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민 : 지난주부터 저희 주제가 커뮤니티잖아요. 상훈 님도 다양한 커뮤니티에 소속되어 있기도 하시고 직접 주최도 하고 계시는데요.
김상훈 : 제가 커뮤니티 얘기를 되게 많이 했더라고요. 같이 책 팟캐스트를 만들던 사람들하고도 비영리 민간단체로 활동을 해왔는데. 그건 자연스럽게 해산이 된 단계예요. 또 제가 일로 하는 것 중에 하나가 예스24 작가 북클러버라고 작가들하고 함께하는 독서 모임을 운영을 하고 있어요. 이번 시즌에는 정지돈 작가님, 최혜진 작가님, 고수리 작가님과 하고 있는데 모임마다 제가 개입하는 정도도 달리해요. 커뮤니티마다 어떤 사람들이 모였는지에 따라 바이브가 다르거든요. 혜민 님도 커뮤니티 하시잖아요.
이혜민 : 저 생각보다 별로 안 해요. 저는 사실 막 모임을 적극적으로 하진 않다가 전에 빌라선샤인이라는 밀레니얼 여성들의 모임이 있었거든요. 응원하는 마음으로 참여를 했다가 1기부터 6기까지 계속 있었어요. 하다 보니까 진짜 그 소속감이라는 게 드는 거예요. 저는 계속 프리워커로 일을 했기 때문에 혼자 일하면서 고충을 나눌 사람이 없었거든요. 그러다가 되게 다양한 사람들, 회사를 다니는 사람들도 있고 저처럼 프리랜서로 일하는 사람들도 있고 그런 사람들을 만나게 된 거예요. 그거를 하면서 되게 위안이 많이 됐어요. 그냥 여기에 들어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되게 보험 같은 거예요. 내가 만약에 뭔가 괴로운 일이 생기거나 일로서 복잡한 일이 생겼을 때 이 사람들한테는 그냥 편하게 물어봐도 괜찮겠다는 안전한 마음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최근에 S.O.E.S(Society of Editors)라는 커뮤니티에서도 활동하게 되었어요. 동료애를 기반으로 한 에디터들의 커뮤니티인데 최혜진 작가님이 후배들이 동료애를 못 느끼고 일하는 게 안타까워서 만드셨다 하고, 저도 그 일원이 되었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커뮤니티 얘기를 하고 있는데, 요즘에 진짜 커뮤니티에 대한 얘기가 많이 나오는 것 같아요. 제 생각에는 코로나 때문에 서로 만나지 못한 기간이 길어서 그런 게 아닌가 싶은데요.
김상훈 : 그리고 커뮤니티가 좀 더 고도화되었다고 느껴요. 오프라인으로 자유롭게 만날 수가 있을 때는 오히려 더 태도가 느슨했던 것 같기도 해요. 이제는 쉽게 만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사적인 모임들도 뭔가 장치를 마련한다거나 기획을 한다거나 하더라고요. 그리고 그 만남을 되게 소중하게 여기고요.
이혜민 : 커뮤니티에 대해 정리해 놓은 책이 있다면 좀 소개해 주시면 어떨까 싶은데요.
김상훈 : 네. 커뮤니티 중에서 책을 좋아한다면 가장 쉽게 만들거나 참여할 수 있는 것이면서 또 만족스럽게 운영하거나 유지하기는 생각보다 어려운 것이 바로 독서 모임인데요. 이 독서 모임의 매뉴얼이라고 할 만한 책을 가져왔습니다. 제목은 『독서모임 꾸리는 법』이고 제목 그대로 '독서 모임 꾸리는 법'을 너무나 친절하고 일목요연하게 알려주는 책이에요. 저자는 원하나 님인데 출판사 대표이자 독서모임 기획자로, 하나의책 이라는 독서모임을 운영하면서 6년간 200회가 넘는 모임을 총 350명과 해왔던 분이래요. 독서모임의 달인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요. 이 책은 독서 모임을 만드는 법, 준비하는 법, 운영하는 법 이렇게 크게 세 가지에 대해서 짧으면서도 체계적으로 알려주는 책이에요. 발제를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얼마만큼의 시간과 순서로 진행을 하는 게 좋은지, 그리고 지속가능한 모임을 위해서 어떤 룰을 만들면 좋은지 등등 진짜 독서 모임을 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필요한 이야기들을 해주고요. 이미 독서 모임을 하고 있는 저에게도 도움이 되는 구체적인 내용들도 많았는데요. 이를테면 발언권을 독점하려는 사람에게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완독하고 오는 분위기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 시들해진 모임 분위기를 어떻게 전환시킬 것인지, 회비나 가입비 같은 허들을 만들어 둘 것인지 등등이요. 이는 독서 모임뿐 아니라 커뮤니티라는 것을 원활하게 잘 운영하는 방법으로 읽어도 손색이 없을 거 같아요. 혜민 님은 요새 관심 있게 지켜보는 커뮤니티가 또 어떤 게 있나요?
