모두 비장애인이다) 우영우라는 한 사람이 가진 수많은 모습들 가운데 자폐라는 한 부분에만 주목한다. 그에게 쏟아지는 시선들은 특히 3화에서 두드러지는데,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피고인의 변호를 맡게 된 우영우에게 피고인의 어머니는 복잡한 심경을 고백한다. 중증도의 자폐인인 자신의 아이와 다른 우영우를 보면서 이상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는 것. 

법정에서 검사는 우영우(박은빈)를 압박한다. ‘자폐가 있는 피고인은 다른 범죄자들과 차등을 두어 감형해야 한다면서, 자폐가 있는 변호사의 주장은 다른 법조인들과 동등하게 인정하라고 주장하는 것은 모순’이라며 몰아세운다. 결국, 우영우는 자신이 피고인에게 도움되는 변호사가 아니라는 생각에 사직서를 제출한다.

이어지는 에피소드에서 우영우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온다. 동료의 복귀를 기다리며 사표를 수리하지 않은 정명석(강기영) 변호사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고 ‘나는 당신과 같은 편이 되고 싶다’고 말하는 또 다른 동료 이준호(강태오)가 있어서 힘을 낼 수 있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는 부당하다고 말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우영우와 같은 팀에서 일하는 신입 변호사 권민우(주종혁)는 정명석을 찾아와 사표를 처리하지 않은 이유를 묻는다. “우영우 변호사한테는 장애가 있으니까” 특별히 배려해주는 것 아니냐고. 정명석은, 마치 자신이 모욕당한 것처럼, 표정을 굳힌 채 답한다. 우영우 변호사를 배려한 게 아니라, 그가 유능한 변호사이기 때문에 내린 결정이었다고.

자폐인이라는 이유로 변호사 우영우가 마주해야 했던 시선들. 그 가운데 어느 것이 좋고 나쁘고 옳고 그른지 가리는 일은 그만두기로 했다. 같은 장애를 가진 자신의 아이와 우영우를 비교했던 어머니의 마음을 나는 알지 못한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초조함을 떨칠 수 없는 신입 변호사의 마음도, 다 안다고 말하는 것은 섣부르다. 다만, 법정에서 날 선 말을 쏟아내던 검사의 마음은 나의 것이 아니기를 바란다. 한때 내 것이었다면 그 시간을 잊지 말고 두고두고 부끄러워하자고 생각한다.

가슴을 두드린 건 정명석(강기영)의 말이었다. 우영우를 처음 만났을 때, 정명석은 장애를 가진 우영우가 변호사로서 일을 잘 해내지 못할 거라 속단했다. 그러나 그가 일하는 모습을 보고 곧 마음을 바꾼다. 사건의 숨겨진 쟁점을 찾아낸 우영우를 보면서 자신의 생각이 짧았음을 고백하고, 진심을 담아 “잘했어요” 한 마디를 건넨다. 그의 말은 편견에 갇혀 눈앞에 보이는 것을 외면하는 사람의 것이 아니었다. 자신의 부족함도, 다른 이의 가능성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사람의 것이었다. 

그토록 솔직하고 겸허한 시선을 마주하는 일이 많아지면 좋겠다. 드라마 안에서도, 드라마 밖에서도. 할 수 있다면, 나의 거울 속에서도. 


시청 포인트

# 법정물은 좋지만 시종일관 이어지는 긴장감은 피로할 때 

# 완급 조절이 탁월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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