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아웃] 함께 일 잘하는 법
오늘은 좋은 팀이란 무엇인지, 함께 일 잘하기 위한 방식은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글ㆍ사진 이혜민(크리에이터)
2022.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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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팀이 되려면 개개인이 자유로워야 한다. 감독이 그라운드 밖에서 목이 터져라 지시를 해대면 좋은 경기를 할 수 없다. 팀은 선수 한 사람 한 사람이 순간적으로 판단하며 스스로 공간을 만들고 파고드는 게 중요하고, 또 그 사람들이 모인 팀이 하나의 생물처럼 유동적으로 포메이션을 바꿀 줄 알아야한다.

경기를 뛰는 선수도 보는 사람만큼 즐거웠으면 좋겠다. 승리가 중요하지만, 그저 골대만 노리는 축구는 원치 않는다. 관객과의 일체감을 중시하는 팀으로서 축구의 즐거움을 서로 공유하며 그 기세를 무기로 결국 이기는 팀이길 원한다.”



갑자기 왠 축구 이야기냐고요? 사실 축구에 비유한 일 이야기입니다. 책 『도쿄R부동산 이렇게 일 합니다』에서 발췌한 이 문장은 어떻게 일하는 게 좋은 협업일지 고민하게 합니다. 각자도생을 부추기는 세상이지만, 조직에 속해 있든 독립적으로 일하든 우리는 결국 어떻게든 함께 일하게 되어있으니까요. 

그런데 막상 무엇이 좋은 팀일까, 어떻게 하면 함께 잘 일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좋은 그림이 잘 떠오르지 않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까지 우리가 경험한 대부분의 조직문화가 많이 낡아 있기 때문일 거예요. 물론 요즘에는 조금씩 수평적이고 개인의 자율성이 보장되는 조직들도 생겨나고 있지만 더 나은 방식은 무엇일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좋은 팀이란 무엇인지, 함께 일 잘하기 위한 방식은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이제 막 창업을 해서 조직을 꾸려야 하는 분들에게도 도움이 되겠지만, 팀원과 좀 더 나은 방식으로 일해보고 싶은 분들에게도 도움이 될 이야기일 거예요.

책 『도쿄R부동산 이렇게 일 합니다』에 대해서 들어보신 분들도 있을 거라 생각해요. 저와 같은 ‘프리워커’들 사이에서 한창 유행처럼 휩쓸고 갔던 책이거든요.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도쿄R부동산은 일본의 한 온라인 부동산 중개 사이트입니다. 조금 특이한 방식으로 운영되죠. 기존의 부동산 업계와는 다른 시각에서 재미를 기준으로 부동산 물건을 찾고 소개하는데요. 이를테면 ‘천장이 높아 탁 트인 느낌이 들고 채광이 좋다’ 거나 ‘복고풍 디자인 분위기가 좋아서 살면 살수록 애착이 생길 것' 같은 게 부동산 설명란에 적혀 있는 거죠. 일반적으로 위치나 면적이나 가격 정도만 적혀 있는 것에 비해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일반적인 부동산처럼 ‘어떤 집 찾아주세요' 같은 요청도 받지 않습니다. 대신 재미있고 감동 포인트가 있는 집을 열심히 찾고, 직접 경험하고 느낀 바를 성실하게 기록하죠. 이 특이한 부동산 웹사이트에는 월간 페이지 뷰가 3백만 회, 월 20만 명이 찾는다고 해요. 

이 부동산의 운영 방식도 재미있지만, 어떤 사람들이 어떻게 모였는지가 더 핵심입니다. 도쿄알부동산의 구성원은 10명 남짓인데 이들은 알부동산에 속해 있으면서도 속해있지 않습니다. 프리 에이전트라는 새로운 방식으로 일하고 있기 때문이죠. 이 책이 프리워커들 사이에서 회자되었던 것도 이 ‘프리 에이전트'라는 새로운 협업 방식을 제안하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프리 에이전트가 대체 뭐냐고요? 프리랜서와 뭐가 다른 건지 궁금하실 텐데요. 프리 에이전트는 미국의 작가 다니엘핑크가 처음 제안한 개념이에요. 조직에 소속되지 않고 프로젝트 단위로 계약을 맺되, 개인 스스로가 지향하는 바를 팀으로 실현하며 일하는 방식이죠. 사실 저도 이미 이렇게 일해오고 있었더라고요. 프로젝트 단위로 계약을 맺고 팀을 짜서 하는 건 콘텐츠업계에서 프리랜서가 되면 흔히 하게 되는 방식이긴 합니다. 에디터, 포토그래퍼, 디자이너, 일러스트레이터가 각각 자신의 영역에서 함께 일하며 뭔가를 만들어내니까요.

