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럽 변호사 손수호의 리얼 사람 이야기
『사람이 싫다』는 다른 사람을 미워하고 저주하는 책이 아니에요. 변호사로 일하며 그동안 받은 수많은 질문에 대한 답이에요.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21.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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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수호 변호사

『사람이 싫다』는 <무한도전>, <사건반장>, <김현정의 뉴스쇼>, <역사저널 그날> 등의 방송을 통해 대중에게 친숙한 ‘셀럽 변호사’ 손수호가 자신의 10여 년 변호사 생활을 털어놓은 에세이다. 결코 무겁고, 진지하고, 답답한 '법학서적'이 아니다. 저자가 변호사로 일하면서 경험한 희로애락을 다양하게 담아낸 솔직담백하고 흥미로운 책이다. 변호사를 동경, 선망하는 이들에게 그들의 삶과 생활을 가까이서 엿볼 수 있게 해주는 매력이 있으며, 평소 우리가 영화나 드라마 속 캐릭터로 만났던 변호사들의 모습이 실제의 그것과 얼마나 접점이 있는지, 혹은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도 매우 사실적인 묘사로 잘 그려내고 있다. 또한 미디어가 전하는 단면을 제한적으로 접했던 각종 사건, 사고, 범죄, 재판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게 만드는 의미 있는 책이다. 저자 손수호 변호사로부터 직접 『사람이 싫다』의 면면을 들어봤다.



일단, 제목이 너무나도 인상적입니다. 가히 문제적 제목이라고 불러도 지나치지 않을 것 같은데요. 『사람이 싫다』는 대체 무슨 뜻입니까? 그리고 책을 통해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무엇인가요? 정말 그렇게까지 사람이 싫으신 것인지도 궁금합니다.

제목을 잘 지은 것 같네요. 사실 이번 책 제목을 구상하다 갑자기 떠오른 말은 아니고요. 그동안 변호사로 일하면서 느낀 솔직한 감정이에요. 직업 특성상 여러 사건을 대중에게 설명할 때가 많아요. 간혹 직접 다룬 사건들을 소개할 때도 있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변호사로서 회사를 운영하면서 접하는 수많은 사람과 사건과 상황들…,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근원적 회의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사람이 생각만큼 단순하지 않다. 순수하지 않다. 선하지 않다. 저 말이 사기일 수 있다. 언제든 배신할 수 있다. 이런 생각을 할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그동안 자주 ‘사람이 싫다’고 말해왔는데, 그게 이번 책 제목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런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저만 그렇게 생각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출간 한참 전에 별 생각 없이 이번에 쓰고 있는 책 제목은 『사람이 싫다』라고 하자마자 많은 분들이 공감의 반응을 보내줬어요. 각자 ‘사람이 싫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다르겠지만, 다들 지금 현재 사람으로 인한 좌절과 실망과 안타까움을 느끼고 있기 때문 아닐까 싶네요. 그리고 혹시나 해서 말씀드리고 싶은데요. 『사람이 싫다』는 다른 사람을 미워하고 저주하는 책이 아니에요. 변호사로 일하며 그동안 받은 수많은 질문에 대한 답이에요. 또한 제가 어떤 인생을 살아야 할지 고민하는 과정과 내용이 담겨 있어요. 실제 사건에 기초한 번민이에요. 아름다운 곳만 바라보며 희망찬 미래를 약속하는 위선과 가식보다, 자기감정 솔직히 털어놓고 함께 느끼고 공유하는 게 지금 이 팍팍한 시절에 더 어울리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책 속에서 변호사는 '글 쓰는 사람'이라고 설명하신 부분이 있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변호사라는 직업의 정체성이 '글 쓰는 사람'이라면, 원고를 쓰고 책을 만들어가는 과정 역시 어느 정도 큰 어려움 없이 수월한 편이었나요? 집필 작업 중 즐거웠다거나 어려웠다거나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일이 있으신가요?

