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싹이 움트고 식물이 무럭무럭 자라는 봄, 반려식물을 맞이할 가장 좋을 때죠. 오늘은 식물을 맞이하기 전 읽으면 좋을 책을 들고왔어요.
꽃을 보면 마음이 들뜨는 이유, 식물이 우리 정신 건강에 도움을 주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정원의 쓸모』는 식물이 사람과 사회에 끼치는 영향을 분석한 책입니다. 정신과 의사인 저자는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할아버지가 원예로 트라우마를 회복하는 걸 보고, 식물이 어떻게 사람을 바꾸는지 연구했어요.
미국 뉴욕의 라이커스 섬은 섬 전체가 교도소인 세계 최대 규모의 교정 시설이에요. 여기에서는 해마다 400명에게 식물을 키우는 법을 가르치는 '그린하우스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어린 시절에 제대로 돌봄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은 약한 존재를 괴롭히기도 하는데, 괴롭히면 바로 반응이 오는 동물은 이들의 잔혹함을 더욱 키우기도 하죠. 반면, 동물에 비해 반응이 천천히 오는 식물을 기르면 괴롭히는 행동이 점점 줄어드는 효과가 있어요.
또한,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는 모든 것에 가격이 붙어 있는 사회예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빈곤하게 살아왔던 수감자들은 자연이 씨앗을 열매로 바꾸는 과정을 보면서 쾌감을 느꼈는데요. 실제로 라이커스 출소자의 65퍼센트 이상이 3년 안에 재수감되는 것에 비해, 그린하우스 프로그램에 참여한 사람들의 재범률은 15퍼센트에 그쳤어요.
와, 어떤 방법보다 효과적인데요?
영국의 국방부 재활센터에는 군인을 치료하는 '하이그라운드' 원예 프로그램이 있어요. PTSD에 시달리는 군인들은 트라우마와 관련된 디젤유 냄새나 타는 냄새를 맡으면 고통을 호소할 때가 많은데요. 그에 비해 꽃과 식물의 향기는 환자들의 신체를 이완시키는 효과가 있습니다. 실제로 자연 환경에 노출되면 심박수와 혈압은 내려가고,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치수도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어요.
식물은 상처받은 사람뿐만 아니라, 상처받은 지역 커뮤니티도 살려내는데요. 브롱크스 지역에서는 빈곤 지역의 공터를 되살려 농작물을 기르고 있어요. 지역 주민들과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탈출한 난민이 같이 일하면서 소속감을 느끼고 있죠. 특히 말이 잘 통하지 않는 다인종 지역에서는 식물이 도움이 되는데요. 분쟁이 일어나지 않는 제3 공간이 되는 동시에, 식량을 재배하고 나누면서 사회적 다리 역할을 하기 때문이에요.
좁은 도시 안에 다글다글 모여 사는 한국인은 꿈도 못 꿀 이야기라고요? 당장 내 집 앞 정원은 못 꾸며도, 화분 하나로 시작하는 미니 도시 농업은 가능해요. 햇빛이 따뜻한 올해 봄, 나만의 작은 정원을 꾸며보는 건 어때요? 내 몸과 건강, 나아가 사회의 건강에 도움이 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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