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사망 소식이 들려올 때, SNS를 보는 게 힘들다. 그저께는 변희수 하사의 사망 소식을 들었다. SNS에서 누군가는 울고, 그를 죽인 사회를 비난했다. 뭘 해도 죽지는 말자는 다짐도 올라왔다. 이전에 돌았던 누군가의 자살 소식과 자살예방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정보가 한꺼번에 쏟아졌다. 계속 피드를 확인하는 게 내 건강이나 사회 건강에 좋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화면을 끄자 싶었지만, 한 번 봤던 내용은 계속 머릿속에 남아 다시금 핸드폰을 집어 들게 했다.
죽음의 이야기는 힘이 세다. 이미 자살에 취약해진 상태에서는 다른 사람의 자살 소식을 듣는 것 자체가 커다란 방아쇠가 되기도 한다. 저들도 저렇게 죽었는데, 내가 살아서 뭐 하나 싶은 마음. 우리는 너무 빨리, 너무 많이 소식을 듣고 그만큼 세게 정보에 두들겨 맞는다.
그중 제일 아픈 건 육군의 소식이었다. 전차조종수로 복무하던 변희수 하사가 성전환 수술을 받자 육군본부는 그를 전역시켰고, 사망 소식에 “민간인 사망 소식에 따로 군의 입장을 낼 것은 없다” 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변 하사는 “기갑의 돌파력으로 군의 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없애겠다고” 했을 정도로 뼛속까지 군인이었는데, 육군은 그를 군인이 아니라 민간인이라 불렀다.
별일 없이 하루가 흘러가고 자기 전 조금 울었다. 유튜브에서는 샤이니가 컴백해서 종현을 언급하는 콘텐츠가 추천 영상으로 올라왔다.
이 앞에서 무슨 말을 해야 하나. 말이 소용이 있을까.
“우리 모두 서로 힘내도록 합시다. 죽지 맙시다. 물론 저조차도 이게 매우 어려운 말이라는 것을 알긴 하지만, 죽기에는 우리 둘 다 너무 어리잖아요? 꼭 살아남아서 이 사회가 바뀌는 것을 같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 숙대합격생 A씨에게 남겼던 변희수 하사의 편지 중
죽지 말자고 다짐했던 사람도 떠나게 할 만큼 여기에는 우리를 죽음으로 내모는 공고한 분위기가 있다. 사회의 차별이 그를 죽인 거라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이 글을 쓰는 게 괜찮은 걸까. 내 입장에서만 생각하고 사회에는 악영향을 끼치는 게 아닐까. 그럼에도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바뀌지 않을 것 같아서 뭐라도 말한다.
죽이지 말자. 투쟁이 힘들어 우는 사람을 때리지 말자. 댓글로 죽이지 말자. 차별해서 죽이지 말자. 논리도 의미도 설득력도 없는 차별로 죽이지 말자. 쳇바퀴처럼 누군가의 죽음이 또 들려오고, SNS에 불이 붙게 하지 말자. 또 다른 소식을 만들지 말자. 가장 힘이 센 방아쇠를 당기지 말자. 제발 그러지 말자.
뭘 하든 죽지 말자. 투쟁이 힘들어도 죽지는 말자. 죽는 것 빼고 아무거나 다 해도 되니까 죽지 말자. 논리도 의미도 설득력도 없지만 죽지만 말자. 쳇바퀴처럼 누군가의 죽음이 또 들려오고, SNS는 다시 불이 붙겠지만 그래도 제발 죽지 말자. 또 다른 소식으로 찾아오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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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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