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덤〉, 〈스위트홈〉, 〈승리호〉… K장르물이 글로벌 시장에서 연일 성공신화를 쓰고 있다. 장르가 대세가 되며 블록버스터의 주인을 꿈꾸는 장르 작가 지망생도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그런데 장르 글쓰기는 어디에서 배워야 하는 걸까? 장르에 특화된 작법을 알려주는 전문가의 ‘특강’은 없는 걸까? 작가 지망생들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다섯 작가가 의기투합했다. 『프로의 장르 글쓰기 특강』은 SF, 판타지, 무협, 미스터리, 팩션, 호러, 로맨스 등 최고 인기 장르의 전문가들이 모여 해당 장르에 특화된 글쓰기 노하우를 알려준다. 여기 후배들을 위해 조언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 다섯 작가들을 만나보자.
장르별 작법 앤솔러지라니 기획이 정말 참신한데요, 다섯 분이 이 책에 참여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정명섭 작가 (미스터리·팩션) : 기존에도 작법을 다루는 책들은 많았습니다. 하지만 각자 잘 하는 장르들이 있고, 개인적인 경험치가 다르기 때문에 많은 시간을 들여서 읽었지만 만족하지 못할 때가 많았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장르를 융합하는 것이 대세이기 때문에 한 권의 책에 여러 장르의 작법을 넣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프로의 장르 글쓰기 특강』에서만 배울 수 있는 장르 작법의 기술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정명섭 작가 (미스터리·팩션) : 우리 책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은 현직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의 생생한 얘기를 들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현재 활동 중인 작가들이 느낀 점과 글을 쓸 때 필요한 것들을 이야기해주는 것은 독자들에게 현실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저는 습작과 자료조사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다른 작가들도 각자의 경험에서 나온 조언을 해주고 있습니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것은 해당 장르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야 한다는 것인데요. 결국 많이 보고 많이 써야만 한다는 겁니다.
장르물과 웹소설의 인기가 대단합니다. 판타지·무협 웹소설 작가로서 이런 분위기를 실감하시나요?
김선민 작가 (판타지·무협): 아무래도 웹소설이 다른 스토리 콘텐츠보다 접근성이 높다 보니 많은 분들께서 관심 가져주시는 것 같습니다. 판타지·무협 장르는 과거 대여점 시절부터 쭉 이어져온 대중적인 콘텐츠라 현재 30~40대인 독자, 더 나아가 50대 독자까지도 학창시절 즐겨 읽었던 추억이 담겨 있습니다. 모바일 디바이스를 통해 이전보다 쉽고 간편하게 웹소설 형태로 판타지·무협을 접할 수 있다는 점이 독자층의 외연을 확장해 시장을 성장시킨 것 같습니다. 덕분에 작가층까지도 탄탄해지고 재미있는 작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어 작가로서도 독자로서도 매우 즐겁습니다.
웹소설은 일반 단행본과 집필의 방식부터 타깃 독자까지 많은 것이 다르지요. 장르소설 창작과 다른 웹소설 연재만의 보람 및 어려운 점을 알려주세요.
김선민 작가 (판타지·무협): 웹소설은 확실히 종이책보다 더 빠르게 독자에게 다가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덕분에 작가로서는 스토리 자체에 집중해 연재를 이어갈 수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빠르게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인 요소지요. 다만 어려운 점은 대부분 주 7회, 적어도 주 5회의 연재를 이어가야 하기 때문에 체력 소모가 상당하다는 것입니다. 웹소설의 스토리를 일관성 있게 유지하며 매일 5,500자(A4 5~6장) 정도의 글을 쓰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만약 웹소설 작가를 꿈꾸신다면 주 7회 연재가 가능할 정도의 글근육을 만드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본격 추리소설 『붉은 소파』로 세계문학상을 타기도 한 추리소설가시죠. 그런데 이번 책에서 로맨스 작법을 맡으셨다니 의외입니다. 어떤 계기가 있으셨나요?
