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특집] 이웃의 삶을 여행하는 법 - 『goeul』 신유미
잡지 『goeul』은 1호 경주, 2호 담양에 이어 올여름 3호 강릉을 펴냈다. 식문화가 중심에 있지만 바라보는 지점은 고을에 담긴 삶이다.
글ㆍ사진 정다운
2021.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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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을의 사전적 의미는 ‘군아(郡衙)가 있던 곳’, 현대어로는 ‘군청이 있는 지역’이다. 잡지 『goeul』은 1호 경주, 2호 담양에 이어 올여름 3호 강릉을 펴냈다. 식문화가 중심에 있지만 바라보는 지점은 고을에 담긴 삶이다. 『goeul』을 통해 고을의 삶을 여행하기를 바란다.




잡지는 누가 만드느냐에 따라 많은 것이 달라집니다. 『goeul』을 발행하는 로우프레스는 어떤 곳인가요? 

로우프레스의 시작은 『boouk』에요. 지금은 양재동 독립서점 믿음문고를 운영하고 있는 이누리 대표와 저, 두 사람이 스태프의 전부였죠. 2016년 『boouk』 1호를 펴냈고, 이듬해 패션 브랜드 나우와 협업으로 『nau magazine』을 발행했어요. 『goeul』이 저희의 세 번째 잡지입니다. 올해 초에는 온라인 커머스 기업인 블랭크와 함께 『TOOLS』를 펴냈습니다. 

『goeul』의 첫 장을 열면 이런 문장이 독자를 맞이해요. “이웃의 부엌을 여행합니다.” 

『goeul』은 처음부터 『boouk』의 두 번째 프로젝트 개념으로 출발했어요. 『boouk』을 시작할 당시, 이누리 대표와 저 모두 잡지 만들기를 잠시 멈추고 하루 중 많은 시간을 부엌에서 보내고 있었거든요. 그러면서 다른 사람들은 이 공간 안에서 어떻게 살아가는지가 궁금해졌어요. 직접 들여다본 타인의 부엌은 생각보다 흥미로웠습니다. 그 사람의 스타일을, 삶을 가장 잘 담은 공간이더군요. 돌아보니 그 지역을 가장 잘 담고 있는 것은 누군가의 부엌에서 만들어진 음식이 아닐까 싶었어요. 그 안에 켜켜이 삶의 시간이 녹아 있는 거죠. 

『nau magazine』 1호의 행선지는 포틀랜드, 2호는 타이페이였어요. 『goeul』과 마찬가지로 한 호에 한 지역만 담는 여행 잡지입니다. 이 원칙을 유지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nau magizine』 1호 취재를 위해 포틀랜드에서 며칠을 머물면서 하나의 도시 안에 매우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취재를 할수록 이 도시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어졌습니다. 이 깨달음이 『goeul』에도 영향을 미쳤어요. 우리나라에도 좋은 곳이 많은데, 그곳들에 대해 더 알고 싶게 만드는 잡지가 있던가? 적어도 제가 아는 한 아니었어요. 그렇다면 우리가 만들어보자 했고, 그러다 보니 매 호 300쪽 안팎의 두꺼운 잡지가 됐습니다.

지역 선정 기준은 무엇일까요? 강릉은 종합 선물세트이니 그렇다 쳐도 경주의 이미지는 맛의 고장과 거리가 멀고, 담양은 관광도시가 아니에요. 

아, 경주는 알고 보면 맛의 고장이에요.(웃음) 첫 호는 널리 알려진 지역으로 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해서 경주로 갔어요. 딱히 원칙이 있었던 건 아닌데 지금은 생겼어요. 관광도시와 그렇지 않은 도시를 번갈아 간다는 것. 담양은 알수록 매력적인 곳이에요. 다들 알고 있는 떡갈비 골목 외에 국수거리도 있고, 차 재배지와 가까워 차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매혹적인 장소도 많아요. 그런 발견을 더 많이 하는 것, 그 발견을 충실히 싣는 것이 저희의 목표입니다. 

