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현정 “백세시대, 나답게 나이드는 법은 무엇일까?”
‘50년 동안 사회가 원하는 일을 하고 누군가를 위해서 살았다면 이제 조금씩 나를 위해서 살아보자’라고 말해주고 싶었습니다. 지금이라도 무엇이든 시작할 수 있습니다. 늦지 않았습니다.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21.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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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의 흐름은 누구에게나 찾아오고, 시간은 우리를 한곳에 머무르도록 두지 않는다. 누구나 원하지 않아도 먹게 되는 것이 나이이다. 그런데 나이가 들었다고 관조하며, 다 내려놓은 듯 무기력하게 나이 듦을 받아들여야 할까. 라이프 코치로 활동 중인 저자는 현재의 나이와 상관없이 나이 듦에 중요한 것은 ‘나답게 사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무조건 ‘젊게 살기’보다는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때 비로소 의미 있는 삶이 된다’고 강조한다. 이 책은 숫자에 얽매이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하고 배워가는 삶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실제 오십 대 이후 라이프 코칭에 도전해 현재 코치로서 활동 중인 저자의 ‘나이 듦’에 대한 솔직한 생각과 경험담이 ‘나다운 나이 듦’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한다. 무엇을 꼭 이루기보다는 실패를 겪더라도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도전하는 삶이 앞으로의 남은 인생을 더 깊게, 더 풍요롭게 만들 것이다.



작가님의 소개와 이 책을 집필하게 된 계기를 말씀해주세요.

요즘은 백세시대라고 말하지만, 퇴직은 오히려 앞당겨지고 있어 오십 대에 은퇴를 해야 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오십 대엔 신체적으로도 갱년기를 맞아 체력도 떨어지고 자연히 움츠러들 수 있습니다. “이 나이에 뭘 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들도 있지요. 그런 오십 대를 위해서 이 책을 쓰고 싶었습니다. ‘나이 먹었다고 주눅 들지 말고, 이제는 해야 하는 일보다 하고 싶은 일을 찾아보자’, ‘50년 동안 사회가 원하는 일을 하고 누군가를 위해서 살았다면 이제 조금씩 나를 위해서 살아보자’라고 말해주고 싶었습니다. 지금이라도 무엇이든 시작할 수 있습니다. 늦지 않았습니다.

작가님께서 인생리셋 워크숍을 운영하신다고 들었는데 어떤 내용의 프로그램인가요?

‘인생 리셋’은 코칭과 죽음학을 합해서 만든 수업입니다. 탄생부터 죽음까지 인생을 살펴보는 자아 여행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1부는 지금까지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돌아보고 참석자들이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 공감하고 위로받는 시간입니다. 물론 죽음학 이론 수업도 들어가 있고요. 2부는 ‘지금부터 어떻게 살고 싶은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됩니다. 죽기 전에 가장 듣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생각해서 나의 묘비명을 미리 써봅니다. 이렇게 세 시간가량 나의 삶과 죽음을 함께 고민하다 보면 결론은 지금 이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깨닫게 됩니다. “죽음을 이야기하는 것은 현재를 사는 것이다.”라고 책에 써 있는 것처럼요. 거기다 몇몇 분은 한 번 수업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번 다시 수업을 들으러 오십니다. 똑같은 수업이라도 참여하는 분들에 따라 다양한 인생 스토리가 있어서 매번 다른 내용의 수업이 만들어집니다. 다시 듣다 보면 매번 깨달음이 다른가 봅니다. 무려 세 번이나 들은 분이 계시는데 처음 왔을 때 몰랐던 것이 세 번째 수업에서 느낌이 확 왔다고 하더라고요. 많은 분들이 참여해 보시기를 추천합니다. 죽음학 수업을 들어보기 전에는 90% 이상이 필요 없다고 하지만, 듣고 나면 97%의 사람들이 꼭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독자분들께도 추천합니다.

작가님이 생각하시는 '나답게 사는 것'의 기준은 무엇인가요?

가장 간단하게 말하자면 ‘남의 눈치 보지 말고 살자’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먼저 찾아야 할 것 같고요. 고민하기 전에 일단 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조지 캠벨의 『신화와 인생』을 보면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 생각하는 순간 행복이란 없다’라고 말합니다. 남들이 나에게 찌질하다고 해도 자기만의 원칙이 있다면 그것을 지키는 것이 나다운 것일 겁니다. 세상에 휘둘리지 말고, 남들이 한다고 다 쫓아가지 말고 나의 주관대로 행동하는 것이 나답게 사는 것이 아닐까요? 요즘 세상은 너무 빨리 변합니다. 모든 것이 디지털화되고 인공 지능이 발달해서 AI가 인간을 대체 하는 세상이 되어갑니다. 나이 들었다고 세상을 모르고 살 수는 없을 것입니다. 아직도 아날로그 감성을 좋아하긴 하지만, 그래도 최신 폰의 모든 기능에 익숙하고 최신 유행의 SNS도 잘 따라 하고 있습니다. 세상의 변화를 열심히 배우며 살지만, 유행하는 명품을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명품백 살 돈이 있다면 여행을 가겠지요. 남들이 다 해서 하는 것 말고 내가 좋아하는 것. 그것을 할 수 있는 용기가 나다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책 내용을 보면 은퇴하신 의사 선생님께 "나이 들어 좋은 점이 뭐가 있으세요?"라고 여쭤보셨잖아요. 작가님이 생각하시기에 나이 든다는 것에 좋은 점은 무엇인가요?

