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행복하다고 느끼는 순간은 몹시 소소한 순간들인 것 같아요.
마당에 꽃이 피거나 이 책에서처럼 햇빛이 창에 길게 들어오거나 하는 그런 순간들요.”
『행복은 어디에나 있어』는 볼로냐 라가치상, 에즈라 잭 키츠상, 샬롯 졸로토상, 미국 아시아·태평양 도서관 사서 협회 선정 문학상 등 유수의 그림책상을 수상한 작가 염혜원의 그림과 오랜 시간 <타임>, <에스콰이어> 편집자이자 저널리스트로 활동한 작가 브루스 핸디의 문장으로 '행복'을 이야기하는 그림책이다. 우리가 소소한 일상에서 느끼고 경험하는 다양한 감정과 행복의 순간을 시적이고 위트가 번뜩이는 짧은 문장, 사랑스러운 어린이들의 모습과 색으로 포착해 냈다. 펜데믹 상황으로 모두가 지치고 무기력해진 때에 『행복은 어디에나 있어』는 우리의 현재는 작은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행복은 우리 곁 어디에나 있다고 위로하고 격려하며 어린이와 어른 모두에게 더없이 행복한 선물이 되어 줄 것이다.
『행복은 어디에나 있어』에서는 오랜 시간 저널리스트이자 칼럼니스트, 매거진 편집자로 활동한 브루스 핸디가 글을 쓰고 작가님께서는 그림 작업만 참여하셨어요. 이 원고의 어떤 점에 끌리셨는지 궁금합니다.
글을 처음 받았을 때 하나의 이야기가 아닌 점이 가장 맘에 들었어요. 정해진 주인공이나 배경이 따로 없으니 그동안 그리고 싶었던 인물과 풍경들을 다 그려 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원문은 시처럼 각각의 장면이 대구로 이루어져 있어서, 그 리듬감을 잘 살리면 좋은 그림책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스토리 중심이 아니다 보니 매 장면에 등장하는 아이들이 모두 주인공처럼 느껴졌어요. 다양한 인종의 아이들이 균형 있게 등장해 저마다의 상황에서 행복을 느끼는 모습들이 너무 예뻐 보이는데요. 다양한 아이들의 일상 속 다채로운 모습들을 어떻게 포착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어쩌면 어떤 장면에서는 작가님의 두 아이가 모델이 되었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제가 사는 브루클린에는 다양한 인종과 문화를 가진 사람들이 정말 많아요. 서로 다른 문화를 나누고 서로를 존중하고 배우는 교육이 미국에서는 가장 중요한 점으로 여겨지다 보니 저도 다양한 캐릭터를 등장시키려고 신경 쓰는 편이에요. 사실 늘 다양한 사람들과 섞여 살다 보니 그저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기도 하는 것 같아요. 이 책에서는 특별히 모든 면면에서의 행복이 느껴질 수 있도록 더욱더 다양한 아이들을 등장시키려 신경 썼어요. 아, 제 아이들은 이제 너무 많이 커서 보고 그리기는 힘들어요. 그래도 “꾹 참는 마음” 같은 장면은 확실히 우리 아이가 모델이 되었죠.
그렇다면 『행복은 어디에나 있어』에서 가장 마음이 가는, 작가님만의 베스트 장면을 꼽는다면 어느 장면일까요? 그 이유는요?
