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대의 기록법] 키미앤일이, 지구를 사랑하는 착한 기록
동물과 인간과 풀과 나무 같은 것들이 모두 지구라는 공간을 공유하는 동등한 존재라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이 생각이 비건 생활을 하면서 더 깊어진 것 같아요.
글ㆍ사진 김윤주
2021.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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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미앤일이

사랑이 넘치는 기록이 있다면, 바로 키미앤일이 작가의 글과 그림이 아닐까? 키미앤일이는 그림 그리는 키미와 디자인하고 글 쓰는 일이로 이뤄진 부부 창작자다. 다채로운 일러스트레이션을 기반으로 공간, 그림책, 에세이 등의 작업을 이어온 그들은 이제 ‘비거니즘’이라는 사랑의 공간에 닿았다. 『우리는 초식동물과 닮아서』는 키미앤일이의 초보 비건 생활을 담은 비거니즘 에세이다. 그들은 채식을 실천하게 된 이유가 “결국은 사랑”이라고 말한다. 지구를 살아가는 한 동물로서 사랑을 넓혀가다 보면 결국 모두를 해치지 않는 ‘비거니즘’을 실천할 수밖에 없다고. 더없이 편해 보이는 동물과 선명한 색채의 채소가 가득한 키미앤일이의 세계. 그 사랑스러운 기록을 따라가 보자.



이번 인터뷰의 테마는 ‘기록’입니다. 작가님 두 분은 글쓰기, 그림책, 일러스트 등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을 해오셨는데요. 이번 책은 ‘비거니즘’이 주제라 반가웠어요. ‘초보 비건’에 대한 글을 쓰겠다고 결심한 계기가 있었나요?

일이: 고백하자면, 이번 책의 주제가 처음에는 비건보다는 음식과 삶의 연결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어요. 인생에서 음식이란? 이런 뉘앙스로 말이지요. 그런데 글을 쓰다 보니 내용이 애초에 생각했던 것보다 겉잡을 수 없이 방대해지는 것 같아서 비건에 관한 이야기를 먼저 쓰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습니다. 관점을 비건으로 좁히니 자연스럽게 ‘초보 비건’ 에 대해서 써졌어요. 제가 초보니까요. 

평소 ‘착한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밝히신 적이 있어요. 어쩌면 키미앤일이의 세계가 ‘비거니즘’에 닿은 건 필연적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스며들듯 ‘비건’이 되셨다고 하셨는데, 그 과정을 듣고 싶어요. 

키미: 고기를 먹는다는 행위와 입안에서 고기의 촉감이 이상하게 느껴지던 날이 간혹 있었어요. 보통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그런 순간들이 쌓이다 보니 중요한 것이 되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주변의 비거니즘에 대한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됐고 또 유심히 보게 됐습니다. 그래서 특별한 과정이랄 것도 없이 아주 자연스럽게 비건의 세상에 스며들듯 들어가게 되었어요. 비건이 되고 보니 제가 정말로 그리고 싶은 그림을 그릴 준비를 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키미앤일이

책의 서문에서 비거니즘을 권하며 “당신은 재능이 있습니다”라고 하신 것이 마음에 남았어요. 비거니즘의 실천을 ‘재능’이라고 표현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일이: 꼭 비거니즘이 아니더라도 채식 자체만으로 충분히 비일반적이고 또 비일상적입니다. 비거니즘이나 채식을 떠나서 비일반적인 어떤 것으로 시선이 이동되는 것은 노력으로 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수학처럼 공식을 풀어서 답으로 찾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지요. 평화로운 일상에 아무런 이유 없이 스스로 균열을 만드는 사람은 없습니다. 반드시 어떤 이유가 존재해야 하며 또 그래야만 겨우 변화를 시도할 수 있는 상태가 되는 겁니다. 

이 상태가 되는 것도 쉽지 않은데 또 실천을 해야 하죠. 자의든 타의든 비일반적인 것에서 합당한 이유를 찾고 그에 따라 모종의 행위를 더한다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인지도 모릅니다. 어떤 성질을 탑재하고 있는 사람이라야 일반적이지 않은 것에 시선과 관심을 줄 수 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해요. 그 성질을 저는 재능이라고 표현했어요.  

작가님이 비건을 실천하는 과정을 보니, 마음의 ‘모순’과 마주하는 일이기도 하다는 걸 알았어요. 그럴 때, 글로 풀어보는 일이 마음을 다잡는 데 도움이 되기도 했을 것 같아요. 비건 생활을 기록하는 건 작가님에게 어떤 의미였나요?