글 쓰는 일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재미있는 일이었던 것 같아요. 다 쓰고 나서 돌아보니 그렇더라고요. 하지만 진짜 힘들고 어려운 일이기도 했습니다. 한참 동안 하루 종일 글을 썼어요. 낮에는 법률문서를 작성하고, 밤이 되면 에세이를 쓴 거죠. 그런데 둘 다 글쓰기이기는 하지만, 막상 해보니 완전히 다른 일이더라고요. 법문서는 논리적이어야 하고 빈틈이 없어야 해요. 중간에 독자가 상상할 수 있거나 상상해야 하는 부분이 들어가면 잘못 쓴 거죠. 큰일 나요. 하지만 에세이는 정반대죠.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해야 하니까요. 주간 업무와 야간 업무의 전환이 생각처럼 쉽지 않아서 힘들었어요. 어색하기도 했고요. 하지만 이번 작업을 통해서 글쓰기 자체가 독서만큼이나 즐거운 일이라는 걸 몸으로 느꼈어요. 특히 내용부터 문체까지 가식 없이 솔직하게 드러냈어요. 아직 풀지 않은 에피소드가 한가득 남아있으니, 그걸 가지고 다른 재미있는 일을 더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손수호 변호사

정의감에 불타는 열혈 변호사 같은 분들이 세상에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변호사는 먹고사는 문제로 고민하는 직업인일 뿐이라고 얘기하셨습니다. 하지만 변호사님께도 분명 잊지 못할, 끓는 피를 참기 어려웠던 안타까운 사건들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피해자나 의뢰인, 사건, 사고가 있다면요?

법령과 법조 윤리상 제가 다룬 사건을 자세히 이야기하기는 어려워요. 그래서 책에서도 대단히 조심했어요. 누구 이야기인지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내용과 맥락을 충실히 전달하는 방법을 줄곧 고민했습니다. 그래도 언론에 직접 공개된 사건들은 조금 더 말할 수 있었어요. 이번 사건도 그런데요. 바로 제주 고유정 사건이에요. 전 남편을 살해한 후 사체를 끔찍하게 처리해서 큰 충격을 줬던 끔찍한 사건이이었어요.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죠. 의붓아들 살인은 무죄 확정됐지만요.

그런데 그 사건의 또 다른 피해자가 있어요. 바로 살인이 벌어진 바로 그 펜션 업주입니다. 업주는 은퇴 후 노후 수단으로 펜션을 운영하던 노부부였어요. 아무런 잘못도 없이 하루아침에 망해버렸어요. 그날 이후 단 하루도 영업을 할 수 없었고, 지금도 방치되어 있어요. 마땅한 해결책이 안 보여요. 손해배상 소송에서 이겼지만 그 손해는 어떻게 할 방법이 없어요. 안타까운 일이에요. 이건 남 일이 아니에요. 누구든 언제든 운 없으면 이런 일을 당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이 늘 머리에 남아 있어요. 그래서 이 책의 저자 인세 중 일부를 조금이나마 피해자에게 전하려고 합니다.

그와는 반대되는 기억도 적잖이 있으실 거라고 생각이 듭니다. 흔히 속된 말로 '인간 쓰레기'라고 불릴 정도의 악독한 의뢰인은 없었나요? 그런 사람들을 변호하게 되는 상황은 어떤 자괴감이나 자기혐오, 일에 대한 환멸로 다가올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일단 그런 사건은 수임 안 해야죠. 그래야 변호사도 안전해요. 속도 편하고요. 이상한 사건을 수임하면 결국 탈나요. 그래서 뭔가 아니다싶으면 초고액 수임료를 제시해서 돌려보내는 게 가장 무난하더라고요. 하지만 일단 수임했는데 알고 보니 의뢰인이 악마인 경우도 있기는 해요. 자기 변호사까지 속이는 거죠. ‘내추럴 본 킬러’만 있는 게 아니라 ‘내추럴 본 사기꾼’도 우리 주변에 많습니다. 그리고 그 중에는 어느 순간 갑자기 자기 변호사를 적으로 삼고 화력을 집중하는 사람도 있어요. 상식으로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일이죠. 하지만 실제로 별 일이 다 생겨요. 그런 일 겪으면 진이 다 빠지죠. 그냥 다 관두고 무인도로 떠나고 싶어지고요. 더 두려운 건, 그런 사람인지 아닌지 겉으로 봐선 전혀 알 수 없다는 겁니다. 우리 모두는 그저 하루하루 운에 맡고 살아가는 거죠. 정말 무서운 일이에요. 왜 제 책 제목이 『사람이 싫다』인지 아시겠죠?

