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채널예스>가 창간호를 낸 2015년부터 지금까지, 책 좋아하는 독자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을까. 애정 담긴 시선으로 독자의 모습을 오래 지켜본 예스24 도서 PD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독자는 변하지 않고 진화한다
예스24에 입사한 2015년 가을, 경기 양평으로 문학 캠프를 떠났습니다. ‘한국 소설의 미래가 될 젊은 작가’ 투표에서 1위를 한 김애란 소설가와 독자 100명이 만나는 자리였고, 저는 인턴사원으로 문학 퀴즈를 만들어 진행하는 일을 맡았습니다. ‘이건 정말 아무도 못 맞히겠지?’ 하고 냈던 문제들도 척척 맞히시더라고요. 한 문제 공개해 보겠습니다.
매해 독서 인구가 줄어든다고들 하지만, 이렇듯 책 읽기를 즐기고 작가를 사랑하는 고정 독자층은 변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예스24의 독자 중에는 ‘독서에 진심인 분’이 유난히 많은 것 같습니다. 애독가에게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는데요. 많은 책을 자주 틈틈이, 여러 번 읽는다는 것입니다. 출퇴근길처럼 짧은 이동 시간에도 손에 알맞게 들어가는 작은 사이즈의 책을 읽고, 주말에 굳이 짬을 내서 나만의 독서 시간을 가집니다. 그래서 독서 용품이 예스24 사은품으로 정말 인기가 많습니다.
팬데믹과 언택트의 시대를 거치며 독자들은 YES24 북클럽을 구독하기 시작했습니다. YES24 북클럽은 구독한 요금제에 따라 개인 맞춤형 도서 큐레이션을 제공받는 서비스로, 2022년 2월에 누적 구독자 40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eBook 단말기 크레마나 휴대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어디서든 편하게 여러 권을 읽고, 실물 도서 소장본이 나오면 한 번 더 읽습니다. 시리즈와 작가 알림 기능을 활용해 좋아하는 작가의 신간도 놓치지 않습니다.
게다가 독자들은 도서 콘텐츠를 일방적으로 소비하지 않고 다양한 방식으로 재생산합니다. 작가 덕질 아카이빙 잡지 <글리프>, 미스터리 장르 잡지 <미스테리아>와 같은 창작물이 출간되는 데에는 독자의 요구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한 작품이나 작가의 세계관을 집요하게 파헤치는 방식으로 독서 문화는 수동적 읽기에서 능동적 소통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독자들이 사랑하는 작가의 변화
여성 작가들이 더욱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여성 작가의 특징이라고 묶는 것이 맞을지 모르겠으나, 세계관이 명확하고 섬세하며 SNS를 통해 회자되고 공감할 만한 주제의 문학 작품들이 잘 팔립니다. 이전에 예스24 베스트셀러는 베르나르 베르베르, 기욤 뮈소, 혜민 스님, 김영하와 같은 굵직한 작가의 책들이 주를 이루었지만, 2015년부터 진행한 ‘한국 소설의 미래가 될 젊은 작가’ 후보를 보면 여성 작가의 비중이 40%대에서 2021년 60%대로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석권해 나가며 입지를 다지고 있습니다.
제가 예스24에 입사한 2015년 당시에는 소설과 에세이가 한 분야로 묶여 있었습니다. 에세이의 판매 비중이 크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소설과 에세이 분야가 나뉘어 있고, 에세이가 더 우세할 때도 있습니다. 때로는 유명한 소설가들이 자전적 에세이를 내며 인기를 환기하기도 합니다. 연예인 관찰 예능이나 유튜버 브이로그가 유행하는 것과 같이, 독자들은 작가가 실제로 어떤 사람인지, 어떤 부분이 나와 닮아 있는지를 궁금해합니다.
종이책이라는 물성의 가치
MD로서 느낀 또 하나의 격세지감은 요즘 독자들은 신간을 eBook으로 먼저 읽는다는 것입니다. 현실적으로 종이책은 습기와 열에 취약하고 공간도 많이 차지합니다. 그래서 신간이 나오면 “eBook은 언제 나와요?” 하는 반응도 많습니다. 이렇듯 전자책이 파이를 늘려가는 시대에 종이책의 가치는 무엇일까 고민하게 됩니다.
디지털로 복사 가능한 콘텐츠들도 NFT로 암호화되어 고유한 성질을 가지게 되었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현물을 소장하고 싶어 합니다. 종이책이 독자에게 선사하는 질감, 두께감, 무게감 등의 요소가 바로 종이책이라는 물성의 가치입니다. 어느 시점부터 독자들은 콘텐츠와 책을 분리하기 시작했습니다. eBook이 책이 담고 있는 콘텐츠에 집중한다면, 종이책은 같은 콘텐츠를 다양한 방식으로 소비할 수 있도록 개정하고 리커버 하고 소재를 바꾸어 진화하고 있습니다.
