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뭐라든 My way / 틈이 없는 My face.” 지난 5월 18일에 발매된 태민의 스페셜 앨범
어린 나이에 데뷔를 준비했고, 그 당시의 오디션 영상이 공개되면서 그가 “좋아하는 음식은 스테이크”라는 말하는 모습을 본 많은 팬들에게서 귀여움을 샀다. 하지만 막상 데뷔 무대에서 그는 노래 실력이 부족한 탓에 팬들에게 자신의 목소리를 들려줄 수 없었고, 오로지 뛰어난 춤 실력 덕분에 센터에 서 있을 수 있었다. 그리고 한동안 그는 메인댄서인 자신의 역할에 집중하는 듯 보였다. 사실, 노래 실력이 뛰어나지 않아도 괜찮았다. 이미 그는 춤을 잘 추는 아이돌로 이름이 널리 알려진 후였고, 출연하는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매사에 무덤덤한 모습을 보여주며 ‘막내’라는 말에 담긴 고정관념을 부수고 충분한 인기를 끌고 있었다.
그러나 샤이니가 발표하는 앨범이 한 장 한 장 늘어갈수록 태민의 목소리도 트랙 하나하나에 걸쳐 서서히 두드러지는 존재감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누구도 겹치지 않는 다섯 명의 개성 있는 목소리가 샤이니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라고 꼽히면서, 태민 또한 자연스럽게 보컬리스트의 영역에서 자신의 재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부단한 노력 끝에 만들어진 재능이었다. 당시의 성과는 이제껏 태민이 만들어낸 가장 큰 성취였다. 그의 솔로 앨범 발매부터 ‘MOVE’로 일으킨 커다란 대중적 열광까지 가능케 한 바탕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미 신체를 활용하는 댄스 퍼포먼스를 소화하는 데 충분히 능숙했던 그가 보컬리스트로 자리를 잡은 뒤부터 그의 솔로 앨범들은 늘 발표와 동시에 대중에게 인상적인 순간들을 남겼다. 그리고 이런 태민의 발자취는 아이돌과 아티스트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드는 데에 커다란 역할을 했다. 그는 아이돌과 아티스트를 나누는 데에 혈안이 돼 있던 대중과 전문가들을 한순간에 당황하게 만들어버렸다. 이는 한국 대중음악사에서 상당한 가치를 갖는 일이었다.
오는 31일, 이제 막 입대를 앞둔 그는 또 한 번 누구도 하기 힘든 독특한 콘셉트의 앨범을 내놓았다. 샤이니의 멤버들 중 가장 늦게 입대를 하게 되었지만, 그전까지 음악 시장에서 확고하게 자신의 역할과 자신의 가치를 각인시킨 덕분에 500일이 넘는 공백의 시간 동안 그의 빈자리를 느낄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크리스마스에도, 명절에도 쉬는 적 없이 늘 연습실에만 있었다는 그의 이야기는 늘 태민을 롤모델로 꼽는 후배 아이돌들과 함께할 것이다. “태민은 정말 프로페셔널하고 멋지다. 그만의 아우라가 있다”고 말하는 수많은 관계자들의 칭찬 또한 잊힐 리 없다. 태민은 늘 끓고 있는 물이었고, 늘 타오르는 불이었다. 만일 끓는 물과 타오르는 불에서 어떤 결정들이 만들어질 수 있다면, 그 결정들이 모여 이태민이라는 사람의 형체를 만들어냈을 것이다. 이 이야기를 하기 위해, 그저 그의 지난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또한 어디서든 끓고, 어디서든 타오르고 있을 그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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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아
전 웹진 IZE 취재팀장. 대중문화 및 대중음악 전문 저널리스트로, 각종 매거진, 네이버 VIBE, NOW 등에서 글을 쓰고 있다. KBS, TBS 등에서 한국의 음악, 드라마, 예능에 관해 설명하는 일을 했고, 아이돌 전문 기자로서 <아이돌 메이커(IDOL MAKER)>(미디어샘, 2017), <아이돌의 작업실(IDOL'S STUDIO)>(위즈덤하우스, 2018), <내 얼굴을 만져도 괜찮은 너에게 - 방용국 포토 에세이>(위즈덤하우스, 2019), <우리의 무대는 계속될 거야>(우주북스, 2020) 등을 출간했다. 사람을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