저는 항상 지금이 전성기라고 말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젊은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 하기도 하지만, 나는 돌아가고 싶지 않습니다. 30대는 정신 없었고, 40대는 너무 힘들어서 다시 살고 싶지 않습니다. 경제적으로는 지금이 가장 힘들지만, 마음 편한 게 최고이지 싶습니다. 나이가 드니까 여러 가지 면에서 나에게 충실하게 살 수 있는 여유가 생기는 것 같습니다. 가정에서도 시간 여유가 생기고 해야 할 일들보다 내가 하고 싶었던 것들을 찾아서 할 수 있고요. 눈치 볼 사람도 줄어들지요. 오랜 시간을 살아온 만큼 경험과 내공이 늘어나면서 세상과 사람에 대한 이해의 폭도 늘어나게 됩니다. 나이가 들면서 가장 경계해야 될 것이 권위 의식과 고정 관념입니다. 애들 말처럼 꼰대가 되고 편협해지는 것이니까요. 잘 나이가 든다는 것은 사고가 자유롭고 더 많은 것을 포용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내 문제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여유가 나이 든다는 것의 좋은 점 중의 하나입니다.

플라멩코나 그림 그리기 등 여러 취미활동을 하시는 것 같은데, 재미있는 에피소드나 독자분들께 추천할 만한 취미가 있으신가요?

누구에게나 추천하고 싶은 것은 그림 그리기입니다. 조금만 연습하면 다 잘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미술 전공자도 아닌데 못 그리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남과 비교하기 때문에 못 그린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비교할 필요 없고 작가들처럼 잘 그릴 필요도 없습니다. 잘 그려야 한다는 욕심을 좀 내려놓고 그저 나에게 힐링이 되는 방법을 찾기를 바랍니다. 

몇 년 전에 가정법원 가사조사관을 대상으로 여행스케치 강의를 한 적이 있었는데 반응이 아주 좋았습니다. 그림을 전혀 못 그리던 사람들이 한 주 한 주 지날 때마다 자신의 그림이 늘어 가는 것을 보며 만족감도 컸고 그림을 그리는 동안은 몰입해서 다른 생각을 하지 않기 때문이었습니다. 무언가에 몰입할 때 사람들은 정신적으로 힐링이 되고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는 거 아시죠?  

춤이나 노래를 배우는 것은 노화 방지뿐만 아니라 삶을 에너지 또는 요즘 말로 삶의 텐션을 올리는 데 매우 좋은 방법입니다. 후배가 우울감에 빠져 있을 때 함께 재즈를 배우러 갔습니다. 그 시간만큼은 재밌고 신나게 보낼 수 있어서 많은 치유가 되었습니다. 

춤처럼 몸을 쓰는 것은 운동이 돼서 좋기도 하지만, 음악과 함께 하기 때문에 몸과 마음에 모두 도움이 됩니다. 

‘나는 좋아하는 게 없다’, ‘무엇을 좋아하는지 모르겠다’라고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다양한 활동을 해봐야 그중에 어떤 것이 나에게 맞는지 알 수 있습니다. 성향에 따라서 혼자 하는 것이 맞는 사람도 있겠지만, 가능하면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서 하는 팀 활동을 권하고 싶습니다. 플라멩코를 배우러 갔을 때 물론 가장 나이가 많긴 했지만, 30~40대 친구들과 어울려 함께 수업을 듣고 한 팀이 되어 공연 연습을 하는 것이 무척 삶의 활력소가 되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어디선가 소속감을 느끼기가 힘들기 때문입니다. 사람들과 함께 무언가를 한다는 것도 역시 건강한 일입니다. 



마지막 부분에서는 '죽음'이라는 키워드가 나오는데요. 인생을 살면서 솔직히 반갑지는 않은 단어인데, 이쪽에 관심을 가지게 되신 이유가 있으신가요?

죽음이 반가운 단어는 아니지만, 너무 거부감을 가질 필요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처음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6년 반 동안 아버지의 병상을 지키면서 사람이 죽어간다는 것이 무엇인지 깊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죽음에 대한 공부를 피하기만 할 것이 아니라 미리 생각해보고 가족끼리도 터놓고 이야기해서 자신만의 죽음관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마지막까지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면서 자기가 원하는 방식으로 죽음을 맞이할 수 있습니다.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는다면 허둥지둥하다가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어떻게 살다가 죽을 것인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나이답게가 아니라 나답게』를 읽을 독자분들께 작가님의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첫 번째는 글도 쉽고 내용도 쉬운 책이니까 편하게 읽으시면 좋겠습니다. 오십 대만을 위한 책이 아니라 세대와 상관없이 나이에 대한 고민이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어떤 나이든 나이답게가 아니라 나답게 살 수 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에서 쓰게 되었습니다. 여러 가지 시도해 보시고 좋아하는 일을 찾기를 바랍니다. 제 책을 보고 약간 무모하더라도 새로운 것에 도전할 용기가 생긴다면 좋겠습니다. 제 글에 공감이 가고 위로와 용기가 생긴다면 작가로서 보람이 있을 것 같습니다. 



*원현정

대학에서 사회학을 전공하였으나, 결혼 후 미국에서 보석 감정사 자격증을 딴 것을 계기로 대학원부터 박사 과정까지 장신구 디자인을 전공했다. 주얼리 디자이너로 20년, 대학 강사 5년, 갤러리 ‘가인로’의 대표 겸 큐레이터로 10년을 일했다. 그러던 중 2009년 인생의 전환기를 맞아 코칭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현재 ‘라이프 코치’라는 새로운 타이틀로 인생 상담과 더불어 강의를 하고 있다. 2015년 「텍사스 프로젝트」로 수필지에 등단하여 글쓰기와 여행스케치 강의도 함께 하고 있다. 저서로 『별 볼 일 있는 여행』,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으려면』이 있다.




나이답게가 아니라 나답게
나이답게가 아니라 나답게
원현정 저
SI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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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