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로 하나된 온택트 축제, 제 4회 <골든핑거 기타페스티벌>
'열린 것 자체가 기적'인 이번 공연은 관객과 뮤지션이 시공간과 땀방울을 공유할 다음 기적의 도약대가 될 것이다.
글ㆍ사진 이즘
2021.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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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차

한국을 대표하는 기타리스트들의 연주 축제 <골든핑거 기타페스티벌>이 어느덧 4회째를 맞았다. 작년부터 계속된 코로나 사태로 인해 올해도 그들의 기타 사운드는 현장이 아닌 라이브 송출 플랫폼 '줌(Zoom)'을 타고 비대면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공연의 규모는 2배로 커졌다. 전년도에 참여했던 6명의 기타 연주자는 물론이고 떠오르는 신진 기타리스트 6명까지 가세하며 8월 11일과 12일 양일에 걸쳐 진행되었다. 1일차 공연에선 황린(ABTB), 천상혁, 임정현(FunTwo), 박창곤(이승철과 황제), 신윤철(서울 일렉트릭 밴드), 장호일(015B)이 무대에 나섰다.


 

임진모 음악 평론가의 소개와 함께 처음으로 무대에 오른 기타리스트는 밴드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밴드 2>에서 활약 중인 황린이다. 방송에서도 선보였던 자작곡 'Keep your head low'는 거친 퍼포먼스로 분위기를 고조시켰고 'Fallacy'와 '±0'의 멋들어진 손가락 움직임은 화면 너머 관중들의 이목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음악을 그림처럼 그려내는 능력이 뛰어난 그의 무대는 앞으로 써 내려갈 행보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기 충분했다.

전자 기타의 강렬한 오프닝 이후 등장한 것은 천상혁의 어쿠스틱 기타였다. 의자에 앉아 손가락만 바삐 움직이며 강아지가 뛰어노는 모습을 그린 자작곡 'Before'로 몰입감 있는 연주를 선보였다. 평소 회초리 같은 날렵함을 가지고 있지만 이번 무대에선 스티비 원더의 'Isn't she lovely'를 편곡하여 은은함을 더했다. 하나의 작은 밴드 같은 핑거 스타일의 천상혁은 기타 한 대로 끌어낼 수 있는 최대치를 보여주었다.


 


2005년 '캐논 변주곡' 커버로 하루아침에 유튜브 스타로 거듭난 임정현은 3곡 모두 자작곡을 선보였다. 첫 곡 'All for one, one for all'을 마치고 영어로 자기소개를 한 그의 기타엔 착한 멜로디와 청량한 사운드가 묻어났다. 섬세하면서도 힘을 잃지 않는 연주는 'It's OK'와 'Story'에 담긴 희망찬 메시지를 전하며 격리에 지친 관중을 위로했다.

이승철과 황제의 박창곤은 귀에 익숙한 멜로디로 무대를 시작했다. 베토벤 교향곡 제9번 '희망의 찬가'를 곁들인 'Fresh drink'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서로 의지하며 힘내자는 의미를 내비쳤다. 터널 건너편의 희미한 불빛을 향해 나아가는 'The winter' 역시 힘든 시기를 견뎌내다 보면 언젠가는 따뜻함이 올 것이라는 내용과 함께 애잔한 희망을 전했다.


 

뒤이어 등장한 연주자는 스투지스 앨범 사진이 그려진 티셔츠를 입은 신윤철. 수줍은 얼굴의 그가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기타를 붙잡는 순간 숱한 기타 레전드들이 스쳐갔다. 'Voodoo chile(Slight return)'에서는 지미 헨드릭스와 스티비 레이 본, 'Cause we've ended as lovers'에서는 제프 벡과 로이 부캐넌, 'Purple rain'에서는 프린스와 신윤철 본인을 소환하며 축제의 의의와 가슴 속의 기타 영웅들을 되새겼다.

첫날의 마지막 무대는 기타페스티벌의 터줏대감인 015B 장호일이 장식했다. 산타나의 'I love you much too much'와 솔로 앨범에 수록된 연주곡 'Aneka'는 정적인 연주로도 모던 록의 지존다운 면모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축제는 015B의 신나는 노래 '아주 오래된 연인들'로 마무리되었다.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기억되는 명곡은 강렬하면서도 직관적인 기타 사운드의 힘을 다시금 깨닫게 해줬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서로가 직접 숨결을 섞을 순 없었지만 이런 행사가 열린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했다. 서로의 연주를 보며 응원과 감탄을 쏟아내는 기타리스트는 물론 40만원 상당의 기타에 당첨되어 내년에 연주를 들려주고 싶다는 관객까지 이날 참석한 모두는 기타로 이어져 있었다. 한 명 한 명이 장르가 되어 만들어낸 <골든핑거 기타페스티벌>은 비대면 공연 문화의 가능성을 바탕으로 더 많은 기타인을 조명하며 다시 돌아올 것을 약속했다.

2일차

대중음악의 역사는 밴드와 함께했다. 기타로 코드를 잡아 곡을 스케치하고 키보드와 베이스, 드럼과 합을 맞춰 완성품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은 정통적인 문법이 되었다. 하지만 가상 악기를 활용한 미디 음악이 곡 제작의 패러다임을 바꿔 놓았고 생악기의 매력을 오롯이 드러내는 음악이 감소해 연주자가 설 자리도 제한되었다. 변화의 흐름을 두고 옳고 그름을 따지려는 게 아니다. 대중음악의 존속은 대중의 관심에 달려있기에 다양성 문제를 재고해 보자는 것. 최근 국내에선 <슈퍼밴드 2>라는 밴드 결성 프로그램이 방영 중이며 팝스타 올리비아 로드리고와 백예린이 이끄는 더 발룬티어스가 록 음악을 꺼내 들어 화제를 모았다.

