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이 작가는 동남보건대 치위생과를 졸업하고 아주대에서 보건학 석사를 마쳤다. 10년 이상 치과에서 환자들과 직접 만나며 소통하고 있다. 초등학교 구강보건교육을 하며 아이들을 만나고 보건교육사 협회 전문위원으로 활동했다. 구강 관리만은 자신 있었던 치과위생사가 ‘진짜 엄마’가 되고 나서 배우고 겪고 느낀 것들을 『오늘도 이 닦으며 천만 원 법니다』라는 책에 고스란히 담았다.
지금도 고군분투하고 있을 엄마들에게 의미 있게 쓰이길 기대하며 우리 아이들의 치아 관리 방법과 부모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내용으로 도서를 구성했다.
『오늘도 이 닦으며 천만 원 법니다』 라는 제목이 매우 흥미롭습니다. 책 제목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오랜 기간 치과에서 상담을 하며 많은 환자분들과 보호자분들을 만났습니다. 치과 치료에 대한 두려움 못지않게 치과 치료비에 대한 부담에 대해 많이들 토로하셨어요. ‘천만 원’이 아닌 단돈 몇만 원이 없어 치과 치료는 물론이고 치과 방문조차 시도하지 못하는 사례들을 접하며 많이 안타까웠던 기억입니다. 엄마가 된 이후에도 많은 어머님들과의 상담에서 치과치료 비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요. 치료에는 큰돈이 들지만 예방에는 2000원 남짓한 칫솔과 치실 약간의 치약, 입을 헹구는 물값 정도가 들 뿐입니다. 우리 아이들만은 매일 습관처럼 하는 단순한 칫솔질로 큰돈도 아끼고, 굳이 겪지 않아도 될 무서운 경험도 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단순 영유아 치아 관리 방법에 대한 책은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도 이 닦으며 천만 원 법니다』는 영유아 치아 관리 방법과 부모 공감 에세이까지 책 구성이 매우 신선합니다. 책을 쓰게 된 이유와 강조하고 싶은 점을 말씀해주세요.
엄마가 되고 보니 ‘치과위생사’로서 아이들을 대하던 것과는 전혀 다르더라고요. 내 아이의 구강 관리는 영 아는 만큼 되지 않았습니다. 이를 잘 닦는 방법은 알고 있었지만 내 아이의 입을 즐겁게 벌리는 방법은 알지 못했던 거죠. 제가 이럴진대 ‘다른 어머님들은 얼마나 어려우실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쉽고 편안히 읽히는 다정한 책이 있었으면 했어요. ‘읽고 싶은 책이 시중에 없다면 내가 써야 한다-토니모리슨’라는 말이 있더라고요. 고군분투하고 있는 엄마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다정한 치카책을 쓰기로 결심했습니다. 옆집 엄마의 이야기인 양 쉽게 읽다 보면 저절로 스며들어 각자의 삶에 적용할 수 있기를 바랐어요. 그 처음 마음처럼 따뜻한 책이 나온 것 같아 만족스럽습니다.
부모가 되기 전 치과위생사로 일하며 공감하지 못했던 치과에서의 상황이 부모가 된 후 공감하게 된 에피소드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어리고 사명감만 투철했던 치과위생사 시절, 치과에 방문하셨던 임산부가 계셨어요. 잇몸에서 자꾸 피가 난다며 고충을 토로하시던 분에게 전혀 공감하지 못하고 칫솔질의 부족함만을 탓했던 철없는 치과위생사였습니다. 임신 후 만삭 즈음 되어 이를 닦을 때마다 핑크색 거품을 내뱉으며 그날이 생각났습니다. 너무 죄송스럽고 부끄러워서요. 이제는 여자의 몸이 ‘엄마’가 되면서 얼마나 바뀌는지, ‘엄마’의 역할이 언제부터 시작되는지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엄마의 입속 건강이 아이의 건강에 얼마나 영향을 끼치는지도요.
부모가 된 후 치과에 대해 생각이 많이 바뀌신 것 같아요. 일터에서 우리 아이 병원으로... 치과를 가기 전, 치과에서. 치과를 다녀와서 혹시 부모가 체크할 내용이 있다면 간단히 말씀 부탁드립니다.