일이: 예전에 어떤 카메라 광고의 카피가 생각나네요. “기록은 기억을 지배한다.” 이게 어찌나 강렬했는지 모릅니다. 아마도 제 뇌의 어느 부분에 확실하게 기록된 것 같아요. 기록의 중요성을 깊이 느끼는 요즘입니다. 일상의 패턴이 비슷하다 보니, 바로 어제의 일과 며칠 전 일이 혼돈될 때가 많습니다. 꽤 오랜 시간을 들여 기억을 추적해야만 겨우 정리가 되곤 합니다. 게다가 기록이라는 팩트가 없으면 기억은 변질되기 일쑤입니다. 사진이든 글이든 기록이 있으면 꺼내 보기만 하면 금세 기억이 나는데 말이죠.

일상뿐만 아니라 마음가짐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기록이 있다면 중심을 잃었을 때 다시금 제자리를 찾기가 훨씬 더 빠르겠지요. 이를 의도하고 글을 쓴 건 아니지만, 이 책이 언젠가는 그런 역할을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기록이 있다면 중심을 잃었을 때 

다시 제자리를 찾기가 훨씬 빠르겠지요

ⓒ키미앤일이

비건을 시작하고부터 공감능력이 상승됐다고 쓰셨어요. 어떤 마음의 변화가 있었는지 알려주신다면요?

일이: 특별한 마음의 변화가 있었기 때문에 공감능력이 상승됐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자연스러움이라고 할까요. 애초에 공감이라는 것이 자신의 입장에서 하는 것 아니니까요. 의도치 않았는데 그리 되어 버렸지요.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누구든 그렇게 될 거라 생각해요. 

책에 그려진 과일과 채소들이 선명하고 너무 아름다웠어요. 그림 덕분에 비건의 세계가 더욱 다채롭게 느껴졌는데요. 이번 책의 그림을 작업하면서 즐거웠던 순간이 있다면요? 

키미: 일이의 글을 제일 먼저 읽으면서 비건 생활에 대해 이야기하고 편하게 작업했습니다. 그런 소소한 시간들이 즐거웠던 것 같아요. 지나간 시간을 떠올릴 수도 있었고요.

작가님의 그림에 그려진 동물들은 대상화되지 않고 편안한 느낌이 들어요. 자연을 닮은 초록이 많기도 하고요. 비건 생활을 하는 것이 그림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도 궁금합니다. 

키미: 동물과 인간과 풀과 나무 같은 것들이 모두 지구라는 공간을 공유하는 동등한 존재라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이 생각이 비건 생활을 하면서 더 깊어진 것 같아요. 아마 앞으로 하는 작업들에 많은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합니다.


ⓒ키미앤일이

두 분 작가님이 글을 쓰시고 그림을 그리는 하루 일과가 궁금합니다.

키미: 정해진 계획표가 있는 건 아니지만 돌이켜보면 대체로 매일 비슷한 패턴으로 살아가고 있더라고요. 아침에 일어나서 집을 한 바퀴 돌아보면서 빨래를 하거나 식물에 물을 줍니다. 그리고 우리의 아침식사를 준비합니다. 커피와 간단히 빵이나 과일 혹은 둘다 먹어요. 일이 많은 날에는 오전에 작업을 하고 1시 즈음 점심식사를 만들어 먹습니다. 요즘은 콩국수를 자주 먹습니다. 그리고 오후에 조금 더 각자의 작업을 하고 해가 떨어지기 전에 외출을 합니다. 집 앞 산책로를 걷기도 하고, 마트를 가기도 하고, 공원을 가기도 합니다. 하루에 한 번은 잠깐이라도 나가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 저녁을 만들어 먹습니다. 저녁 식사 시간이 제일 마음이 편해서 하루 중 가장 공을 많이 들입니다. 저녁 식사를 끝내고 영화를 보며 빈둥거리는데 요즘은 좀 더 생산적인 것을 해 보자고 이야기하던 참입니다. 주 3일은 밤 10시 정도에 달리기를 합니다. 아직 달리기 초보라 40분 정도만 달리는 데 시간을 쓰고 있습니다. 작업할 일이 별로 없거나 휴식이 필요한 날에는 하루 종일 놀기도 합니다. 프리랜서의 가장 큰 장점이지요. 대체로 하루 일과는 이렇습니다. 

결국, 책을 덮고 나니 ‘사랑’이라는 단어가 머릿속에 남더라고요. 작가님 두 분이 생각하는 ‘사랑’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일이: 사랑을 언어로 표현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 같아요. 무엇인 것 같은 느낌은 있지만 그 감각을 기술해 놓은 단어를 알지 못해요. 그래서인지 사랑은 사랑이라고 밖에 생각하질 못하겠습니다. 


◈Writer's Playlist


◈초보 비건을 위한 추천 책
 

『비건 세상 만들기』

토바이어스 리나르트 저/전범선, 양일수 역 | 두루미


『제 4의 식탁』

임재양 저 | 특별한서재



우리는 초식동물과 닮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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