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가 여자의 삶을 체험해 본다는 색다른 소설 『여자체험』을 발표하고 정확히 7년 만에 정통 멜로 소설을 표방한 『모나코』를 출간한 김광호 작가. 각종 미디어의 발달로 문학이 한껏 위축된 지금 전 2권의 장편소설 출간은 상당한 모험으로 보이는데, 그럼에도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 그 힘이 무언지 작가에게 들어보았다.
『여자체험』 이후 꼭 7년만의 신작인데,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나요?
잘 나가지 못하는 무명작가의 생활이라는 것은 누구나 상상할 수 있지 않을까요?(웃음). 고군분투. 암중모색. 그런 사자성어에 어울리는 생활이었던 것 같네요. 그래도 글을 쓰는 역량은 많이 발전했다는 생각에 무엇에도 구애를 받지 않고 내가 한 번 써 보고 싶은 소설을 써 보자는 생각으로 이번 작품 ‘모나코’를 썼습니다. 외부 활동 없이 글쓰기에 전념했습니다. 출판사를 찾기가 쉽지 않으리라는 생각에 직접 출판할 생각으로 집필했죠.
왜 제목이 ‘모나코’인가요?
소설의 제목은 모나코이지만 모나코가 소설의 배경이 된다거나 중요한 모티브가 되는 건 아니에요. 주인공이 자신이 처한 현실이 고통스러울 때 이상향의 어떤 미지의 나라를 떠올리는 데, 그 나라가 바로 모나코죠. 보통 사람도 지금의 현실을 훌쩍 벗어나 어딘가 지상천국 같은 곳에서 쉬는 상상을 곧잘 하지 않습니까? 그런 의미가 있는 제목이에요. 그럼 왜 스위스나 노르웨이, 혹은 스웨덴 같은 나라가 아니고 모나코일까요? 그냥 내가 느끼기에 모나코라는 국명의 어감이 어딘가 문학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한 마디로 설명한다면 모나코는 어떤 소설인가요?
2권의 장편 소설이기 때문에 한 마디로 설명하기는 쉽지 않습니다만 최대한 간략히 설명하자면 과거의 홍콩 느와르 영화에 자주 나왔던 것처럼, 건달 조직의 보스가 천사 같은 여대생을 만나 사랑에 빠지면서 개관천선 한다는 스토리죠. 그것이 기본 줄거리인데, 물론 내용은 단순하지 않습니다. 우선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의 시점으로 챕터가 바뀌면서 번갈아 나옵니다.
그렇게 한 이유는 사랑에 빠졌을 때 남녀가 각기 어떻게 변화해 가는지를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이를테면 남자는 조직의 행동 대장으로 전에는 아무런 거리낌 없이 타인에게 폭력을 휘둘렀는데,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하면서 그 행위에 죄책감을 느끼고 부끄러워하기 시작하는 거예요. 점점 자신의 삶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알아간다는 것이죠. 그런 식의 변화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정통 멜로 소설’이라는 것을 이 소설의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멜로 소설이라는 것은 생소한 표현인데, 어떻게 이해해야 좋을까요?
연애 이야기를 다룬 소설이지만 로맨스 소설이나 연애 소설이라고 하기에는 좀 더 서사가 강하고 극적이라서 정통 멜로 소설이라는 말을 생각해냈습니다. 말이 안 될 수도 있겠지만 이 소설을 설명하기에는 적당하다고 봅니다. 멜로 소설은 못 들어봤어도 멜로 영화는 익숙할 것입니다. 영상적인 표현들이 많은 것은 내가 과거에 시나리오를 쓴 영향인 것 같아요. 의도하지 않아도 머릿속에 종종 영화의 장면이 떠오르고는 했으니까요. 글로 읽는 멜로 영화라고하면 이해하기 좀 더 쉽겠네요. 어떤 장면에서는 좋은 멜로 영화를 볼 때처럼 펑펑 울 수 있을 거예요.
이 소설을 쓰는데 있어서 영향 받은 작품이 있습니까?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며 접한 많은 좋은 작품들의 영향이 있었겠죠. 이 소설의 도입부에 나오는 영화가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라는 영화인데, 그 영화에 흠뻑 빠졌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외에 앤디 맥도웰이라는 여배우가 나오는 <그린카드>라는 영화는 10번 이상 봤을 정도로 좋아한 영화였고요. 지금은 그런식의 인간적인 재미가 있는 영화가 드물어진 듯 하더군요. 이 소설은 진지한 면도 있지만 코믹한 부분도 적지 않게 있어요. 그런 식으로 쓸 수 있었던 건 1990년 안팍에 나왔던 좋은 로맨틱 코미디 영화의 영향이었을 거예요.
화제를 바꿔서, 작가님은 지금의 시대에 글을 쓴다는 게 어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각종 미디어의 발달로 문학이 위축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도 책을 읽는 시간보다는 유튜브를 보는 시간이 훨씬 더 많으니까요. 하지만 글의 장점도 여전히 있다고 생각해요.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표현에 있어서는 영상보다는 글이 우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비용의 측면도 그렇죠. 펜과 종이만 있으면 되니까.
독자 여러분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해 주세요.
재밌는 일이 많은 시대지만 책을 읽는 즐거움은 여전히 다른 것과 비교할 수 없는 즐거움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책을 통해 행복감을 느꼈듯이 제 책이 누군가에게 삶의 기쁨을 한 가지 더 누리게 한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합니다. 만일 기존의 책에서 그다지 감흥을 받지 못해 실망했다면 제가 이번에 쓴 『모나코』를 감히 추천하고 싶습니다. 새롭게 쓰여졌다고 확신하니까요. 독자 여러분의 제 작품에 대한 관심이 저를 좋은 작가로 성장하게 하는 원동력이 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김광호 20대, 30대에는 영화 감독이 꿈이었다. 그때 나는 그야말로 영화계를 누비고 다녔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도 영화의 꿈은 있고 또 정말 괜찮은 영화를 만들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문제는 자신의 성향이다. 영화는 공동 작업이고, 또한 다양한 사회적 활동이 수반되는 일이기 때문에 혼자 있기를 좋아하고, 혼자 하는 일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넘을 수 없는 벽이 존재한다는 걸 알았다. 사실 작가가 직업이 되리라는 생각은 못했는데, 영화 감독이 되려고 시나리오를 쓰다보니 소설을 쓰게 되었다. 시나리오로 시작한 글 쓰기라서 소설 역시 영화적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그런 이야기를 해 줄 사람도 주위에 없다. 그냥 남들이 그렇게 생각할 것 같다는 게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내가 생각해도 정말 나는 주변 머리라는 것이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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