하지만 도쿄알부동산의 방식은 이보다 조금 더 나아갔습니다. 이렇게 각자 다른 일터가 있는 프리랜서 팀들이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끝나면 다시 뿔뿔이 흩어지는 게 아니라, 일반 회사처럼 공간과 마인드, 규칙과 목표를 공유한다는 점이 달라요. 프로야구나 프로축구처럼 프리랜서와 팀 요소를 접목시킨 방식입니다. 선수들은 프로팀이나 구단과 계약을 하고 팀의 우승이라는 공통의 목표를 향해 함께 같은 훈련을 하고 일하면서도, 개인 사업자로서 성과에 따라 보수를 받죠. 이것처럼 개인도 회사와 마치 직원처럼 지속적인 관계를 맺지만, 일을 만들고 진행하는 방식에서는 자유롭습니다. 이런 프리에이전트 방식은 막상 프리랜서가 됐을 때 개인으로서 규모 있는 일을 하기 어려워지는 맹점을 보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정해진 월급이 아닌 개인의 성과에 따라 보수를 나눠 갖게 된다는 리스크가 있지만, 대신 개인의 자유가 보장되죠. 도쿄알부동산은 팀의 성공과 개인의 자아실현, 이 두 가지가 균형을 이룰 때 행복을 느낀다고 보고 이 방식을 19년째 이어오고 있어요.

그렇다고 오늘 이야기하려는 주제가, 이렇게 따로 또 같이 일하자는 건 아니에요. 제가 1년이 지나 다시 이 책을 집어 들게 된 이유는 조금 다른 데 있었습니다. 저는 6년 전에 회사로부터 독립해서 내 일을 내가 만들어 일하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사실 독립적으로 일한다는 게 곧 혼자서 일한다는 뜻은 아니에요. 결국 어떤 일이 되게 만들려면 누군가와 협업해야 하고 각자의 역할을 함께할 팀이 필요합니다. 이 부분이 늘 쉽지 않았어요. 다 같이 같은 회사에 소속되어 정해준 팀원과 일하는 것과도 좀 다른 면이 있고, 저보다 후배들과 일할 때에도 기존에 내가 보고 경험해온 방식을 답습하고 싶진 않더라고요. 좀 더 나은 방식으로 서로를 대하고 소통하며 일하려면 어떻게 해야할지 늘 고민이 돼요. 독립적으로 일한 지 6년차가 되니까 요즘은 부쩍 큰 규모의 일도 늘어나고 있다 보니 고정적인 멤버가 더 필요하겠다 싶거든요. 그렇다고 일반적인 채용은 우리 방식이 아닌 것 같고, 그동안은 프로젝트 단위로 짧게 사람을 모아 일을 하긴 했지만 그보다 더 나은 차원의 대안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때 생각난 게 이 책이었어요. 

이 책의 저자이자 도쿄알부동산 공동창업자들은 새로운 워크스타일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워크스타일 1.0이 평생직장 시대였다면, 2.0은 현재처럼 이직이 많아지고 자기 역량을 키워서 독립적으로 일하는 형태를 말합니다. 하지만 이때의 선택지는 창업이나 프리랜서뿐이죠. 여기서 더 나아간 방법이 워크스타일 3.0이라고 말합니다. 고용된다는 기성의 관념에서 벗어나 회사와 독립의 중간쯤에서 프로젝트 중심으로 개인들이 모여 팀을 만들고 성과를 내는 방식,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본질적인 기쁨을 얻을 수 있는 이런 방식이 앞으로의 방향성이 아닐까 싶어요.

“누구나 독립을 할지, 이직을 할지, 급여를 택할지, 보람을 택할지를 두고 고민한다. 그러나 우리가 이상적이라 여기는 방식은 양쪽 모두를 실현하는 것이다. 리스크가 높은 독립도 아니고 조직에 속박되지도 않으며, 그렇다고 수입과 재미를 포기하지도 않는 법이다. 또한 조직은 아무래도 개인을 소홀히 할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우리는 다양한 개성의 집합체가 되는 조직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각자 개성을 서로 존중하는 것이 강점이 되는 팀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 이상론이 아니라 현실적인 방법을 실현하면서 계속 시행착오를 겪는 중이다. 어디까지나 개인들이 편안하고 자유롭게 일하기 위해 우리 방식은 존재할 것이다.”

저는 이렇게 새로운 방식으로 일할 수 있었던 비결이 바로 함께 일하는 방식, ‘어떤 팀이 될 것인가'에 대해 다른 관점으로 고민했다는 점 같아요. 그렇기에 오늘 소개하는 이 책이 저처럼 크리에이터나 독립한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되겠지만, 오히려 직장에 다니고 계신 분들, 조직 내에서 좋은 팀 분위기를 만들고 싶거나, 팀원들과 좀 더 나은 방식으로 일해보고 싶은 분들에게도 좋은 참고서가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물론 내가 당장 크게 뭔가를 바꿀 수 없는 입장일 수도 있겠지만, 요즘의 일과 조직문화의 흐름을 알고 있다면 적어도 지금 무엇이 잘못되어 있고, 왜 팀워크가 약한지, 지금 상황에서 무엇을 시도해볼 수 있을지 알 수 있을 테니까요. 그리고 앞으로 내가 조직을 만들거나 다른 조직을 선택해야할 때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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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R부동산 이렇게 일 합니다
도쿄R부동산 이렇게 일 합니다
바바 마사타카,하야시 아쓰미,요시자토 히로야 공저 | 정문주 역
정예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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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민(크리에이터)

밀레니얼 인터뷰 채널 '요즘 것들의 사생활'을 운영하며 『요즘 것들의 사생활 : 먹고사니즘』 등을 썼다. 나다운 삶의 선택지를 탐구하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