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동화, 역사를 새롭게 알게 되는 즐거움
『우해이어보』는 물고기의 생태뿐만 아니라, 어민과 염한들의 삶의 애환과 그것을 바라보는 선비 김려의 의식이 고스란히 드러난 귀한 글이었지요. 그래서 저는 우리나라 최초의 어보인 『우해이어보』에 대한 작품을 쓰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21.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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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시대 학자 김려가 쓴 우리나라 최초의 물고기 도감 『우해이어보』가 어떻게 쓰였는지 동화적 상상력을 담아 생생하게 펼쳐 낸 역사 동화이다. 『우해이어보』의 가치와 의의를 하나도 놓치지 않고, 옛사람들의 삶, 신비한 물고기들의 이야기, 백성을 사랑하는 김려의 마음을 생생하게 녹여 냈다.



『이 물고기 이름은 무엇인고?』를 쓰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우해이어보』에 대해 자세히 알기 전, 김려라는 사람에 매력을 느껴 그의 문집들을 읽게 되었어요. 그는 10년간의 유배 생활을 하면서 유배지에서 만난 가난한 백성과의 우정과 의리, 관리들에게서 받은 핍박과 서러움에 대해 글을 남겼어요. 그 글들을 보고 김려는 어떤 상황에서도 글을 쓰는 진짜 글쟁이였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그러다 『우해이어보』를 읽게 되었는데, 물고기의 생태뿐만 아니라, 어민과 염한들의 삶의 애환과 그것을 바라보는 선비 김려의 의식이 고스란히 드러난 귀한 글이었지요. 그래서 저는 우리나라 최초의 어보인 『우해이어보』에 대한 작품을 쓰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보통 무언가를 가르쳐 주는 건 어른들의 몫이라고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이 물고기 이름은 무엇인고?』에서는 개똥이가 김려의 물고기 선생으로 나오는 것이 무척 흥미롭습니다

『우해이어보』에 대한 글이니 당연히 물고기 이야기가 나와야 하는데,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한참 고민했어요. 저는 물고기에 대해 문외한인데다 낚시도 해 본 적이 없고, 심지어 생선회도 좋아하지 않아서 물고기와는 가까워질 만한 요소가 전혀 없었죠. 저처럼 물고기에 대해 무관심한 사람도 읽을 수 있으려면 글 속에서 물고기 이야기를 재미있게 가르쳐주는 방식이 필요했어요. 그러다 『우해이어보』 서문에서 김려가 유배 사는 집에 아이가 있었다는 내용을 본 순간, 아이를 통해서라면 그게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아이들은 동식물을 친구로 여기는 동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물고기를 지식으로써가 아니라 놀이와 생활의 일부로 가르쳐 줄 수 있잖아요. 김려 역시 아이의 순수한 가르침을 성실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깨어 있는 선비였으니까 가능했겠지요.



이름도 없고 단 한 번 등장하는 아이로부터 이렇게 흥미진진하고 생생한 이야기가 나오게 된 것이 정말 놀랍습니다. 이런 상상력은 어디서 나오는지, 작가님께서는 어렸을 때부터 상상하는 걸 좋아하는 아이였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상상력이 늘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편인데요, 그래도 이야기를 상상하는 건 정말 좋아합니다. 어릴 때부터 그랬어요. 학창 시절 등굣길에 버스를 타면, 그때부터 어젯밤 읽은 책의 뒷부분을 상상하는 거예요. 내가 작가라면 이야기를 다르게 썼을 텐데, 이런 생각도 하면서요. 그러다 내릴 곳을 지나쳐서 버스 두어 코스를 되돌아간 적이 허다했습니다. 요즘도 그런 상상은 계속되는데요, 어떤 때는 상상 속의 대사를 입 밖에 내고 중얼거리거나 혼자 막 웃기도 하거든요. 남들이 보면 이상한 사람이라고 여길 거라며 가족들이 말리곤 했는데, 요즘은 말리기도 포기하고 그러려니 하는 것 같아요.   

이름이 재미있는 ‘똥고’, 개구리 울음소리를 내는 ‘민어’, 배의 돛을 펼친 것과 같은 모양으로 지느러미를 펼치고 일어서서 다니는 ‘돛고기’ 등 재밌고 신비한 물고기들이 많이 나오는데요. 책에 미처 담지 못했지만 『우해이어보』에 기록된 물고기 중에서 더 알려 주고 싶은 물고기 이야기가 있으신가요?