작은 충치는 치료하면 되니 너무 속상해하지 마시라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어요. 아이 탓을 하지도 엄마 탓이라며 자책하지도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육아는 단거리 경주가 아닌 최장거리 마라톤이잖아요. 기나긴 경주의 시작점인 지금 시기, 조그마한 충치가 생겼다고 해서 결과를 단언할 이유는 없습니다. 하나씩 고치고 수정해나가면서 좋은 습관을 갖춰가면 되는 거예요. 아직 시간은 많아요. 두렵고 무서울 아이의 마음에 공감해 주시고 용기를 주세요. 엄마의 불안감은 아이에게 그대로 전달되니까요. 치료 전후에도 충분히 설명하고 이야기 나눠주시면 아이도 씩씩한 모습을 보여주리라 믿습니다.
이것만은 꼭 지켜주세요! 강조하고 싶은 “우리 아이 구강관리 리얼 찐 TIP” 있을까요?
‘모방, 꾸준함, WHY‘ 세 가지 정도가 떠오르네요. 부모는 아이의 거울이라고 하잖아요? 아이들은 엄마 아빠의 행동을 보고 그대로 스펀지처럼 흡수합니다. 처음엔 이 닦는 모습도 자주 보여주시는 게 좋아요. 치실 질도 마찬가지고요. 엄마 아빠가 먼저 시도하고 아이에게 적용해 주세요.
곧잘 따라 하던 아이도 어느 순간 ‘칫솔질의 귀찮음’을 알게 될지도 모릅니다. 이 닦기 싫다며 떼쓰는 동안은 몸도 마음도 어렵지만 그럼에도 계속 꾸준히 반복해 주세요. 어느 날은 닦고 어느 날은 닦지 않는 일관성 없는 행동은 아이를 헷갈리게 하기에 더없이 좋습니다. 명확한 기준이 없는 것들은 아이들에게 오히려 스트레스로 다가가곤 하거든요. 천천히 꾸준히 시도하면 칫솔질도 당연한 일과로 자리 잡을 거예요.
대부분의 일들에 how보다는 why가 중요합니다. 칫솔질도 마찬가지예요. 어떻게 닦는지 아는 것보다 왜 닦아야 하는지, 무얼 닦아야 하는지 아는 것이 먼저예요. WHY가 확실하다면 웬만한 귀찮음도 이겨낼 수 있거든요. 어려서는 그림책과 놀이를 통해, 커서는 대화를 통해 알려주세요. 평생 스스로 관리할 수 있는 주도적인 아이로 자랄 수 있도록요.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치카놀이가 있다면 추천해주세요.
그림책을 적극 활용하시라고 권해드리곤 합니다. 저 역시 그랬거든요. 아이들에게 세상을 소개하는 데에는 그림책만 한 친구가 없다고 생각해요. 책에도 몇 가지 그림책을 소개해 드렸어요. 아이가 좋아하고,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소재가 되어준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저희 집은 ‘치카치카 군단과 충치 왕국’ 그림책을 보고 난 뒤로 여전히 충치 벌레, 충치균과 싸우면서 이를 닦습니다. 입안의 충치균을 무찌르는 용감한 용사가 되는 거죠. 조금 더 닦고 싶을 때는 “저기 꼬리가 남았다!!” 소리를 지르며 이를 닦곤 합니다. 엄마라는 직업은 정말... 만능이어야 하는 것 같아요.
책을 읽게 될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우리가 지금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는지 이야기하고 싶어요. 한 아이 한 아이를 온 마음을 다해 사랑하는 일, 그 아이가 한 사람의 역할을 하는 과정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보며 믿어주는 일이요. 이 책이 아이들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엄마의 시간을 조금이나마 부드럽게 만져줄 수 있길 기대합니다. 필요한 곳에서 의미 있게 쓰이길 바라는 마음이에요. 엄마의 꾸준함과 노력은 아이들에게 반드시 티가 납니다. 우리 아이들은 분명히 ‘건강한 부자’가 될 거예요. 칫솔질, 천만 원 그 이상의 가치가 있는 일입니다.
*김선이 아메리카노보다 대추차를, 크로플보다 찐 감자를 좋아하는 조금 촌스러운 치과위생사. 10년 넘게 치과위생사로 일하고 공부하고 교육을 하다 엄마가 되었다. 내 아이의 구강 관리만은 자신 있었던 ‘치과위생사 엄마’가 찐육아를 하며, 삶에 뭉근히 스며드는 치카 이야기를 나누기로 마음먹었다. 엄마가 된 치과위생사가 배우고 겪고 느낀 것들이 누군가에게 한발 앞선 발걸음이 되기를 기대한다. 현재 치과위생사와 엄마 사이를 오가며 부지런히 행복을 주워 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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