이런 욕구에 다가가기 위해 예스24도 표지를 새로 바꾸어 출간하는 ‘예스 리커버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리커버를 구매하는 독자들의 대부분이 이미 읽은 책을 소중한 사람들에게 추천하거나 선물하기 위해 구매합니다. 그래서 ‘선물하기’ 서비스를 만들었습니다. 끊임없이 새로운 작가를 발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MD 입장에서는 매출의 기초가 되는 스테디셀러와 고전 작품들이 꾸준히 읽히게 해야 합니다. 그런 고민에서 절판된 도서를 복간하거나 알려지지 않은 첫 책을 소개하는 북 펀딩 서비스 ‘그래제본소’가 탄생했습니다. 점점 더 젊어져 가는 독자들의 소비 성향에 호응하여, 종이책의 물성을 사랑하는 독자들의 취향을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 책 정말 좋은데!’ 싶은 책이 실제로도 판매가 잘될 때 MD는 한없이 가슴이 뿌듯해집니다. 기본적으로 우리는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고, 책을 통해 독자들과 소통하는 즐거움에 살고 있거든요. 그래서 때로는 독자가 바라보는 우리의 이미지, 우리가 동기화되어야 할 독자의 이미지가 궁금했습니다.
매사 열심이지만 마음이 헛헛한 직장인
지난해 인터넷 서점 3사의 이미지를 의인화한 리포트를 읽었습니다. 예스24는 어떤 이미지인가 하니 ‘무색무취하다’, ‘잘 모르겠다’는 답변이 많았습니다. 기업의 이미지는 마케팅의 방향성이기도 해서 저도 오랫동안 고민해 보았는데, 우리 회사는 ‘매사 열심이지만 마음이 헛헛한 직장인’ 같습니다.
예스24의 독자 김그래 씨를 상상해 봅시다.(모 유명 만화의 주인공 이름이 생각나면서 벌써부터 짠해집니다) 김그래 씨는 현재 뭐든 처음인 사람입니다. 사회 초년생일 수도 있고, 첫아이를 키우는 부모일 수도 있습니다. 성실하고 참을성이 많고 정직하여 요령이 없는 사람 같습니다.
예스24의 베스트셀러를 보면 김그래 씨가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감이 잡힙니다. 2015, 2016년의 독자들도 대체로 그랬습니다. 『비밀의 정원』 컬러링북을 그리며 이너 피스를 찾고, 『미움받을 용기』를 가지고 현재를 버티려고 했으며,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같은 동화를 꿈꿨습니다. 힐링을 주제로 한 책들이 많이 나왔지만, 본인이 행복하지 않아서 힐링을 찾기보다는 지금의 행복보다 더 행복해지기 위해 마음을 다스리는 느낌이었습니다.
2017년에 들어서는 다정한 명언을 담은 캐릭터 에세이가 쏟아집니다. 한계에 다다른 사람들을 어떻게든 좋은 말로 위로하려는 느낌입니다. 2018, 2019년에는 좀 더 직접적인 제목의 책들이 많아집니다. 『신경 끄기의 기술』,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 『불행 피하기 기술』과 같이 힘든 현실을 버텨내기 위한 방법론이 제시됩니다. 세대 갈등과 정치 분열의 시대에는 서로를 이해하기 위한 책들도 베스트셀러에 등장합니다. 2020년에도 『90년생이 온다』는 계속 읽히고 리커버까지 되어 또 팔렸습니다. 이렇듯 예스24의 독자들은 끊임없이 사회와 소통하고 타인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입니다.
2021년에는 주식 열풍이 일어나더니 주식, 부동산, 재테크 관련 경제 경영서들이 여러 독자의 카트에 담겼습니다. 삶의 힘듦을 나를 다스리고 타인을 이해하는 방식으로 해소하고자 했던 우리의 독자들은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갔습니다. 팬데믹으로 인해 언택트 라이프스타일이 어색하지 않게 되었고 힘겨운 인간관계에 부대끼기보다는 파이어족, 딩크족이 되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또 어떤 독자들이 서점을 찾아올까요? 인터넷 서점이 더 많은 독자들과 만나고 책으로써 소통하기 위해서는 <월간 채널예스>와 같은 잡지의 역할이 더 중요해질 것 같습니다. 창간 7주년을 맞은 <월간 채널예스>에 축하의 마음을 전하며, 매일 문을 활짝 열고 신간을 소개하고 사은품을 준비하며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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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신은지(예스24 도서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