조영주 작가 (로맨스): 20대 시절 도전했던 장르는 로맨스, 특히 로맨틱 코미디였습니다. 그쪽으로 대성하지는 못했지만 추리소설을 쓰면서 이때 공부한 것들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로맨스 플롯과 세계관을 응용한 소설이 상을 타고 영상화 판권도 팔리자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어쩌면 로맨스는 모든 장르의 중심에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생각해보면 셰익스피어가 쓴 것도 결국 로맨스 아닌가 하는. 그래서 작법 앤솔러지에서 로맨스 파트를 맡아 제가 배우고 쓰는 요령을 정리하게 되었습니다.
수상 경력이 화려하십니다. 2011년 디지털작가상으로 데뷔하신 후 2014년 김승옥문학상 신인상, 2015년 예스24 e연재 공모전 우수상, 2016년 세계문학상, 2018년 카카오페이지 추미스 소설 공모전 금상까지! 혹시 상을 잘 타는 비결 같은 게 있으실까요?
조영주 작가 (로맨스): 제겐 스물두 살 때부터 초고를 읽어주는 친구가 있습니다. 처음 글을 쓸 때부터 지금까지 제 목표는 이 친구에게 단번에 “재미있다”는 평을 받는 것입니다. 그런 평가를 받고 나서야 상을 타거나 좋은 결과를 얻곤 했습니다. 앞으로도 그럴 것 같고요. 여러분도 그런 독자를 꼭 만드시길 바랍니다.
벌써 17년 차 소설가이십니다. 작가님의 데뷔 당시와 비교하면 국내 SF 시장의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을 것 같은데요, 작가님께서 느끼시는 변화는 어떤 것이 있나요?
김이환 작가 (SF) : 독자 수요가 늘어난 만큼이나 작가진도 넓어졌어요. 과거 국내 SF 작가들은 해외 SF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경우가 많았다면, 새로 등장하신 젊은 작가님들은 국내 SF 작가의 글을 읽고 영향을 받아 작품을 시작하신 경우가 더 많은 것 같아요. 저는 이 점이 가장 놀라웠습니다.
작가님은 공모전 심사 경력이 많으신데요, 공모전에 도전하는 작가들에게 팁이나 주의사항을 알려주신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김이환 작가 (SF) : 글의 소재가 요즘 인기 있는 소재인지 아닌지, 만약 요즘 인기 있는 소재를 골랐다면 같은 소재로 글을 쓴 다른 작가의 응모작과 내 글을 차별화할 방법은 무엇인지 고민을 해야 할 것 같아요. 또한 탄탄한 구조와 좋은 문장의 글은 다른 글과 경쟁할 때 큰 장점이 됩니다. 이 점을 참고하셨으면 합니다.
작가님의 작품이 영화와 드라마로 제작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영상 판권 계약의 비결은 역시 스토리의 ‘재미’일까요?
전건우 작가 (호러): 당연히 재미있는 스토리가 영상화 판권 판매의 우선 조건임에는 틀림없습니다. 거기에 덧붙이자면 눈에 훤히 그려지는 인상적인 장면이나 사건을 만드는 것도 중요합니다. 영상화를 염두에 두고 원작을 검토하는 분들은 전체적인 스토리에도 신경을 쓰지만 텍스트를 시각화했을 때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에 대해서도 고민을 하니까요.
마지막으로, 장르 작가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격려와 조언의 한마디 부탁 드립니다.
전건우 작가 (호러): 제가 처음 장르소설을 쓰기 시작했을 때 존경하는 선배님이 해주셨던 말이 떠오릅니다. “이제부터 네 시대가 열릴 거야. 널 위해서 선배들이 길을 닦아 놓았다 생각하고 쓰고 싶은 이야기 마음껏 써!” 저도 같은 말을 해드리고 싶습니다. 독자들, 그리고 기성작가들도 늘 새로운 이야기꾼의 탄생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바로 당신 말입니다. 그러니 지치지 말고 써 주세요. 당신과 함께 이 길을 걷는 날을 기다리겠습니다.