책을 이루는 파트 네 개가 왕가위 감독의 영화 제목 <아비정전>, <중경삼림>, <타락천사>, <화양연화>입니다. 책 속에서 홍콩과 홍콩 영화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신 부분도 있어서 어떤 마음으로 각 장의 제목을 그렇게 정하신지 알 것 같은데,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요즘 젊은 세대의 독자들은 그 의미나 분위기를 알기 어려울 것 같거든요.

책은 대중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특히 자비 출판도 아닌 상업 출판 영역에서는 더더욱 그렇겠죠. 물론 『사람이 싫다』는 변호사의 일상과 애환을 누구보다 생생하게 그렸고, 직접 접한 에피소드로 가득 차있어요. 그래서 독자들의 관심을 끌 자신도 있고요. 그렇지만 파트 제목으로 사용한 왕가위 영화는 그렇지 못할 수도 있어서 약간 걱정되긴 했어요. 독자들이 이게 어떤 의미인지 어떤 맥락인지 전혀 모를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누구에게나 이성이 아닌 감성으로 동경하는 대상, 장소와 시간이 있을 거예요. 저에게는 그게 왕가위 영화 그리고 홍콩이거든요. 학교에서 친구가 빌려준 비디오테이프로 본 <중경삼림>의 분위기를 잊을 수 없네요. 시간이 한참 지났지만 여전히 그 순간이 가슴에 남아 있어요. 왕가위 영화 네 편을 염두에 두고 글을 쓰기 시작한 건지, 아니면 글을 써놓고 보니 마침 딱 분위기와 내용이 저 네 편의 영화와 맞아 떨어진 건지. 사실 저도 잘 모르겠네요. 각 파트별로 왜 그 영화를 제목으로 삼았는지 설명하는 글이 있어요. 거의 마지막에 쓴 부분인데, 짧은 문장들이지만 마음에 들어요. 여운도 있고. 그 짧은 글을 통해 전체 구성이 맞아떨어지게 만든 것 같아서 저 혼자 굉장히 뿌듯했어요.

그리고 영화 이야기가 나왔으니 조금 더 해보면요. 요새는 OTT를 통해서 예전 영화도 아주 쉽게 좋은 화질로 볼 수 있잖아요. 10대, 20대가 왕가위를 잘 모를 수 있지만, 『사람이 싫다』를 읽고 나서 궁금해서 찾아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서 언제나 한 시대의 젊은이들이 느끼는 공감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 시절의 젊은이와 지금의 청춘이 완전히 다르지는 않을 테니까요. 생각난 김에 저도 다시 봐야겠네요.

변호사님은 대중이 생각하는 변호사의 이미지와는 많이 다르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좋아하시는 홍콩 영화도 그렇고, 열렬히 응원하시는 K리그의 인천 유나이티드도 주류와는 거리가 좀 멀잖아요. 정치권의 러브콜도 많이 받으셨을 것 같은데, 변호사 은퇴하면 작은 서점이나 북카페를 여는 게 꿈이라고 말씀하신 것도 그렇고요. 변호사님이 조금 '다른' 변호사이신 걸까요? 아니면, 대중이 너무 변호사에 대해 고정관념을 갖고 있는 걸까요?

원래 어릴 때 꿈이 서점 주인이었어요. 그 꿈을 늦었지만 이제라도 이루고 싶은 거죠. 그리고 서점 자체도 중요하지만 장소도 중요해요. 어쩌면 그게 핵심일 수도 있어요. 고향 인천 바닷가 ‘개항장 거리’로 가야죠. 늘 그리워하는 마음의 고향이 있다는 게 너무 좋아요. 물론 저와 다른 변호사도 많겠죠. 특히 정치적 권력과 명성을 마지막 목표로 삼는 사람도 있고요. 변호사가 3만 명이나 되기 때문에 다양할 수밖에 없을 거예요. 법조인도 사람이니 당연한 일이겠죠. 다들 각자의 인생을 사는 거니까요. 저는 여전히 제 나름의 정답을 찾고 있고요, 『사람이 싫다』에 그 여정이 담겨 있어요.