한국 밴드 음악의 명맥을 이어가는 기타리스트들이 <골든핑거 기타페스티벌>이란 공연으로 플랫폼창동61에 모였다. 각양각색 12인의 연주자들이 8월 11일, 12일에 걸쳐 멋진 연주를 들려준 이번 공연은 팬데믹 상황을 고려해 언택트와 온라인을 결합한 온택트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비대면 공연이다 보니 현장에 별도로 좌석이 마련되지 않았으나 게스트 신분으로 오프라인 공연을 즐길 수 있었고 오랜만에 기타 본연의 음색을 느끼는 시간이었다. 공연을 관람한 12일에는 양태환, 하세빈, 김진산, 박영수, 조필성, 유병열 총 6인의 기타리스트가 무대를 펼쳤다.


 

공연의 시작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 폐막식 공연으로 화제를 모은 2005년생 '기타 신동' 양태환. 조금 긴장한듯한 십 대 소년은 이내 여유로운 표정으로 몸을 흔들며 연주에 흠뻑 빠지는 모습을 보여줬다. 스피드 메탈로 편곡한 비발디의 '사계' 중 '겨울'엔 장엄과 폭발력이 공존했고 김연자의 '아모르 파티'는 펑키(Funky)한 기타 인스트루멘탈로 재탄생했다. 연주 도중 장윤정의 '어머나!'를 매시업 하는 재치는 덤.



무대의 열기를 이어받은 기타리스트 하세빈은 비장한 표정으로 공연에 임했고 몸짓 하나하나가 연극 혹은 영화의 한 장면처럼 드라마틱했다. 서정적인 록 음악으로 두터운 팬 층을 보유한 밴드 네미시스의 주요 곡을 도맡아 만든 그는 선율을 표현하는데 특화된 기타 플레이를 선보였다. 옥타브를 넘나드는 현란한 건반 연주로 멀티 플레이어로서의 역량까지 드러냈다.


 

어쿠스틱 기타로 일렉트릭 기타의 굉음 사이를 완급 조절한 김진산은 <슈퍼밴드2>에 출연해 인지도를 높인 또 한 명의 2005년생 천재 기타리스트다. 그는 기타의 몸통을 두드려 퍼커션의 효과를 주는 '타악기 법'을 적극적으로 사용해 풍성한 리듬감으로 캐나다의 핑거스타일 기타 연주자 칼럼 그레이엄의 'Phoneix rising'을 커버했다. 하우스 밴드의 도움 없이 펼쳐진 유일한 공연이었지만 기타 한 대만으로 이목을 집중시키는 섬세한 연주가 돋보였다.


 

바로크 메탈 그룹 지하드의 기타리스트 박영수는 장발에 딱 달라붙는 블랙 진과 부츠로 과거의 향수를 자아냈고 잉베이 맘스틴의 'Far beyond the sun'을 연상케 하는 클래시컬한 속주는 화끈한 무대 매너와 맞물려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영화 <디 워>의 사운드트랙에 수록된 지하드의 'Dragon of dreams'에서는 신시사이저 솔로잉과 투 베이스 드러밍으로 하우스 밴드의 연주력을 극대화하며 합주의 미학을 드러냈다.


 

곧이어 박영수와 대비되는 청바지와 티셔츠 차림의 기타리스트 조필성이 등장했다. 전인권의 '돌고 돌고 돌고'와 한영애 '누구 없소'를 펑키(Funky)한 스타일로 편곡한 그는 자신이 속한 프로그레시브 메탈 그룹 예레미의 복잡다단한 음악과 대비되는 편안한 연주로 어깨를 들썩이게 했다. 인터뷰에서 밝힌 “이제는 기타를 테크니컬하게 잘 치려고 하기 보다는 기타 연주의 즐거움을 대중과 공유하고 싶다.”라는 목표에 부합하는 무대를 선보였다.


 

조필성의 바통을 넘겨받아 피날레를 장식한 유병열은 윤도현 밴드의 초기 리더이자 비갠후의 리드 기타로 오랜 경력을 가진 베테랑 연주자다. 하드 록의 정통성에 펑크(Funk)를 버무린 연주는 와미 바와 볼륨 페달로 소리의 맛을 한껏 살린 자작곡 'Guitar guitar'에서 극에 달했다. 이번 공연의 기획에도 참여한 그는 “음악 선진국 중에 기타 연주 음악이 발달하지 않은 국가는 없다.”“대중들이 더욱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에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전했다. 공연에 출연한 후배들을 대표해서 한 말일 것이다.


 

올해 <골든핑거 기타페스티벌>은 팬데믹의 여파에서 내린 최선의 선택이었다. 현장에 투입된 많은 인원이 풍성한 사운드를 구현했으며 기타 연주자들을 뒷받침하는 하우스 밴드의 노련한 연주도 인상적이었다. 온라인 미팅 플랫폼 Zoom을 도입, 스크린을 통해 관객과 호흡했고 후드티 선물과 경품 추첨으로 흥미도 제공했지만 역설적으로 뮤지션과 관객의 직접 소통이 공연의 가장 본질적인 요소임을 재확인한 순간이기도 했다. 진행자의 말처럼 '열린 것 자체가 기적'인 이번 공연은 관객과 뮤지션이 시공간과 땀방울을 공유할 다음 기적의 도약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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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