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우리는 여전히 코로나19 바이러스와의 싸움을 이어 가고 있다. 감염병이 퍼지며 많은 이가 목숨을 잃었고, 사회는 혼란에 빠졌다. 이는 과거에도 반복된 일이었다. 정확히 200년 전 조선에 호열자(콜레라)가 처음 유행했다. 『괴질』 은 바로 그때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청소년 역사소설이다.
『괴질』은 지금으로부터 200년 전인 1821년 조선에 실제 있던 감염병을 다루는데요. 여러 시기 중에서도 왜 조선 후기에 일어난 감염병을 선택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지금 우리는 코로나19라는 생소한 감염병으로 인해 큰 혼란과 고통을 겪고 있잖아요. 그런데 역사를 돌아보면 이와 유사한 일이 여러 차례 있었어요. 과거의 경험을 통해 우리가 배울 수 있는 점이 분명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처음 이 소설을 구상하게 되었지요.
‘괴질(콜레라)’에 대한 첫 공식적인 기록은 1821년에 평안감사 김이교가 올린 상소문입니다. 하루에 수백여 명의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가는 무서운 감염병이 퍼지고 있다는 내용이었지요. 의학과 과학이 발달하지 않았던 과거에는 여러 돌림병이 때마다 사람들을 괴롭히곤 했지만, 괴질은 전파 속도와 사망자 수에 있어 압도적이라 사람들의 공포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어요. 현재 코로나19 역시 아직 치료약도 없고, 계속해서 변이 바이러스가 나타나고 있어서 1821년 조선의 상황과 비슷한 점이 많다고 생각했습니다.
소설은 평안도 운산을 배경으로 합니다. 지금에서는 꽤 낯선 지역인데요. 평안도를 배경으로 설정한 데는 어떤 이유가 있었나요?
평안도 지역을 선택한 이유는 두 가지예요. 첫째는 괴질이 중국을 거쳐 최초로 조선에 유입되기 시작한 곳이 평안도 지역이었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이유는 평안도 정주가 1811년 ‘홍경래의 난’이라는 농민반란이 일어난 곳이기 때문이에요. 평안도는 활발한 상업 활동을 바탕으로 빠르게 경제 발전을 이룬 역동적인 지역이었지만, 오랫동안 중앙 정치 권력에서 소외되고 지역민에 대한 차별대우가 있었다고 해요. 완이 서얼이라는 이유로 신분제 사회에서 차별받았듯이 평안도는 지역 전체가 차별을 받고 있었던 셈이지요. 그래서 실제로 평안도 사람들은 중앙에서 내려온 관리에 대한 불만이 많았고, 지역민을 돌보지 않는 중앙 관리(소설 속에서는 사또)의 횡포를 보여주기에도 적절하다고 생각했어요.
홍이와 완은 전혀 다른 환경에서 자랐지만, 신분제라는 한계에 가로막혀 있다는 점에서 닮았습니다. 왜 두 아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우셨나요?
홍이는 가난한 약초꾼의 딸이고, 완은 사또의 아들이지만 서얼이라 신분제 사회인 조선에서 제 능력을 마음껏 펼칠 수 없는 처지입니다. 차별받는 사회적 약자들이 힘을 모아 절망 속에서 작은 희망을 발견하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어요. 실제로도 역사를 바꾸는 거대한 물결은 한두 명의 위인이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의 양심과 작은 행동이 모여 이루어내는 거라고 믿어요.
활인소 4인방의 조합이 참 재미있어요. 홍이, 완, 검불 아재, 이인구는 성격뿐만 아니라 살아온 환경도 다릅니다. 이처럼 천차만별인 4인방의 만남으로 무엇을 보여 주고 싶었나요?
네 사람은 각기 다른 이유로 활인소에 오게 됩니다. 하지만 그곳에서 함께 지내며 그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지요. 이인구가 검불 아재를 보며 의원으로서의 사명감을 되새기게 되고, 검불 아재가 홍이를 통해 오랜 과거의 짐을 벗어 던지게 되는 것처럼요. 또 이인구는 홍이를 의녀라는 새로운 길로 이끌어주고 완은 검불 아재를 스승으로 모시게 되지요. 전염병의 창궐이라는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우리는 서로에게 축복 같은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걸 전하고 싶었어요.
소설 말미에 동학사상의 창시자인 최제우가 어릴 적 이름인 ‘복술’로 등장합니다. 짧게나마 복술을 등장시킨 이유는 무엇인가요?
전염병의 대대적인 유행은 견고한 사회질서에 균열을 가져오고 새로운 사회로 나아가는 데 영향을 줍니다. 동학의 창시자인 최제우는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마음에 한울님을 모실 수 있다’고 주장했고, 동학의 인내천 사상은 이후 만민평등 사상으로 발전하게 되지요. 완이 어린 최제우(복술)를 만나 ‘사람의 목숨은 모두 똑같이 귀하다’는 생각을 전하는 장면을 통해 조선이 괴질의 대유행 속에서 신분제 사회에서 평등한 사회로 나아가게 되었다는 걸 보여주고자 했어요. 지금 우리도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고통을 겪고 있지만 이를 계기로 앞으로 더 나은 사회로 발돋움하길 바라는 마음도 담았지요.
소설에 다양한 우리말을 담아내셨어요. 사용하시는 어휘가 정말 풍부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휘력을 기르고자 하는 청소년 독자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요?
책을 많이 읽는 게 최고랍니다. 어휘는 실제 언어생활 속에서 익혀야 하지요. 그런데 사람들은 말을 할 때보다는 글을 쓸 때 훨씬 더 다양한 어휘를 사용할 뿐 아니라 표현하고자 하는 뜻에 조금이라도 더 적합한 어휘를 쓰기 위해 고민도 훨씬 더 많이 합니다. 그러므로 글을 많이 읽는 것이 어휘력을 기르는 지름길입니다.
코로나19 시대에 『괴질』은 독자들에게 어느 때보다 의미 있는 소설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혼란한 시대를 살아가는 오늘날의 독자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요?
사람은 한자로 ‘人’이라고 쓰지요. 서로 기대어 있는 모습을 표현한 거라 합니다. 그런데 코로나 시대에는 저마다 홀로 서 있어야 하니 얼마나 힘들겠어요. 어른들도 그렇지만 어린 친구들을 보면 더 안타깝고 마음이 아픕니다. 하지만 잠시 떨어져 있더라도 잊지 말았으면 해요. 홍이와 완, 검불 아재와 이인구처럼 우리는 함께할 때 어떤 일이든 다 해낼 힘이 있다는 걸 말이에요.
*이진미 1979년 충남 홍성에서 태어나 인천에서 자랐습니다. 연세대학교에서 국어국문학과 심리학을 공부하고 중·고등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면서,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저의 글이 사람과 사람을 이어 주기를, 독자와 세상을 이어 주기를 소망합니다. 창작 동화 『백만장자 할머니와 상속자들』과 청소년 소설 『그 여름의 끝』, 『독립운동가가 된 고딩』, 청소년교양 『평등한 세상을 꿈꾼 아름다운 사람들』을 썼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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