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현듯(오은) : 오늘 주제는 ‘‘중쇄 응원 특집! 이 책을 살려야 한다”입니다. 사실 모든 좋은 책들은 중쇄했으면 하는 바람인데요. 특히 잘 알려지지 않은 책들을 소개하고 싶었어요.
불현듯(오은)이 추천하는 책
황준원 저 | 파지트
저자 황준원 작가님은 미래 소식을 쉽게 전달하는 일을 하고자 ‘미래 캐스터’라는 직업을 창직해서 활동하시는 분이에요. 유튜브 채널 ‘미래채널 MyF’도 운영하고 계시고요. 대기업, 공기관, 학교, 세미나 등에서 강연을 많이 하신다고 합니다. 재밌는 게 작가님이 미래에 관련된 책에 관심이 생겨서 읽기 시작하는데 그 책들이 하나같이 어려웠대요. 그래서 가급적이면 누가 읽어도 미래에 대해 대비하고 예측할 수 있는 책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해요. 그래서인지 이 책은 서문도 독특합니다. 서문의 제목이 ‘About this book’이거든요. 각 소제목이 ‘이 책은 무엇에 대한 내용인가’, ‘이 책을 쓴 사람은 누구인가’, ‘이 책의 차별점은 무엇인가’, ‘이 책을 이용하는 방법은’ 등이고요. 서문을 읽으면 이 책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구나를 알게 돼요.
이 책이 ‘마케팅/세일즈’ 카테고리에 속해 있더라고요. 저는 오히려 ‘자기계발’, ‘라이프스타일’, ‘미래예측’ 분야도 괜찮았겠다는 생각을 했는데요. 여기 등장하는 삶의 방식 같은 것을 보면 내가 지금 살고 있는 것을 한 번 더 유심히 살펴보게 되거든요.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을 들여다보면서 내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될지를 가늠하게 해주는 책이기도 했어요.
책은 인구 변화와 인간관계의 변화, 기후 위기, 첨단 기술의 변화, 직업 등을 다루고 있고요. 첫 번째로 제가 소개해 드릴 파트는 인구 변화입니다. 우리나라 노인의 기준 나이가 65세죠. 65세 이상의 인구를 비생산 인구로 보고, 나이 든 사람이 일을 안 하기 때문에 모든 부담을 젊은 층이 가져야 된다고 생각하기 쉬운데요.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이 책을 통해 처음으로 해보게 됐어요. 데이터로 보면 65세 이상이 많아지고, 태어나는 사람은 적으니까 청년들이 부담할 게 많다고 하지만 65세 이상 어른들을 보면 많은 분들이 경제활동을 하고 계시거든요. 이렇듯 데이터만 가지고는 설명할 수 없는 부분들까지 건드려주는 책이어서 훨씬 더 좋았던 것 같아요.
이 책이 해결점을 주는 것은 아니에요. 다만 내가 이 상황이라면 어떻게 대응할까를 책을 통해 상상해보면 어떨까 싶고요. 트렌드에 관한 책, 올해는 뭐가 유행할 것인지 알려주는 책들도 많이 있지만요. 어떻게 이 상황을 활용하거나 극복하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일에 한 발짝 다가갈 수 있을까, 라는 고민을 품고 있는 분들에게는 이 책이 분명히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프랑소와 엄이 추천하는 책
김한민 글·그림 | workroom(워크룸프레스)
워크룸프레스는 우리나라 북디자인을 이끌고 있는 곳이죠. 김한민 작가님 신작 소식을 보고 고민도 없이 바로 사서 읽었는데요. 이 책은 사실 너무 따끈따끈한 신간이기 때문에 인공호흡이 필요한 단계는 아닙니다. 하지만 중쇄를 찍지 않았을 시기이기 때문에 이 책이 중쇄를 조금 더 빠르게 찍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가지고 왔어요. 예전에 어떤 분이 어떤 작가를 좋아한다면 그 작가의 신작이 나왔을 때 바로 반응해주라는 글을 남기신 걸 본 적이 있거든요. 그런 의미에서도 꼭 소개하고 싶었어요.
2018년에 <어떤,책임> ‘표지가 미래다’ 편에서 김한민 작가님의 『책섬』을 소개했었는데요. 그때는 ‘그림 소설’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지금은 ‘그래픽노블’이라는 말이 대중적으로 알려진 것 같아요. 김한민 작가님은 굉장히 오래전부터 그래픽노블 작업을 하고 계시고요. 그림책도 쓰고, 번역도 하면서 여러 작업을 하고 계시죠. 그나저나 저는 이 책의 제목을 처음에 ‘착한 척은 괴로워’로 읽었어요. 요즘 제 마음이 그랬던 것 같아요.(웃음) 제가 이 책에서 가장 좋았던 문장을 하나만 꼽으라고 하면 이 부분이에요.
이제는 남의 고통도 나와 떨어져서 생각할 수 없게 됐어. 좋은 얘기처럼 들리지. 근데 그 뜻이 아니야. 남의 고통을 대할 때도 그것에 아파하는 나에게 주목한다는 얘기야.