손수호 변호사

책이 나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다음 책으로 준비하고 계신 콘텐츠도 있고, 출판을 떠나 다양한 프로젝트를 구상 중이시라고 들었습니다. 유튜브 채널 <손수호호호>, 1인 출판사 <책과 불나방>도 운영 중이시고요. 구체적으로 어떤 계획들을 갖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마지막으로, <사람이 싫다>가 독자들에게 어떤 책으로 전해지기를 바라시나요?

해보고 싶은 게 죄다 돈 안 되는 일이다보니 개인적으로 직접 할 수밖에 없어요. 주변에 민폐 안 끼치려면 혼자 쓰고 편집하고 마무리까지 해야죠. 본업에 계속 충실하면서도 보다 더 시간을 아껴서 사용하려고 해요. 특히 재판을 거치면서 결론이 계속 엇갈린 사건들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치과의사 살인사건, 캄보디아 아내 교통사고 사망 사건, 여수 선착장 사망 사건 등이 되겠죠. 그리고 억울하게 살인 누명 쓸 뻔한 사건도 다루고 싶어요. 한화콘도 살인 사건, 김 순경 살인 사건, 7번방의 선물 사건이 떠오르네요. 묵직하고 무거운 작업이 될 것 같아요.

하지만 『사람이 싫다』는 그렇지 않아요. 법률이나 정치사회 분야로 분류됐지만, 딱 맞아떨어지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절대로 법학 서적이 아니거든요. 정치 이야기도 전혀 없고요. 어둡거나 답답한 내용도 아니에요. 독자에게 편하게 다가갈 수 있는 생활 에세이예요. 독자들이 재미있게 읽도록 만들려고 노력했어요. 구상 단계부터 마지막 마무리 작업까지 계속해서 독자들의 읽는 재미를 고려했어요. 팔려야 책이고, 읽혀야 책이라고 생각해요. 『사람이 싫다』를 통해 누군가는 글 읽기가 주는 재미를 새로이 느끼게 되면 좋겠어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이야기를 꼭 하고 싶은데요. 참고서 외에 평생 처음으로 서점에서 책을 사봤다는 젊은 분들의 연락을 꽤 많이 받았어요. 대단히 큰 감동을 받았어요. 고맙기도 하고요. 『사람이 싫다』를 썼는데 이러다 사람이 좋아질 것 같아서 큰일이네요. 독자의 기대를 실망시키지 않는 책이 되면 좋겠어요. 과장도 없고 내숭도 없는 책이라는 평가를 받고 싶어요. 솔직하게 썼으니 제 마음이 제대로 전해지겠죠?




*손수호

1978년 인천 출생. 서울 역삼동에 있는 법무법인 지혁 대표 변호사. 로펌 대표로 정신없이 일하면서도, 늘 세상과 사람을 주의 깊게 들여다보고 그 속에서 무언가 찾아내기 위해 노력한다. 그래서 사회에 큰 충격을 준 강력사건과 미제사건을 대중에게 쉽고 정확하게 전달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절대로 정치권에 가지 않겠다고 여러 차례 확언했고, 오히려 문학, 문화, 예체능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특히 프로축구 K리그 인천 유나이티드의 열성 팬이자 구단 고문변호사이며, 구단 자체 방송의 경기 해설자이기도 하다.
이세돌 9단, SK텔레콤 등 여러 기업체와 기관의 고문변호사로 활동하면서 일과 취미 모두를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인천 바닷가에 작은 서점을 여는 평생의 꿈을 이루기 위해 오늘도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눈코 뜰 새 없이 일한다.



사람이 싫다
사람이 싫다
손수호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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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