가장 맘에 드는 장면은 “할 일 없는 심심함, 할 일 없는 행복”이에요. 똑같이 할 일이 없지만 같은 상황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서 행복할 수도 있고 심심할 수도 있잖아요. 뻔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늘 잊고 아등바등 살다가 책을 열어 이런 페이지를 보고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끄덕할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변화는 두려운 것이 아니고 포장지에 싸인 선물처럼 뭔가 기대되는 것’이라고 말씀하신 한 인터뷰를 봤어요. 『행복은 어디에나 있어』에서도 변하지 않음과 변하는 것에 대한 장면이 등장하는데요. 양쪽으로 접지를 펼치게 되어 있잖아요. 저는 그 접지를 펼칠 때 마치 선물을 싸고 있는 포장지를 푸는 느낌이 들었어요. ‘이 안에 어떤 글과 그림이 기다리고 있을까’ 기대도 됐고요! 아이가 엄마를 찾는 장면도 접지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장면의 의도와 책의 물성이 잘 맞아서 훨씬 효과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이 책을 출간한 미국의 독립 출판사 Enchanted Lion Books를 운영하는 발행인이자 편집자인 클라우디아의 아이디어였어요. 미국에서 출판된 제 책에서는 처음으로 접지 페이지를 넣은 거예요. 그것도 3장이나 들어갔죠. 접지 구성 덕분에 처음에 스케치를 했을 때보다 확실히 책 전체에 더 리듬감이 생겼어요. 특히 말씀하신 장면에서는 길고 긴 변화 없는 회색 페이지를 보다가 눈이 오는 페이지를 열었을 때의 행복감을 더 느낄 수 있는 것 같아요. 정사각형 모양의 책이지만 중간중간 긴 그림으로 변화를 주는 데서 오는 시각적인 시원함도 있고요. 책의 그림뿐 아니라 모양이나 형식으로도 많은 것을 얘기해 줄 수 있다는 걸 다시 한번 배웠어요.
2년째 세계적으로 펜데믹 상황이 이어지다 보니 너나없이 많이 지치고 무기력해진 게 사실이에요. 작은 일에도 쉽게 예민해지는 것 같고요. 한편으로는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사람들이 삶을 마주하는 자세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자기 자신의 내면에 집중하고, 자신의 곁을 보듬고, 작은 것에서 행복을 찾는 일이 점점 더 늘고 있는 것 같아요. 혹시 이러한 펜데믹 상황이 이 책의 작업이나 작가님의 삶에 끼친 영향이 있을까요?
이 책의 채색을 시작했을 때 뉴욕에서는 락다운이 막 시작되었거든요. 무섭고 힘든 시간이었어요. 그때 처음 채색을 시작한 장면이 “시작할 때는 걱정, 함께할 때는 행복”이었어요. 아이가 철망을 붙들고 있는 장면을 그리면서 답답한 마음을 잔뜩 이입했다가, 다음 장면을 그리면서 그래도 가족과 함께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는 생각을 했죠. 그림을 그리면서 한 장면 한 장면이 제게도 위로가 되었어요. 브루스 글의 좋은 점들을 더 많이 알게 되고 감동도 받았고요.
요즘, 작가님은 언제 가장 행복하다고 느끼시나요?
우리 아이들이 실없는 얘기를 할 때 헛웃음이 나거든요. (웃음) 그럴 때 너무 행복해요. 한국어로 ‘행복’이라고 하면 너무 거창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영어로 ‘해피’ 하면 이상하게도 행복은 사실 가지기 어려운 것이 아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진짜 행복하다고 느끼는 순간은 몹시 소소한 순간들인 것 같아요. 마당에 꽃이 피거나 이 책에서처럼 햇빛이 창에 길게 들어오거나 하는 그런 순간들요.
작가님께서 또 어떤 작품을 선보이실지 궁금해하고 기대하는 독자들이 많을 것 같아요. 어떤 작품을 준비하고 계신가요?
제가 쓰고 그린 『으르렁 이발소』의 주인공들이 다시 등장하는 그림책이 미국과 한국 동시 출간을 앞두고 있어요. 이번에는 아기 사자와 동생이 같이 예방 주사를 맞으러 가는 이야기예요. 그림 작업만 한 책 두 권도 올해 출간할 예정이고요. 지금은 2023년에 나올 책들을 열심히 작업하고 있습니다.
*염혜원 서울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판화를 공부했으며, 뉴욕 스쿨 오브 비주얼 아트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공부했다. 지금은 브루클린에 살면서 그림책 작업을 활발하게 하고 있다. 『어젯밤에 뭐했니?』로 볼로냐 라가치 픽션 부문 우수상을, 『야호! 오늘은 유치원 가는 날』로 에즈라 잭 키츠 상을, 『물웅덩이로 참방!』으로 미국 아시아·태평양 도서관 사서 협회 선정 문학상(APALA)을, 『수영장 가는 날』로 샬롯 졸로토 상을 받았다. 그 밖에 쓰고 그린 책으로 『쌍둥이는 너무 좋아』, 『우리는 쌍둥이 언니』가 있고, 『나는 자라요』, 『너무너무 무서울 때 읽는 책』에 그림을 그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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