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1일
거두절미하고 본론으로 들어가자면 작품은 대구 기반의 펑크(Punk) 밴드 드링킹소년소녀합창단의 두 번째 정규음반이다. 2013년 드럼과 보컬의 김명진, 베이스와 보컬을 맡은 배미나를 주축으로 결성됐다. 기타를 치는 멤버가 여러 차례 바뀌었지만 2021년 유일한 남성, 한정훈과 만나 현재의 구성원을 갖췄다.
소포모어가 해외 평단의 관심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답은 앨범 커버에 있다. 네 번째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 '약속'을 하듯 새끼손가락을 걸고 보란 듯이 치켜세운 가운뎃손가락. 끝으로 여느 살색과는 다르게 핑크색으로 덧칠해진 피부색까지. 이 거대한 은유와 비유는 선명한 메시지를 지닌 수록곡을 통해 풀어진다. 해석은 쉽다. 그룹은 '핑크'로 표상되는 '여성'의 편에서 서서 세상에 거대한 '퍽유(fuxx you)'를 날린다.
한 가지 힌트를 더 활용하자면 그건 음반의 제목이다. 이들이 작품으로 드러내고자 한 것은 '결혼'이란 제도가 양분하는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이며 법적으로 '결혼'할 수 없는 자들을 향한 연대다. 작년 여성 인디 뮤지션들을 주축으로 만들어진
눈여겨볼 것은 그 질료가 다름 아닌 '펑크(punk)'라는 점이다. 1980년대의 영국 밴드 섹스 피스톨즈를 중심으로 저항과 반항을 표출하기 위해 자주 소환된 펑크가 여기 지금 한국의 여성 중심 그룹의 자양분이 됐다. 특히 여성과 펑크의 만남은 비키니 킬(Bikini Kill), 홀(Hole) 등이 활약했던 1990년대 라이엇 걸(Riot grrrl) 운동에 뿌리를 두며 한층 진한 의미를 생성한다. 그러니까 유서 깊고 강한 여성들의 목소리 내기의 방식이라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국내보다 해외에서 이들의 펑크가 더 열렬한 환호를 받는 것은 국외에 선행한 이러한 여성 록의 역사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가부장적인 우리나라의 사회, 문화적 분위기와 펑크 장르의 현재 인기 및 유행 정도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요소이긴 하지만 말이다.
11개의 수록곡에 23분이 채 되지 않는 짧은 러닝타임이 가하는 일격은 세다. 잦은 경우로 영어 가사가 등장하나 그 핵심은 같고 풀이 또한 어렵지 않다. '우리는 계속해서 오도바이를 탈 거야 / 우리는 살아 있거든' 노래하는 'Odoby', 봄은 시련 뒤에 오기에 오늘을 살고 오늘을 달린다고 말하는 'There is no spring', 늘 함께 있겠다고 손을 잡아주는 끝 곡 'Wish'. 음반에는 확실한 비판과 명징한 연대가 공존한다. 그러나 쉽고 직선적인 선율로 결국의, 최종적인 희망을 외치는 것이야말로 밴드의 특강, 특장점이다. 드링킹소년소녀합창단의 에너지가 더욱 큰 울림의 파고를 향해 힘차게 달려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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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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