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개인적 시선이 보여주는 지역의 재미와 의미를 찾아나서는 ‘가장 사적인 한국 여행’ 시리즈의 첫 책으로 ‘경북 울진’을 담은 『내게도 돌아갈 곳이 생겼다』가 출간됐다. 저자는 울진의 외갓집에서 할머니와 함께한 일 년을 글과 사진으로 엮었다. 담담하면서도 유쾌하게 풀어낸 할머니와의 다정한 하루하루가 읽는 이의 마음에 찡하게 전해진다. 풍경에 반하고, 추억에 반하고, 사람에게 마저 반하는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겼다.
표지에 ‘가장 사적인 한국 여행 시리즈 1편’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어떤 의도로 이런 시리즈를 시작하게 됐나요?
지역에 대한 아주 사사롭고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담아보고 싶었어요. 지역 명소 소개, 지역 맛집 소개는 이미 많이 나와 있잖아요. 그보다는 거기 사는 평범한 아무개 씨가 뭐 해 먹고 살고, 하루를 어떻게 보내는지를 담은, 그래서 읽고 나면 “아, 꼭 거기 가서 그 아무개 씨를 만나고 온 것 같아”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지역별로 쭉 모아보면 재미있을 거 같았죠. 다들 ‘현지인처럼 살아보는’ 여행을 하고 싶어 하는 요즈음인데 각지의 정말 소소하고 아기자기한 일상을 간접적으로나마 접할 수 있는 것도 의미 있겠다 싶었고요. 그렇게 ‘가장 사적인’이라는 키워드로 출판사 대표님과 의기투합했습니다.
할머니와 살며 울진 여행을 시작했을 때로부터 10여 년이 흘렀는데요, 따끈따끈한 기억을 가지고 바로 썼다면 어땠을지? 지금 책을 내고 난 뒤 어떤 생각이 드는지 궁금합니다.
아마 전혀 다른 책이 되었을 거 같아요. 10년 전 일 년 살이를 뼈대로 하고 있는 이야기는 맞지만 그 이후로 울진을 더 드나들며 겪고 느낀 것들이나 또 할머니, 어머니와 관계가 한층 무르익으며 나눈 대화들이 없었더라면 쓸 수 없었을 부분이 많거든요. 그리고 당시 생겨난 온갖 에피소드 가운데 오랜 세월이 흐른 후에도 여전히 ‘써야겠다’고 마음먹게 만드는 내용만 추릴 수 있었다는 점에서도, 글감을 묵혀둔 게 결코 나쁜 선택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책 출간 뒤 가족들이 가장 반기셨을 것 같습니다. 특히 할머니는 표지 모델이 되셨는데, 좋아하셨는지요?
다정한 성격이지만 감정 표현 자체는 무뚝뚝한 편이시라, 제게 직접 “잘했다, 잘했다.” 하며 엉덩이를 두들겨주는 식으로 칭찬하시지는 않는데요, 저희 어머니와 통화를 하시면서 손녀딸이 엄청 기특하고 자랑스럽다는 얘길 계속 하신다고 전해 들었어요. 그리고 저에겐 “책 많이 팔아서 부자 될 거 같으면 내 사진 얼마든지 써라.”라고 말씀하셨는데 음… 제가 더 열심히 팔아야죠, 하하하. 부자는 못 되겠지만 표지 모델료는 약소하게나마 꼭 드리고 싶어요.
할머니의 일상을 포착한 사진이 책에 많이 담겨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더 정이 가거나 애틋한 사진이 있을까요?
조각보 만드는 할머니의 뒷모습을 찍은 사진은 몇 년이 지난 지금도 눈앞에 아른거려요. 할머니가 처음부터 원해서 조각보 만드는 법을 배운 것은 아닐 거잖아요. 시대가 그랬기에 배워야만 했을 여러 가지 살림 중 하나였을 텐데 그래도 그 안에서 나름의 소소한 재미를 찾아 즐기시는 모습이 참 좋았어요. 얼마나 흥이 났으면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재봉질을 하고, 또 쑥스러워서 좀처럼 안 하는 노래까지 내 앞에서 흥얼거리셨을까 싶고요. 길쌈은 힘들어서 더는 못 하시지만, 조각보 만들기는 앞으로도 오래오래 더 즐기실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여행 다니는 동안 마을 분들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했는데, 그분들과의 후일담도 궁금합니다.
울진 여행이 아무 탈 없이 마무리될 수 있었던 건 정말 곳곳의 동네 할머니, 할아버지 들이 알게 모르게 돌봐 주신 덕분이었구나, 원고 쓰면서 새삼 다시 깨달았어요. 당시에 그분들 사진도 많이 찍었는데 얼굴이 드러나다 보니 혹시나 조심스러워 책에는 거의 쓰지 않았거든요. 이제 그때 그 사진들 다 인화해서 책이랑 같이 들고 다시 동네마다 찾아 뵙고 싶어요. 제가 카메라 들이댔을 때 어색하게 포즈를 취하며 웃어주셨던 10여 년 전의 그 기억을 돌려드리고 싶어요. 어서 코로나가 잠잠해지길 기다립니다.
결국 가장 나중에 돌아갈 곳은 울진이라고 생각하나요?
‘돌아 간다’는 게 반드시 ‘영영 돌아가서 뿌리박고 살다가 거기서 생을 마감한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언제든 가서 벅찬 일상을 잠시 내려 둘 수 있는 곳, 다시 현실을 마주할 수 있는 힘을 채워주는 곳, 그런 곳들이 다 내 마음의 ‘돌아갈 곳’ 아닐까요. 그곳이 꼭 물리적인 장소일 필요도 없고요. 힘들 때 늘 돌려보는 영화, 꺼내 듣는 노래, 툭 터놓을 수 있는 누군가와의 만남, 위로가 되는 음식… 그런 맥락에서라면 네, 울진은 제게 분명 그 ‘돌아갈 곳’ 중 하나예요.
지금 이 순간 가장 돌아가고 싶은 울진은 어디인가요?
진복 바다요. 고운 물빛에 파도는 거친, 참 아름다운 바다예요. 책에도 적었듯 제게는 여러 가지 이유로 잊기 힘든 바다이기도 하고요. 핸드폰에 항상 이 바다의 사진들과 파도 소리 녹음 파일을 품고 다녀요. 틈틈이 열어서 보고, 밤에 잠 안 올 때 눈 감고 듣고. 아, 지금 생각난 김에 다시 한번 들어야겠어요. (웃음)
*노나리 가능한 한 자주 여행을 떠난다. 낯선 세상과 부딪힐 때 받는 새로운 자극이 내 안의 뻔한 틀을 깨뜨려, 이전보다 조금은 더 성장할 수 있다고 믿는다. 여행서적 『그린란드 지구의 중심의 걷다』, 아동서적 『눈과 얼음의 도시 누크』, 학교 밖 청소년 인터뷰 모음집 『어디로든, 무엇이든』, 미얀마 여행기 <같이 걸을까 미얀 미얀 미얀마>를 썼다. 가까운 시일 내 이루고 싶은 목표는 여행책 두 권 마저 쓰기, 먼 목표 중 하나는 겨울에 그린란드로 여행 가기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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