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펑크로 쏘아 올린 연대의 외침, 드링킹소년소녀합창단

이즘 특집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스핀(Spin)지가 이 앨범을 주목한다. 심지어 외국의 한 평론가는 작품을 “이르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올해의 음반”이라 평했다. 도대체 이 앨범이 뭐길래. (2021.08.13)

왼쪽부터 김명진(드럼,보컬), 한정훈(기타,보컬), 배미나(베이스,보컬)

지난 7월 21일 <Marriage License> 즉, '결혼 허가증'이란 다소 독특한 이름의 신보가 발매됐다. 국내보다 해외 음악 시장에서 먼저 반응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지진 않았으나 나름 굵은 역사를 가진 미국의 KEXP, 페이스트 매거진(pastemegazine), 밴드캠프(Bandcamp daily) 그리고 스핀(Spin)지가 이 앨범을 주목한다. 심지어 외국의 한 평론가는 작품을 “이르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올해의 음반”이라 평했다. 도대체 이 앨범이 뭐길래.

거두절미하고 본론으로 들어가자면 작품은 대구 기반의 펑크(Punk) 밴드 드링킹소년소녀합창단의 두 번째 정규음반이다. 2013년 드럼과 보컬의 김명진, 베이스와 보컬을 맡은 배미나를 주축으로 결성됐다. 기타를 치는 멤버가 여러 차례 바뀌었지만 2021년 유일한 남성, 한정훈과 만나 현재의 구성원을 갖췄다.

소포모어가 해외 평단의 관심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답은 앨범 커버에 있다. 네 번째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 '약속'을 하듯 새끼손가락을 걸고 보란 듯이 치켜세운 가운뎃손가락. 끝으로 여느 살색과는 다르게 핑크색으로 덧칠해진 피부색까지. 이 거대한 은유와 비유는 선명한 메시지를 지닌 수록곡을 통해 풀어진다. 해석은 쉽다. 그룹은 '핑크'로 표상되는 '여성'의 편에서 서서 세상에 거대한 '퍽유(fuxx you)'를 날린다.


정규 2집 <Marriage License>의 음반 커버

한 가지 힌트를 더 활용하자면 그건 음반의 제목이다. 이들이 작품으로 드러내고자 한 것은 '결혼'이란 제도가 양분하는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이며 법적으로 '결혼'할 수 없는 자들을 향한 연대다. 작년 여성 인디 뮤지션들을 주축으로 만들어진 <We, Do It Together>에 수록되기도 한 '사적인 복수'는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과 말투 / 내 세상이 그렇게 편해 보여” 날카롭게 쏘아 묻는다. 이는 성폭력 피해자들의 입장을 대변한다. 강렬한 기타 리프로 섬뜩하고도 간결한 이야기를 전하는 '차렷', “소리 내지 않으면 무슨 소용인가” 외치는 'Hit the corner' 역시 시선은 사회를 향한다. 예술계 블랙리스트와 지금도 계속해서 피해사례가 이어지는 N번방 사건이 바로 그것. 이렇듯 이들의 노래는 대표하고 대변하며 힘을 모아 저격한다.

눈여겨볼 것은 그 질료가 다름 아닌 '펑크(punk)'라는 점이다. 1980년대의 영국 밴드 섹스 피스톨즈를 중심으로 저항과 반항을 표출하기 위해 자주 소환된 펑크가 여기 지금 한국의 여성 중심 그룹의 자양분이 됐다. 특히 여성과 펑크의 만남은 비키니 킬(Bikini Kill), 홀(Hole) 등이 활약했던 1990년대 라이엇 걸(Riot grrrl) 운동에 뿌리를 두며 한층 진한 의미를 생성한다. 그러니까 유서 깊고 강한 여성들의 목소리 내기의 방식이라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국내보다 해외에서 이들의 펑크가 더 열렬한 환호를 받는 것은 국외에 선행한 이러한 여성 록의 역사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가부장적인 우리나라의 사회, 문화적 분위기와 펑크 장르의 현재 인기 및 유행 정도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요소이긴 하지만 말이다.


11개의 수록곡에 23분이 채 되지 않는 짧은 러닝타임이 가하는 일격은 세다. 잦은 경우로 영어 가사가 등장하나 그 핵심은 같고 풀이 또한 어렵지 않다. '우리는 계속해서 오도바이를 탈 거야 / 우리는 살아 있거든' 노래하는 'Odoby', 봄은 시련 뒤에 오기에 오늘을 살고 오늘을 달린다고 말하는 'There is no spring', 늘 함께 있겠다고 손을 잡아주는 끝 곡 'Wish'. 음반에는 확실한 비판과 명징한 연대가 공존한다. 그러나 쉽고 직선적인 선율로 결국의, 최종적인 희망을 외치는 것이야말로 밴드의 특강, 특장점이다. 드링킹소년소녀합창단의 에너지가 더욱 큰 울림의 파고를 향해 힘차게 달려 나간다.





추천기사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드링킹소년소녀합창단 - Marriage License

<드링킹소년소녀합창단>16,300원(19% + 1%)

작년 2월 드링킹소년소녀합창단은 2주간 유럽투어를 다녀왔다. 투어 중 코로나19가 발생했다. 금세 진정될 거라 생각했지만 판데믹은 전세계의 현상으로 번졌고, 이후 대부분의 공연이 취소 연기되었다. 드링킹소년소녀합창단은 모든 것이 멈춘 지금 신보를 작업하자 결심했다. 밴드를 결성해 수년 간 활동하며 쌓여진 곡들을 ..

  • 카트
  • 리스트
  • 바로구매

오늘의 책

수많은 사랑의 사건들에 관하여

청춘이란 단어와 가장 가까운 시인 이병률의 일곱번째 시집. 이번 신작은 ‘생의 암호’를 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사랑에 관한 단상이다. 언어화되기 전, 시제조차 결정할 수 없는 사랑의 사건을 감각적으로 풀어냈다. 아름답고 처연한 봄, 시인의 고백에 기대어 소란한 나의 마음을 살펴보시기를.

청춘의 거울, 정영욱의 단단한 위로

70만 독자의 마음을 해석해준 에세이스트 정영욱의 신작. 관계와 자존감에 대한 불안을 짚어내며 자신을 믿고 나아가는 것이 결국 현명한 선택임을 일깨운다. 청춘앓이를 겪고 있는 모든 이에게, 결국 해내면 그만이라는 마음을 전하는 작가의 문장들을 마주해보자.

내 마음을 좀먹는 질투를 날려 버려!

어린이가 지닌 마음의 힘을 믿는 유설화 작가의 <장갑 초등학교> 시리즈 신작! 장갑 초등학교에 새로 전학 온 발가락 양말! 야구 장갑은 운동을 좋아하는 발가락 양말에게 호감을 느끼지만, 호감은 곧 질투로 바뀌게 된다. 과연 야구 장갑은 질투심을 떨쳐 버리고, 발가락 양말과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위기는 최고의 기회다!

『내일의 부』, 『부의 체인저』로 남다른 통찰과 새로운 투자 매뉴얼을 전한 조던 김장섭의 신간이다. 상승과 하락이 반복되며 찾아오는 위기와 기회를 중심으로 저자만의 새로운 투자 해법을 담았다. 위기를 극복하고 기회 삼아 부의 길로 들어서는 조던식 매뉴얼을 만나보자.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