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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눠도 가난해지지 않는 삶을 꿈꾼다

『죠리퐁은 있는데 우유가 없다』 강이랑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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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 중박도 아닌 ‘소박’을 꿈꿉니다. 소박을 바라며 살다 보면 무리하지 않으니 일상을 살아가는 힘이 비축되고, 이거다 싶을 때 에너지를 전부 쏟아 부을 수 있습니다. (2022.05.12)

강이랑 저자

가진 것은 없지만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삶을 꾸려 나가는 어린이 문학 연구가가 『죠리퐁은 있는데 우유가 없다』를 통해 ‘나눠도 가난해지지 않는 삶’을 이야기한다. 『가난해지지 않는 마음』의 양다솔 작가는 그의 글을 읽고 “오늘을 사랑하는 그 앞에서 가난은 무력하다”고 썼다. 남과 비교하지 않는 삶의 방식과 어린이의 시선을 유지하면서도 어른답게 살기 위한 노력이 담긴 책이다.



어떻게 ‘가난’과 관련한 에세이를 쓰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더해 ‘어린이 문학 연구가’라는 직업이 생소한 독자 분들께 하는 일을 설명 부탁드립니다.

산책을 하던 어느 날, 불현듯 ‘나는 가난이 일상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내 상황을 솔직하게 써 보고 싶은 마음이 솟구쳐 올랐습니다. 자신의 가장 어두운 부분을 스스로 들여다볼 용기가 생기자 마이너스라고 생각했던 현재의 상황이 반대로 힘을 내는 원동력으로 작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린이 문학 연구가’는 어린이 그림책, 동화, 청소년 문학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탐구하고 그 결과를 논문으로 집필하는 직업입니다. 연구를 통해 오랫동안 잘못 알려진 현상을 밝히고, 현재에 올바른 방향성을 제시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한국과 일본 어린이의 전쟁 인식」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썼습니다. 중일전쟁 직후 일본 군인들에게 위문편지를 보내도록 한 강제성에 문제 제기를 하며, 당시의 일이 우리 일상 속에서도 되풀이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비판적인 성찰을 했습니다.

추천사를 써 주신 양다솔 작가는 글 속에 ‘이웃이 있다’며 연대의 힘을 말했는데요. 작가님이 생각하는 이웃, 혹은 연대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이웃’은 성별, 국가, 장소와 상관없이 지금 있는 공간과 장소에서 마주치는 모든 사람입니다. 특히 공부 모임을 통해서 만난 이웃은 삶의 공동체가 되기도 합니다. 품앗이를 하듯이 정신적, 물리적으로 서로 도움을 받으며 함께 성장하는 존재들인 것이죠. 이들과 소통하는 데 에너지를 아끼지 않으려고 합니다. 이런 이웃들이 있기에 혼자이면서도 혼자가 아닌 삶을 살아올 수 있었으니까요. 삶을 보다 나은 방향으로 가꾸기 위해 많은 대화를 하고, 공통된 주제를 연구하며 연구 논문집이나 단행본, 번역 등 구체적 결과물을 창출하기도 합니다.

상대적으로 늦은 나이에 공부를 시작했고, 또한 진로도 여러 번 바꾸셨는데요. 불안정한 환경으로 인한 불안감은 없었는지, 그 불안감은 어떻게 극복했는지 궁금합니다.

끊임없이 불안했지요. 이 감정은 어쩌면 제가 살아가는 동안 계속되겠지만, 불안을 마주하는 자세는 바뀌었습니다. 좀 의연해졌다고나 할까요. ‘오늘에 충실하자’, 그리고 ‘자신을 믿자’ 하고 생각합니다. 일본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직후, 그때 처음으로 자신에 대한 믿음이 생겨났어요. 그러자 무슨 일이든, 어떤 상황이든 좀 더 담대하게 대처할 수 있었습니다. 불안은 관계 속에서도 종종 발생하죠. 그때마다 지금 마주치는 존재에게 최선을 다하고, 그 존재를 믿으려는 다짐을 많이 합니다.

프롤로그에서 ‘가난이 무섭기도 했지만 부끄럽지는 않았다’고 하셨어요. 그 의미를 설명해 주신다면?

