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솔미 작가 "나댄다는 소리도 싫지만 곪아 터지는 건 더 싫어서"
친구와, 연인과, 부모와… 면접에서, 회사에서, 사회에서 매일같이 겪는 상황 혹은 날벼락 같은 순간에 탄생한 명발언과 불발언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21.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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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머금고 뱉는 말』은 집, 회사, 모임 등 다양한 관계와 장소에서 탄생한 명발언(뜨거워진 마음이 폭발할 때 터져 나온 발언)과 그러지 못한 불발언(‘그때 그 말을 했어야 하는데’ 하며 후회하는 마음)을 담았다. 박솔미 저자는 불합리하거나 부당한 일 앞에서 아무 말도 못하는 속상해하는 이들에게는 말할 수 있는 용기를 전한다.



첫 책 『오후를 찾아요』이후 오랜만에 책이 나왔는데요, 전 작품에서 여행을 통해 느낀 일상의 소중함을 이야기했다면, 신간에서 독자들과 나누고 싶은 것은 무엇이었나요?

전부 제 일상에서 발견한 이야기예요. 집에서, 학교에서, 회사에서 하루하루 살다 보니 마음에 쌓이는 말들이 있더라고요. 몇몇은 용기 내 입밖으로 꺼내기도 했고 몇몇은 여전히 속에 쌓여 있어요. ‘왜 제대로 말을 못 했을까?’ 혹은 ‘그런 말을 할 용기가 어디서 났을까?’ 하고 돌이켜보니 꽤 중요한 이야깃거리가 숨어있다는 걸 알 수 있었어요. 우리의 입을 막는 은밀한 시선, 사회 분위기, 무거운 관계들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책에서 이야기하는 명발언과 불발언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궁금합니다.

명발언은 말 그대로 내가 남긴 명대사들이에요. 삶을 한 편의 영화라고 생각하면 우리는 각자의 영화 속 주인공인 셈이죠. 우리의 말은 대사가 되고요. 영화를 대표하는 명대사도 있을 거예요. 주인공마저도 잊고 사는 명대사들을 되짚어보고 싶었어요. ‘나 이런 멋진 말도 했었네?’라고 깨닫는 순간이 누구나 있을 거예요. 그런 명장면, 명대사들은 잊고 살기엔 아깝죠.

불발언은 끝내 말하지 못하고 불발한 발언들이에요. 누구나 속 시원히 말하지 못하고 꿀꺽 삼키는 발언들이 있어요. 할 말을 하지 못한 데는 분명히 이유가 있어요. 제 경우에는 살다가 문득 피로하고 서글프고 지쳤던 까닭과도 일치하더라고요.

명발언은 좀처럼 하기가 힘들어 불발언이 되어버리곤 하는데요, 왜 내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발언을 못하신다고 생각하시나요?

모든 불발언에는 사정이 있어요. 누구라도 그 상황에서는 불발언을 남길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경우도 있고요. 다만 충분히 말해도 되는 상황에서 입을 꾹 닫는 습관이 생긴 건 은밀한 교육 탓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 말 않고 있으면 절반은 간다고, 침묵이 금이라고 배웠으니까요. 적절하고 정확한 발언은 금보다 귀하고, 그런 절반은 안 가는 게 낫다고 알려 준 어른은 없었던 것 같아요.

그렇다면 명발언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작은 연습들이 있을까요? 어떻게 하면 적재적소의 명발언을 할 수 있을까요?

불발언을 미워하지 않았으면 해요. 그때, 그곳에서 말을 제대로 할 수 없었던 건 내가 못나서도, 사회성이 부족해서도, 말주변이 없어서도 아니에요. 그저 상대방을 지나치게 생각하느라 그랬던 거죠. 내 속에 쌓인 말을 미워하지 말되, 똑똑히 기억만 해둔다면 오래지 않아 명발언이 탄생하리라 믿습니다. ‘이번만큼은 꼭 말해야 한다!’라고 가까운 미래에 힌트를 얻을 테니까요.



『오래 머금고 뱉는 말』에서 독자들이 놓치지 않고 꼭 읽어봤으면 하는 것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책 중간중간 짧은 글들을 곁들였습니다. 본문에서 미처 헤아리지 못한 사람의 입장에서 코멘트를 쓰기도 했고, 몇 년 후 그 일은 어떻게 되었는지 써 두기도 했어요. 유튜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쿠키 영상처럼요. 명발언에도 불발언에도 다 때가 있고 이유가 있다는 걸 깨닫는 데 도움이 될 거예요.

책에는 담지 못했지만, 최근 명발언을 날리신 일이 있으신가요?

힘들다고 말한 게 가장 최근의 명발언인 것 같네요. 저는 출퇴근을 하며, 아이도 돌보고, 집안일도 하는 워킹맘이에요. 대부분의 워킹맘이 모든 일들을 거뜬히 해내 (는 것처럼 보여) 서 그렇지, 사실 굉장히 힘들거든요. 모든 공을 쥐고 있지만, 어느 공도 제대로 꽉 쥐지 못하는 저글링이나 다름없어요. 왠지 힘들다고 말하면 나만 실패한 것 같고, 나만 모자란 사람인 것 같아 표현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얼마 전 가족에게 말했죠. 정말 힘들다고. 지구 어딘가에는 세 가지를 다 잘하는 사람이 있겠지만, 나는 아니라고 말했어요. 그렇게 말하고 나니 스스로 더 대단한 사람이 된 기분이더라고요. 아이러니하죠. 명발언인게 분명해요.



작가님의 글에는 따뜻함과 예리함이 공존하는 것 같아요. 오랫동안 글을 쓰고 만지는 일을 하면서 생활 속 이야기를 글로 잘 담아내는 방법이 있다면, 글을 쓰고 싶어하는 이들이게 도움이 될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우선, 모자란 글을 너그러이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글과 저 사이에 거리를 두려고 노력해요. 특히 제 일상 이야기를 쓰는 에세이일수록요. 생각을 글로 담는 첫 순간에야 뜨거운 마음으로 와르르 문장을 쏟지요. 그 뜨거움 없이는 몇 줄의 글도 쓰기 힘들다고 생각해요. 다만 하나하나 다듬어 나갈 때는 시간을 두고 지켜봅니다. 글 재료가 좀 식은 뒤에 손질해 나가는 거죠. 나만 아는 이야기를 내 멋 내 맛에 취해 쓰고 있진 않은지 점검하고, 쓸데없는 감성은 덜어내려고 노력해요. 기름기 쏙 빼고 사실만 전달했을 때도 공감이 되도록요. 그렇지 않다면 그 문장이나 그 이야깃거리는 과감히 버립니다.




*박솔미

어려서부터 글이 좋았다. 연세대학교에서 영문학을 전공했고 2011년 제일기획에 입사해 카피라이터가 되었다. 2017년 딸에게 물려줄 에세이 『오후를 찾아요』를 출간했다. 같은 해 글로벌 IT 회사로 이직해 앱과 게임을 알리는 글을 써오다 2020년 싱가폴 지사로 옮겨와 AI의 언어를 바르고 정겹게 다듬는 일을 시작했다.



오래 머금고 뱉는 말
오래 머금고 뱉는 말
박솔미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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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