*김선민 작가 및 스토리 디자이너. 한국콘텐츠진흥원 주최 원작소설창작과정 공모에 선정 후 장편소설 『파수꾼들』을 출간했다. 브릿G 제1회 어반판타지 소설 공모전에서 『장갑들』이 우수작으로 선정됐고, 앤솔러지 『괴이, 서울』에 「월척」을, 『괴이, 도시』에 「욕조」를 발표했다. 종말 앤솔러지 『모두가 사라질 때』에 「푸른 밤」을, SF 앤솔러지 『월면도시_일광욕의 날』에 「제13호」를 수록했다. 안전수칙 앤솔러지 『명신학교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를 기획하고, 작가로도 참여했다. 『괴이한 미스터리 : 초자연 편』에 「수상한 알바」를 수록했다. 판타지·무협 장르 웹소설 작가 및 교육 강사로도 활동 중이다. 괴담, 호러 레이블 괴이학회를 운영하며 다양한 작품집을 기획·제작한다. 스토리디자인 스튜디오 코어스토리를 창업 후 운영 중이다. *김이환 레이 브래드버리의 『화성 연대기』를 읽고 감명을 받아 작가가 되고 싶다고 생각, 2004년 『에비터젠의 유령』을 출간하며 작가 활동을 시작했다. 2004년 『양말 줍는 소년』, 『절망의 구』, 『오픈』, 『디저트 월드』,『초인은 지금』, 『아무도 없는 숲』 등 장편소설과 공동단편집을 출간했다. 2021년 조선스팀펑크연작선 『기기인 도로』를 함께 썼다. 2009년 멀티문학상, 2011년 젊은작가상 우수상, 2017년 SF 어워드 장편소설 우수상을 수상했다. *전건우 [한국공포문학단편선]3에 단편소설 「선잠」으로, [한국추리스릴러단편선]을 통해 데뷔하였다. 꾸준히 작품을 발표하며 호러 미스터리와 스릴러 장르를 병행해 작품을 쓰고 있다. MBC 예능프로그램 [능력자들] 추리능력자 편에 출연하는 등 다방면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세상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어둠, 그리고 그 속에 깃들어 있는 빛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있다. 호러미스터리 소설을 쓰면서도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놓지 않는 사려 깊은 이야기꾼이다. *정명섭 서울에서 태어났다. 대기업 샐러리맨과 커피를 만드는 바리스타로 일했다. 파주 출판도시에서 일하던 중 소설을 발표하면서 본격적인 작가의 길을 걷게 되었으며, 현재 전업 작가로 생활 중이다. 글은 남들이 볼 수 없는 은밀하거나 사라진 공간을 얘기할 때 빛이 난다고 믿는다. 역사, 추리, 종말, 좀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와 소재를 넘나들며 작품들을 발표하고 있다. *조영주 성공한 덕후, 만화가 딸내미, 글 쓰는 바리스타 등 다양한 별명으로 통하는 추리소설가. 1979년 서울에서 태어나 숭실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중학교 시절 아버지의 만화 콘티를 컴퓨터로 옮기는 작업을 하며 자연스레 글 쓰는 법을 익혔다. 셜록 홈즈에 꽂혀 홈즈 이야기를 쓰다가 홈즈 패스티슈 소설 『홈즈가 보낸 편지』로 제6회 디지털작가상을 타며 소설가로 데뷔했다. 제2회 김승옥문학상 신인상, 예스24, 카카오페이지 등 순문학과 웹소설을 넘나들며 각종 공모전을 섭렵하다가 『붉은 소파』로 제12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하면서 본업이었던 바리스타를 졸업하고 전업 소설가로 거듭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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