이혜민 : 저도 사실 요즘사를 커뮤니티와 연결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계속 우리에게 어울리는 방식을 좀 고민 중인데요. 주변에 이미 잘하는 커뮤니티들이 많아요. 그중 하나가 SIDE 라고, 다능인 커뮤니티인데요. 지난번 요즘산책 때 소개했던 정혜윤 님이 2020년부터 운영 중인 커뮤니티예요. 처음에는 뉴스레터와 웹사이트로 운영을 하면서 콘텐츠로 소통을 하다가, 올해 시즌2를 시작하면서 유료 멤버십을 시작했더라고요. 진짜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게 많은 다능인들이 모여서 그런지, 서로 응원해 주고 도와주는 분위기 속에서 운영진이 만든 프로그램이 아닌데도 자발적으로 만들어지는 일들이 많고, 멤버들이 기여하려는 분위기가 많더라고요. 또 하나는, FDSC라고 페미니스트 디자이너 소셜 클럽이라는 비영리 커뮤니티가 있는데, 3년간 훌륭하게 운영 중이에요. 디자이너라는 업종이 모여서 하는 커뮤니티라서, 저는 들어가고 싶어도 못 들어가니까 더 부럽더라고요. 같이 디자인 스터디도 하고, 운동회도 열고, 컨퍼런스도 열고요. 디자이너들이니까 또 뭘 하면 멋지게 해요. 이렇게 앞으로 커뮤니티들의 시대가 될 거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특히 아까 얘기했던 것처럼 커뮤니티와 커뮤니티들끼리도 연결되거나 서로 소통하는 방식이 많아지는 거 같아요. 그래서 저는 이 책이 생각났어요.
『트라이브즈』는 마케팅 그루로 알려져 있는 세스 고딘이 쓴 책이에요. 트라이브즈는 ‘부족’이라는 뜻이거든요. 이 책은 생각을 공유하고 공동의 목표를 향해 운동을 전개하는 사람들의 모임을 ‘부족'이라고 불러요. 커뮤니티인 거죠. 사람들은 부족을 이루고자 하는 본능이 있고, 또 하나의 부족이 아니라 되도록 많은 부족에 속하길 원한다고 말을 해요. 부족은 우리 삶을 더 풍요롭게 하고, 그런 부족을 이끈다는 것은 최고의 삶을 의미한다는 거죠. 사람들을 억지로 설득해서 없는 걸 원하도록 만드는 게 아니라,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는 장소를 만들고 이미 생각이 있던 사람들을 서로 연결시켜주면 된다고 얘기해요. 그리고 그걸 누구나 이끌 수 있다는 거죠. 요즘 시대는 그 어느 때보다 한 사람, 한 사람이 큰 영향력을 가질 수 있는 시대이고, 모두가 부족을 만들고 그 부족들이 세상에 변화를 만들고 여러 기회들을 가져다줄 거라는 내용이에요. 그러니까 저는 이걸 읽으면서 우리 모두가 만드는 모임들이 어쩌면 하나 하나의 부족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부족들끼리 서로 소통하고 협업하기도 하고, 거래를 하기도 하는데, 점점 온라인 세상이 발달하면서 거기에 비즈니스를 연결하기 더 쉬워진 세상이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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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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