아, 정말 많아요. 『우해이어보』에 감송이라는 물고기가 나오는데 이건 지금의 감성돔으로, 이걸로 식혜를 해 먹었다고 하거든요. 그래서 감송을 잡아 식혜 만드는 장면을 넣고 싶기도 했어요. 원앙어(지금의 전갱이로 추정)가 나오는데, 원앙새처럼 암수의 정이 좋아서 수컷을 잡으면 암컷이 수컷 꼬리를 물고 매달려 올라온답니다. 이 원앙어의 눈알을 나누어 먹으면 부부 금슬이 좋아진다고 했대요. 

작가님께서 생각하시는 역사 동화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역사를 소재로 글을 쓰려면 우선 그 시대에 대한 공부를 하고 배경이 되는 곳을 직접 찾아가 봐야 해요. 그러면 막 가슴이 두근거려요. 그 옛날의 사람들이 살아와 내게 말을 거는 것 같고, 머릿속에 떠올린 등장인물이 살아나 움직이는 것 같거든요. 사실, 이렇게 역사를 공부하며 작품을 쓰는 게 저 개인적으로 참 신나는 작업이었어요. 독자들도 역사를 새롭게 알게 되는 기쁨과 함께 그 시대 속에 빠져들어 선인들이 주는 삶의 교훈을 체험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작가가 직접 찾아가서 찍은 우해 앞바다의 모습

김려는 마을 사람들을 대신해 그들의 억울함을 밝히기 위해 글을 쓰고, 개똥이는 김려가 쓴 글을 보면서 마을 사람들도 물고기도 글로 적히면 귀하게 된다고 생각해요. 김려에게 글은 세상을 바라보는 창이자, 사람을 지키는 창이었던 것 같습니다. 작가님이 생각하시는 글이란, 혹은 글이 가진 힘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김려는 유배 사는 집의 오른쪽 창문에 ‘생각하는 창문’이란 뜻의 ‘사유’라는 이름의 현판을 붙였다고 해요. 그 창을 보면서 과한 세금으로 고통받는 어민과 고된 노동에 시달리는 염한을 걱정하고 그들을 위한 글을 썼지요. 작가는 자신이 관심 가지는 것에 대해 쓰기 마련인데, 저는 동화를 쓰면서 늘 소외된 어린이들에게 먼저 관심이 갔어요. 그래서 제 동화의 주인공은 가족의 애정이 결핍되거나 왕따를 당하거나 장애를 가진 친구였습니다. 작가마다 성향이나 지향점은 다를 수도 있지만, 작가라면 누구나 휴머니즘이라는 큰 가치를 추구하고 작품을 통해 올바른 세상을 위해 노력할 책임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앞으로도 소외된 어린이, 소외된 역사에 관심을 가지고 계속 글을 쓸 작정입니다. 작가가 다른 사람보다 힘이 있는 직업은 아니지만, 글은 분명히 세상을 바르게 나아가게 하는 힘이 있으니까요.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우해이어보』에 대한 동화인 만큼 글 속에 나오는 물고기들에 관심을 가져 주셨으면 해요. 제가 이 글을 쓰기 위해 김려가 살던 이백여 년 전의 바다와 현재의 바다 생태계에 대한 자료를 찾아보았거든요. 19세기 초의 남해안 바다는 한류와 난류의 흐름이 지금과는 달라 남해의 수온도 낮았다고 해요. 그래서 동해안에서 사는 물고기 중 많은 종류가 당시에는 남해안에도 살았고 물고기 종류와 양도 훨씬 풍부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불과 몇 십 년 전까지 잡히던 물고기도 남해 앞바다에서 보기 힘들어진 안타까운 상황이지요. 사람도 자연의 일부이고 물고기도 우리와 동등하게 지구에서 살아가야 할 존재들입니다. 이 책을 통해 『우해이어보』를 알게 되는 기쁨과 함께 사람과 자연이 함께 하는 세상의 소중함도 느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감사합니다.



*김문주

1995년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으로 글쓰기 시작했다. 2002년 문학사상사 장편동화 신인상 수상 후 수상작 『할머니, 사랑해요』를 시작으로 『왕따 없는 교실』, 『똥 치우는 아이』, 『봉구뽕구봉규야』, 『학폭위 열리는 날』, 『바다로 간 깜이』, 『할아버지와 키 작은 도둑』, 『천사를 주셔서 감사해요』, 『사랑해요 순자 언니』 등 열 권의 장편동화를 출간했다. 백제 의자왕을 주인공으로 한 역사소설 『부여의자』와 신라 화랑의 기원이 된 두 원화를 주인공으로 한 역사소설 『랑』을 출간했다. 계백과 무사들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 『백제신검』으로 무예소설 공모전 대상을 수상했다.



이 물고기 이름은 무엇인고?
이 물고기 이름은 무엇인고?
김문주 글 | 강영지 그림
키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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