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 섭취를 줄이고 있다. 시작은 기후 위기 때문이었다.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분리배출을 열심히 한다거나, 텀블러를 가지고 다닌다거나, 전기 사용을 줄이는 일련의 시도를 하다가, 결국 음식쓰레기를 줄이고 고기를 덜 먹는 게 가장 지구에 도움이 될 거라는 나름의 결론에 도달했다. 소와 돼지를 먹일 사료를 기르기 위해 경작지를 만들고, 비료를 뿌린다. 경작지가 부족해서 산을 깎고 야생 동물을 몰아낸다. 남은 비료가 강으로 흘러 들어가 생태계가 망가진다. 가축의 방귀와 분뇨가 지구를 파괴한다.
비건 지향을 하면서 몇 가지 달라진 점이 있다. 무엇보다 직접 요리해 먹어야 한다. 식당 메뉴를 보면 모두 소와 돼지와 닭과 생선을 팔고 있다. 바깥은 비육식을 추구하는 사람에게 너무 모질고 추운 곳이다.
자주 요리하려면 시간이 있어야 한다. 순환 재택근무를 하면서 출퇴근 시간이 줄어들어 한 번이라도 더 요리할 수 있게 된 게 비건 지향에 큰 도움이 되었다.
음식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자주 조금씩 장을 보다 보니 동네 마트의 식재료 가격에 일희일비하게 되었다. 요리하기 전에는 그저 필요한 것들을 무심히 장바구니에 넣었다면, 지금은 가격이 익숙해지면서 혼자 중얼거리면서 장을 보게 된다. 아이구 파가 왜 이렇게 비싸졌어, 시금치가 싼데 저걸 언제 다 다듬지, 지금 버섯 사면 일주일 안에 먹을 수 있을까? 조금만 더 지나면 가락을 붙여서 흥얼거릴 기세다. (무우가~ 어제는 1280원이었는데 오늘은 980원~ 무조림을 할까나~)
고기 섭취를 줄였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고기를 먹는다. 다만 소고기보다는 돼지고기를, 돼지고기보다는 닭고기를 먹는다. 돼지고기를 먹는다면 삼겹살보다는 앞다리살을, 앞다리살보다는 뒷다리살을 먹는다. 우리나라에서는 삼겹살 소비량이 높아서 삼겹살 때문에 필요 이상으로 더 많은 돼지가 도축되는데, 막상 뒷다리살은 남아돌아서 폐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밖에서 누군가와 같이 식사할 일이 있으면 굳이 고르지 않고 먹자는 대로 먹는다. 한 명의 완전한 비건도 좋지만 열 명의 불완전한 비건도 좋다는 마음으로. 안 지치고 오래 하자는 마음으로.
다행히 햄버거를 먹으러 가도 비건 패티가 있고, 고깃집에 가더라도 고기는 적게 먹고 버섯을 구워 먹을 수 있다. 하지만 모든 곳에서 이렇게 고기를 먹을 필요가 있을까 하는 근본적인 의문이 든다. 먹방 유튜버들은 하루에 고기를 20, 30인분씩 먹는 걸 콘텐츠로 내보내고, 식당은 고기 메뉴로 가득하다. 모두가 매일 매끼 고기를 먹는다. 인류는 100년 사이 무슨 일을 저지른 걸까? 앞으로 100년은 버틸 수 있을까?
2011년 이후 전 세계 육류 생산량은 연간 3억 톤을 넘었다. (중략) 1969년에 비해 소는 50퍼센트 정도 더 도축되어 소고기 생산량은 두 배가 되었고, 돼지는 세 배 더 많이 도축되어 네 배 더 많은 돼지고기가, 닭은 여섯 배 더 많이 도살되어 열 배 더 많은 닭고기가 생산되었다. 여기에 더해 암탉들은 전 세계적으로 매년 1조 개의 알을 낳는데 이는 1969년 생산량의 네 배에 이르는 수치다.
-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 71쪽
물론 고기는 맛있다. 하지만 고기'만' 맛있진 않다. 습관으로 내던 멸치육수 대신 다시마와 채수로 국을 끓였다. 맛있었다. 고기는 익숙한 맛, 편한 맛이었다.
고기 소비를 줄이려면 사람들이 다른 식재료를 체험할 시간이 있어야 한다. 환경을 지키려면 사람들이 여유가 있어야 한다. 모든 게 연결되어 있고 연결된 영역이 많을수록 문제는 더욱 복잡해진다... 일단 오늘 저녁 메뉴에서 고기를 줄이는 선택을 한다. 그만큼 땅과 공기와 생태계 다양성이 회복될 거라 기대하면서.
대부분의 경우 우리는 수백 년 전 악습을 고치고 과감하게 도전에 부딪치고 무언가를 건설하고 만들어낸 사람들만큼이나 고귀하고 허약하고 결함이 있으며 영리하다. 그들처럼 우리에게도 오직 네 가지 자원만 주어져 있다. 땅, 바다, 하늘, 그리고 우리 서로다. 실패할 가능성을 과대 평가하지 않는 것처럼, 성공을 거둘 수 있는 우리의 능력을 과소평가해서도 안 될 것이다.
-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 25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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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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