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속도를 지키기는커녕 세상의 속도를 따라가기에만 급급한 우리에게 『다산의 철학』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다산의 철학을 보여준다. 윤성희 저자는 정약용이 살았던 조선시대와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 그 사이의 접점을 포착하여 다산의 편지에 담긴 그의 철학을 현재의 시점에 알맞게 녹여냈다. ‘사는 게 버거울 때는 잠시 쉬어갈 것’, ‘꿈을 잃지 않되 현실에 충실할 것’ 등 저자가 현대적인 시각으로 발견해낸 32가지의 실천 방향은 수많은 이야기가 쉬지 않고 오가는 세상 속에서 우리 스스로를 잃지 않고 지켜낼 수 있게 도울 것이다.
작가님 자기소개 및 책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편지큐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윤성희입니다. 가장 훌륭한 소통의 도구라고 생각하는 편지가 사라지는 게 안타까워서 함께 편지를 쓰고, 읽자고 외치는 사람이에요. 이번에 출간한 『다산의 철학』은 다산 정약용이 남긴 편지들 가운데 제 마음에 닿은 편지들을 소개한 책인데요, 200년 전에 다산이 남긴 편지를 현대의 눈으로 읽고, 어떻게 하면 내 삶에 적용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 볼 수 있는 책이에요.
다산의 편지 덕에 ‘편지 큐레이터’를 직업으로 삼게 되었다고 들었어요. 어떤 편지였는지요? 그리고 ‘편지 큐레이터’가 어떤 직업인지에 대해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다산의 편지를 처음 읽은 건 2010년이었어요. 그때 제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5년 만에 대학교에 들어가서 공부를 하고 있었는데요, 교과서에서 <농아광지>라는 편지를 읽었어요. 다산이 막내아들 농아를 그리며 쓴 편지였죠. 그런데 이게 아들의 무덤에 넣으려고 쓴 ‘광지(壙誌)’였어요. 그러니까 아들이 죽은 후에 다산이 그를 그리며 쓴 편지인거죠. 3년의 삶을 산 농아가 아버지 다산과 함께 산 세월은 1년뿐이었어요. 아이가 태어나면서 집안에 어려움이 닥쳤고, 다산이 유배 생활을 했기 때문이죠. 다산은 그게 내내 마음이 아팠던 것 같아요. 편지에 ‘사람이 60년을 산다고 하면 40년을 부모와 헤어져 산 것’이라며 애통해해요. 그리고 아이와의 추억을 적은 후에 아이의 생김새를 더듬으며 기록해요. 편지를 읽는데 우리 아들 얼굴하고 농아하고 겹쳐 보이더라고요. 그때 제 아들이 다섯 살 이었거든요. 자식을 앞세운 다산의 마음이 얼마나 절절하게 다가오던지, 교과서를 읽다가 펑펑 울었어요. 이 편지 덕분에 다산에게 관심을 갖게 됐고, 그의 편지를 사람들에게 소개하게 됐어요.
‘편지큐레이터’는 한 시대를 살다간 사람들의 편지를 소개하는 직업인데요, 제가 만든 말이에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편지 쓰는 걸 좋아했어요. 그래서 친구들과 지인들에게 많은 편지를 썼고요. 어른이 된 후에도 편지의 중요성을 깨닫고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들과 편지를 쓸 수 있을까 고민하며, 편지 쓰는 방법을 알려주는 강의를 했었죠. 그러다 다산의 편지를 읽으면서 소통하는 법과 삶의 희노애락을 어떻게 즐기고 견뎌야 하는지를 배울 수 있었어요. 이런 것들을 많은 사람과 나누고 싶어서 편지큐레이터가 되었지요. 저는 좋은 고전 작품이 수많은 세월을 건너서도 사람들의 마음에 울림을 주듯이, 편지도 그렇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사람들에게 울림을 주는 편지를 소개하고 있답니다.
많고 많은 명사들의 편지 중에, ‘다산’의 편지에 매료된 이유가 있을까요?
다산의 편지를 읽으면서 다산이 ‘사람’으로 다가왔기 때문이에요. ‘다산 정약용’이라고 하면 거대한 산 같잖아요. 보통사람들은 가까이 할 수 없는 위대한 사람이요. 그런데 다산이 쓴 편지를 읽으면서, 다산도 감정을 느끼는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고, 그게 너무 좋았어요. 조선을 대표하는 학자가 아니라 아이들의 건강을 염려하고, 아이들 공부에 관심을 갖고, 다른 이들과 함께 더불어 살길 원했던 사람이요. 지금 내가 동네에서 마주칠 수 있는 누군가처럼, 다산도 ‘사람’이라는 게 너무 좋았던 거죠. 그래서 그에게 매료된 것 같아요.
책 속의 편지들 중 가장 좋아하는 글이 있다면요?
하나면 꼽기가 쉽지 않지만, 제자 황상에게 써준 ‘부지런 하라’는 편지를 좋아해요. 다산이 황상에게 공부를 권했을 때, 황상이 자신에게는 세 가지 문제가 있다고 고백해요. 둔한데다가 생각이 꽉 막혔고, 생각이 짜임새가 없다고요. 그러자 다산이 그를 응원해요. ‘끝이 둔한데 뚫어내면 그 구멍이 넓고, 막혔다가 터지면 그 흐름이 성대하며, 잘 들어맞지 않아 어근버근한 것을 갈아 내면 그 빛이 윤택하다’고요. 그러면서 그렇게 되려면 ‘부지런히 해야 한다’고 말하거든요. 제가 이 편지를 좋아하는 이유는, 이 말이 다산이 제게 하는 말 같아서예요.