저도 요즘 저를 보면서도, 타인을 보면서도 이런 생각을 자주 했거든요. 내가 누군가에게 잘해주고 싶어서 뭔가를 해줬는데 그 마음을 따져보면 ‘내가 이렇게 너 배려하는 사람이야, 내가 너를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야’라는 생각을 갖고 싶어서일 때도 있는 거죠. 어떤 동기가 됐든 좋은 방향으로 가는 것일 수도 있지만 이런 여러 동기들이 나를 힘들게 할 때도 있는 것 같아요. 무엇을 해도 자기 중심적인 사고를 벗어날 수 없는 게 인간인가, 하는 생각을 요즘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책의 주인공은 나와 ‘마야’라는 인물인데요. 주인공 ‘나’는 매일 아침 퇴직 준비를 하죠. 어느 날 시민단체 앞에서 피켓 시위를 하는 마야라는 인물을 발견합니다. 그는 NGO계에서 공포의 시위꾼으로 소문난 인물이에요. 마야는 언제나 적나라하게 지적하고 실명을 거론하면서 시위를 하는 사람이거든요. 주인공은 문득 저 사람을 돕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요. 매일 아침 준비했지만 매일 저녁 실패한 그 일, 바로 퇴사를 하고 마야와 함께 기후 정치를 하는 정당을 설립해요. 책에는 동물 해방, 기후 위기, 미투, 인류세, 채식 등의 개념들이 막 쏟아지는데요. 짧은 글과 그림 속에서도 어떤 이야기를 저자가 하고 싶은지, 어떤 이야기를 담고 싶었는지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느낌이었어요. 작가님이 오랫동안 고민하던 주제를 다 담은 책 같고요. 우리가 이런 책을 자꾸 읽으면서 자극을 받아야 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캘리가 추천하는 책
박지현, 채세린 저 / 장상미 역 | 슬로비
표지를 보면 단번에 눈에 띄는 부분이 있어요. ‘박지현 이야기, 채세린 글, 장상미 옮김’이라는 부분인데요. 세 분 다 한국 여성이거든요. 그런데 한 사람은 자신의 이야기를 했고, 한 사람이 그것을 글로 적었고, 또 한 사람은 그것을 옮겼다는 거예요. 의아하시죠. 먼저 이 책의 가장 중요한 주인공이기도 한 박지현 님을 소개할게요. 1968년에 함경북도 청진에서 태어난 분입니다. 이분이 서른이 넘은 1998년도에 탈북을 하셨고요. 2008년에 영국으로 망명해서 현재 가족과 함께 영국에서 거주하고 계세요. 그리고 영국 안에서 북한 인권을 증언하는 인권 운동을 해오셨는데요. 그러던 중에 채세린 님을 만난 거예요. 국제 엠네스티에서 만드는 다큐에 인터뷰이로 박지현 님이 출연하셨는데 인터뷰어를 찾다가 우연히 채세린 님에게까지 연락이 닿은 거죠.
채세린 님은 원래 인터뷰를 하던 사람도 아니고, 글을 쓰던 사람도 아니지만 그냥 한국어를 할 수 있어서 간 거였어요. 채세린 님은 1965년에 남한에서 태어났고요. 아버지가 외교관이라 채세린 님은 프랑스, 서부 아프리카 등에서 성장했죠. 그래서 글을 프랑스어로 쓰세요. 모국어는 한국어지만 성장하면서 학습하고, 지적 활동을 했던 것은 프랑스어였기 때문에요. 두 분은 한국어로 인터뷰를 나눴지만 글은 프랑스어로 쓰였고요. 프랑스에서 2019년, 『두 한국 여성』이라는 책으로 출간됐습니다. 그 책이 영어로 번역됐고, 그 영역본을 장상미 님께서 한국어로 옮겨 여기까지 온 거예요. 책 출간 과정 자체가 놀라운 기적 같기도 하고, 그렇다면 이 책을 독자로서 읽는 것은 이 여정에 함께 참여하는 것 같아서 이 책은 진짜 많이 읽고 중쇄를 찍어야 된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책을 박지현 님의 구술생애사라고도 할 수 있어요. 앞부분은 박지현 님의 북한에서의 어린 시절을 굉장히 자세하게 다루고 있고요. 후반부에 가서는 어떻게 해서 탈북을 결심하게 됐는지, 탈북 이후에 얼마나 고초를 겪으면서 지금에 이르렀는지를 다루고 있거든요. 이 흐름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참담하고, 드라마틱하기도 해요. 이것을 저는 한 사람의 성공 스토리라고 얘기하고 싶은데요. 한 사람이 자기 삶의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고, 삶을 운명에 맡기지 않고 어떻게든 쟁취해낸 이야기거든요. 그 한 명을 독자로서 정확하게 알 수 있게 됐다는 것에 너무 감동하면서 읽은 책이에요. 책이 돌아 돌아서 내 책상 앞에 왔다는 것이 간절하게 감사한 일이었어요.
제 이야기를 통해 북한 사람도 그냥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배고프고 불쌍한 정치적 꼭두각시가 아니라 하루를 살아가기 위해 매일 싸우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독자 리뷰 중에 “아픔을 보여준 책인데 초라해 보이지 않는다”는 평을 읽고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북한 사람은 초라하지만은 않으니까요. 머지않아 남한 사람 북한 사람이 아니라 그냥 한국인으로 불리게 될 그날이 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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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연선
읽고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