가난은 두렵고 무섭죠. 힘닿는 데까지 어떻게든 잘 살고 싶은데, 가난은 엄청난 걸림돌이 되지요. 죽고 사는 문제와 직결되니까 역시 무서워요. 하지만 다른 사람의 시선은 크게 신경 쓰이지 않고, 부끄럽지도 않습니다. 무엇보다 가난을 스스로 인지하고 있고, 또한 제 삶을 직접 선택했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일본 유학 생활 중 ‘그림책 읽어 주기 클럽’에서 읽어 줬던 그림책들

현장에서, 그리고 책을 통해 많은 아이들과 만나 보셨을 텐데요. 아이들에게 배울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또한 어린이 책을 번역하거나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 줄 때 특별히 신경 쓰게 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아이들은 타인의 이목이나 시선을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는 점이 좋아요. 친해지고 싶다는 마음만 가지면 바로 아이들도 저를 받아들이고 수용해 줘요. 제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이든, 돈이 있든 없든 상관없어요. 함께 놀 수 있는 사람인가 아닌가가 중요하지요. 지금 당장, 이 순간을 온몸을 다해 살아요, 최고죠. 집중도 잘하고, 잘 먹고요. 아이들에게 배울 점은 무궁무진합니다. 

그림책을 번역할 때는 어린이에게 읽어 주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의성어, 의태어에 대한 고민도 굉장히 많이 하고요. 또 아이들에게 읽어 줄 그림책을 선택하는 것에도 굉장한 에너지를 투자합니다. 적당한 책을 고르면 몇 번이고 소리 내 읽으며 연습해요. 아이들이 눈으로 보았을 때의 이미지와 소리로 들었을 때의 느낌을 중요시하는 것이지요.

지금까지 많은 그림책을 읽으셨을 텐데요. ‘아이들에게 추천해 주고 싶은 그림책’과 ‘어른에게 추천하고 싶은 그림책’을 각각 한 권씩 꼽고, 이유를 알려 주신다면요? 

아이들에게는 권윤덕 작가의 『고양이는 나만 따라 해』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놀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공동체 속으로 나아가는 모습이 담겨 있어서인데요, 아이는 살면서 수많은 벽과 부딪히게 되는데, 이 책에서는 최초의 담벼락인 ‘집’을 고양이와 함께 뛰어넘거든요. 혼자서는 하기 힘든 일을 곁에 있는 존재의 도움으로 해낼 수 있다면 최고지 않겠습니까.

어른에게 소개하고 싶은 책은 키티 크라우더 작가의 『메두사 엄마』로, 부모와 자녀 간의 관계, 공동체의 중요성이 그려져 있습니다. 자녀와의 관계로 고민하고 있는 분이라면 특히 이 그림책을 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눈에 띄는 성공만이 조명되어 남과 비교하게 되는 요즘입니다. 작은 실패와 성공을 이어가면서도, 오늘을 사랑하고 내일을 기다리는 법을 알려 주세요.

저는 대박, 중박도 아닌 ‘소박’을 꿈꿉니다. 소박을 바라며 살다 보면 무리하지 않으니 일상을 살아가는 힘이 비축되고, 이거다 싶을 때 에너지를 전부 쏟아 부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소박이 모아져서 중박이 되고, 그러한 중박이 모여 대박이 될지 또 어찌 알까요. 그렇게 당장 직면한 문제부터 풀어가려고 집중하다 보니 남들의 눈은 그다지 신경 쓰지 않게 되었습니다. 타인의 실패와 성공이 부러울 때도 있지만, 매일 비교하지는 않습니다. 지금 내가 마주하고 있는 가까운 존재들과 복닥거리며 살기도 벅차서요.



*강이랑

어린이와 햇살과 석양을 사랑하고,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긴다. 사람들과 함께하며 마음을 탐구하는 시간을 좋아한다. 서울예술전문대학 문예창작과 졸업 후, 직장 생활을 하다 일본 바이카 여자 대학에서 어린이 문학으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어린이 문학 연구가이자 번역가이며, 동화를 쓴다. 연구서로 『한일아동문학 수용사 연구』, 『일본 아동문학 탐구: 삶을 체험하는 책읽기』, 『조선의 풍경, 근대를 만나다(공저)』, 『동아시아 아동문학사(공저)』가 있으며 『민담의 숲을 거닐다: 세계 전래 동화 속에 숨은 상징 세계 탐험』을 공동 번역했다. 그림책 『우리 가족』과 『임금님의 이사』를 우리말로 옮겼다.




죠리퐁은 있는데 우유가 없다
죠리퐁은 있는데 우유가 없다
강이랑 저
좋은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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