TV가 여행 프로그램을 생산하고 여행 잘하기가 더 힘들어졌다는 생각도 들어요.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을 들여다볼수록 유행에 편승하는 인간이 된 것 같아 기분이 나빠지기도 하고요.(웃음) 단순한 먹방 여행 가이드가 되지 않기 위해 노력을 기울일 것 같습니다. 첫째는 사람들이 탐구하고 싶어 하는 정보를 담자, 둘째는 지역 사람들의 삶이 담긴 음식 이야기를 하자예요. 전 과정에서 이 원칙을 잃지 않으려 노력해요.

식당 소개 챕터가 ‘전통’, 혹은 ‘로컬’과 ‘뉴’로 나뉘어요. ‘뉴’에 꽤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요. 

‘뉴’는 새로운 변화가 어떻게 전통적인 가치를, 음식을 통해서 이어나가는지 볼 수 있는 파트입니다. 동시에 카페를 비롯해 여행 중 ‘쉼’을 줄 수 있는 공간을 소개하는 역할도 하고 있어요. 

강릉의 경우, 각각 열여섯 곳씩 소개했어요. 많지만 전부는 아니죠. 선정 과정에 조력자가 있었을 것 같습니다. 

『boouk』을 통해 쌓아온 독립서점 인맥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어요. 에디터들의 네트워크도 적극적으로 활용합니다. 담양 취재 때는 정보가 많지 않아 애를 먹었는데, 취재처 리스트를 작성한 후 담양군청에 도움을 요청했어요. 여행자들에게만 인기 있는 곳인지, 지역 주민들이 실제로 사랑하는 곳인지 크로스 체크를 거친 후 취재에 들어갔습니다. 

가장 공을 많이 들이는 부분은 역시 식당 선정과 취재일까요? 

그보다는 식자재와 명인 취재일 것 같습니다. 지역의 식문화가 오늘의 모습에 이른 연원을 알고 나면, 라이브한 현재를 즐기는 데도 도움이 되니까요. 명인 기사들은 여행의 경험을 확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획했어요. 경주에서는 찻잔을 만드는 백암요, 담양에서는 소쿠리를 만드는 채석장, 강릉에서는 방짜수저장을 만났습니다. 

로우프레스 잡지에는 고유한 뉘앙스가 있습니다. 꾸밈이 없고 차분한 관조를 부르죠. 이는 여행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음식을 촬영할 때도 세팅을 다시 하지 않아요. 차려주신 그대로를 담습니다. 기사를 쓸 때도 우리 의견이 너무 많이 들어가는 것을 경계합니다. 또 기사 제목보다 식당이나 명인의 이름을 앞세웁니다. 이름에 이미 그 장소의 정체성, 추구하는 바가 담겨 있으니까요. 그런 노력이 지역 색깔과 삶을 꾸밈없이 느끼는 여행으로 이어지길 바랍니다. 

디자인과 판형 같은 외형도 독특합니다. 여러 가지 종이를 사용하고, 책 안에 작은 책을 삽입하고 별도의 지도를 삽입하는 등 종이 매체의 전통적인 퍼포먼스도 인상적이에요. 

『goeul』에는 예쁜 국내 여행 잡지를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 많이 투영됐어요. 요즘 독자들에게는 예쁜 책에 대한 니즈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예쁜 것들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요소들을 차용한 거죠. 『goeul』만의 굿즈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지도를 만들고, 더 잘 보여주고 싶은 사진은 반짝이는 종이에 인쇄하고요. 일러스트와 그래픽 요소를 전면에 배치한 표지로 국내 여행을 올드하다고 느끼는 젊은 층을 끌어들이고 싶었어요. 

깊은 국내 여행을 경험해본 이로서 전하고 싶은 하나의 조언을 여쭙니다. 

스스로 여행을 확장하기를! 해외여행 떠날 때처럼 탐구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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