제가 처음에 다산의 편지를 읽을 때, 이해하기가 어려웠어요. 왜 이런 편지를 썼는지 배경지식이 없으니 마음에 와 닿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다산은 왜 이런 편지를 썼을까, 배경과 이유를 찾아가는 공부를 했어요. 그런데 다산이라는 사람이 정말 거대해서 공부해야 하는 게 너무 많더라고요. 다산이 살았던 시대의 역사와 교류했던 사람들, 그때 일어난 사건들까지 하나 하 하나 공부해야했어요. 나는 그냥 편지 한 통을 잘 읽고 싶을 뿐인데, 공부해야 하는 게 너무 많으니까 힘들더라고요. 그때 이 편지가 많은 위로가 되었어요. 부지런히 하다보면 나도 넓게 뚫을 수 있고, 성대하게 흘러가겠구나, 그리고 빛나는 사람이 되겠구나... 싶었던 거죠. 요즘에도 끝이 보이지 않을 때 이 편지를 꺼내 읽어요.
200년 전 다산이 남긴 편지 속에 유의미한 통찰과 지혜가 많은데요. 오늘날 힘들어하는 청년들이 ‘다산’의 편지에서 어떤 메시지를 얻을 수 있을까요?
다산의 삶은 평탄치 않았어요. 재능은 뛰어났지만 시기 질투도 많이 받았고, 오랜 세월을 유배지에 묶여서 갖고 있는 재능을 세상을 위해서 쓰지 못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산은 삶을 포기하지 않았거든요. 힘겨운 상황 속에서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삶을 이어갔죠. ‘삶에서 가장 중요한 건 행복’이라고들 하잖아요. 그런데 다산은 ‘삶에서 가장 중요한 건 살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일희일비 하지말라는 편지도 썼고, 폐족이라고 삶을 포기하지 말고 책을 읽으며 성인이 되도록 노력하라고 했죠. 다산은 오늘을 살고 있는 청년들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아요. 세상이 아무리 뭔가를 이뤄야 한다고, 가져야 한다고 다그쳐도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살아가는 것’이라고요. 어떤 상황에서든 삶을 포기하지 않고 완주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주지 않나 생각해요.
이 책을 어떻게 읽으면 다산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까요?
‘나’라는 사람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러 가지 역할을 가진 사람이잖아요. 누군가의 딸이나 아들이기도 하고, 어머니나 아버지일 수도 있고요. 일을 하고 있다면 직업인으로서의 역할도 있을 것이고, 지인들에게도 관계에 따라 친구나 선배, 혹은 후배 등 다양한 역할을 가지고 있을 거예요. 그래서 우리는 모두 ‘입체적인 사람’일 텐데요, 다산 또한 그렇게 입체적인 사람이었다는 것을 기억하면서 이 책을 읽으면 좋겠어요. 다산도 누군가의 아들이자 아버지였고, 친구였고, 동생이었고, 스승이었으니까요. 다양한 시선으로 사람을 바라보고, 그들과 함께 공감하고 교류하려고 애썼던 다산이 지금을 살고 있는 나와 다르지 않다는 마음으로 책을 읽으면 그의 편지가 더 깊게 다가올 거예요. 다산을 역사 속에 박제 된 거대한 위인이 아니라, 한 시대를 살았던 ‘사람’으로 기억하면 좋을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을 독자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이 책은 다산의 편지 원문을 번역한 글과 편지를 현대의 시선으로 해석한 글이 함께 있어요. 다산의 편지가 어렵게 느껴진다면 현대의 시선으로 해석한 글을 먼저 읽으셔도 좋아요. 그리고 다시 다산의 편지를 읽으면 문장 하나하나가 더 깊게 다가올 거예요. 다산의 편지와 해석된 글을 읽으신 후에 그럼 ‘다산의 편지를 내 삶에는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실천 방법들을 찾아서 삶에 적용하면 어떨까 싶어요. 생각한 것을 실천하는 것도 다산이 우리에게 가르쳐준 삶의 지혜거든요. 또 하나! 『다산의 철학』을 계기로 다산이 쓴 다른 글과 다른 학자들이 써 놓은 다산에 관한 책들도 많이 읽어주시면 좋겠어요. 그러면 다산이 200년 전 사람이 아니라, 내 옆에서 살아 숨 쉬는 사람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을 테니까요.
*윤성희 편지를 소개하는 편지 큐레이터. 대학 시절 교과서에서 정약용의 편지를 읽고 난 뒤, 한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이 남긴 편지를 찾아 연구하기 시작했다. 방송작가, 카피라이터, 콘텐츠 기획자 등으로 일했던 경험을 살려 여러 매체에 편지를 소개하고 있으며, 소소한 것으로 치부되는 편지가 얼마나 큰 힘을 지니고 있는지 알리고 싶어 ‘편지 강의’를 하고 있다. 대안교육기관에서 청소년들과 글을 쓰며 ‘내일의 작가들’을 만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기적의 손편지』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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