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도 반짝반짝 보낼 순 없을까? 바쁜 하루를 보내고 문득 마음이 허해질 때, 김신지 작가의 에세이는 언제나 위로가 됐다. 출근길에 마주친 강아지, 누군가의 집 앞에 놓인 화분, 계절마다 바뀌어 가는 창밖 풍경… 사소한 순간들이 그의 글에서만큼은 유독 빛나며 “여기 있어요” 외치는 듯했다. ‘행복의 ㅎ을 모으는 사람’인 그를 만나면 꼭 물어봐야겠다고 결심했다. 바쁜 일상에서도 행복을 발견하는 힘은 어디에서 오는 거냐고.
김신지 작가가 내놓은 답은 바로 ‘기록’이다. 그는 원래 덜 쓴 노트들을 쌓아 두는 ‘미루기 대장’이었지만, 사랑하는 것을 기억하기 위해 꾸준히 일기를 쓰는 사람이 됐다. 기록을 시작하자 늘 똑같은 일상에도 빛나는 순간들이 보였다. 그 기억들을 수집해 글로 쓴 것이 에세이집 『좋아하는 걸 좋아하는 게 취미』, 『평일도 인생이니까』다. 그리고 이제는 실전 편! 『기록하기로 했습니다』는 김신지의 에세이가 어떻게 탄생했는지 보여주는 비하인드 스토리이자, 독자들에게 일상의 기록을 제안하는 다정한 연습장이다.
『기록하기로 했습니다』는 ‘읽고 쓰는’ 책이다. 김신지 작가가 추천하는 기록의 방식을 통해 쓰고 싶은 마음을 예열한 후, ‘기록 연습’이라는 줄 노트에 직접 글을 쓰도록 구성됐다. “저도 기록하다가 그만둔 노트가 정말 많아요. 습관을 강조하는 책을 읽어도, 막상 안 따라 하게 되더라고요. 어떻게 하면 읽는 사람에게 쓰고 싶다는 마음을 불어넣고, 펜을 들게 할까 편집자님과 고민한 끝에 이런 구성을 택했어요. 독자분들이 낙서도 하면서 자유롭게 활용했으면 좋겠어요.”
김신지표 기록은 어떻게 이런 것까지 싶을 정도로 다채롭다. 창밖의 풍경을 SNS 부계정에 올려 계절의 변화를 한눈에 살펴보고, 친구랑 크게 웃었던 농담을 수집하고, 영감이 떠오르면 즉시 온라인 메모 툴에 적는다. 즐거우니까 시작한 기록은 작가에게 어떤 변화를 가져다줬을까?
“확실히 일상을 더 소중히 하게 됐어요. 예전에는 여행이 큰 낙이었거든요. 일상으로 돌아오면 다시 스트레스를 받고요. 어느 순간, 왜 나는 하루를 여행처럼 소중히 대하지 않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일상에서 인상 깊었던 순간을 기록하기 시작했어요. 기록은 결과물로 쌓이면 재밌어지거든요. 적을 땐 사소한 거 같은데, 나중에 돌아보면 와, 이런 순간들도 있었구나 해요. 그걸 경험하면서 쓰는 게 더 즐거워졌어요.”
내 삶을 돌아보는 기록은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진다. 그는 고향집에 내려가 할머니와 사진을 찍고, 가족의 삶을 인터뷰하며 함께하는 순간을 조금이라도 더 남기려고 노력한다. 특히 엄마의 손 편지는 작가에게 오늘 하루 더 살아갈 힘을 준다. “엄마는 늘 보살 같은 말씀을 하세요. 일 때문에 힘들어하면 ‘스트레스 그거 안 받을라믄 안 받제’ 하시고.(웃음) 큰 택배 꾸러미를 보내실 때, 다정한 쪽지를 꼭 넣으시고요. 그 말 덕분에 저도 긍정적인 태도를 갖게 된 것 같아요.”
평일을 행복한 순간으로 채우기 위해, 김신지 작가는 잠들기 전 기록을 잊지 않는다. 오늘 보았던 하늘의 아름다움을 다음 해에도 기억하고, 소중한 사람을 더 오래 사랑하기 위해서. 물론, 해가 지고 밤이 찾아오면 오늘의 순간들도 금방 사라질 거라는 슬픈 마음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작가는 그 뒤에 작은 희망의 말을 덧붙인다. “하지만 우리는 기억할 수 있습니다. 기록해두기만 한다면요.”
*김신지 기억하기 위해 기록하는 사람. 일상에 밑줄을 긋는 마음으로 자주 사진을 찍고 무언가를 적는다. 10년 동안 잡지 에디터로 최선을 덜 하는 삶을 고민하는 사람. 이 정도면 됐지, 그럴 수 있어. 나에게도 남에게도 그런 말을 해 주려 노력한다. 너무 사소해서 지나치기 쉬운 것들을 좋아하는 게 취미다. 오늘을 잘 기억하면, 내일을 기대하고 싶어진다. 그런 마음으로 순간을 모은다. 인생이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달은 후로 오늘만 사는 ‘맥덕’이 되기로 다짐했다. 언젠가 바닷가 근처 작은 숙소의 주인이 되는 게 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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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주
좋은 책, 좋은 사람과 만날 때 가장 즐겁습니다. diotima1016@yes24.com
안델센
2021.03.28
지금 읽어보면 피씩 웃음이 나오지만 그당시에는 엄청 심각한 순간도 있었더군요.
기록한다는 건 나의 어떤 역사를 쓰는 건데 이제 나이가 들어서 그런 지 일기가 잘 쓰여지지는 않는 것 같다.
하지만 요즘도 노트에 매일 뭔가는 쓴다.
엄마가 치매로 요양원에 계시고부터 약간의 충격이랄까..
엄마의 유전자가 분명 나에게도 있을 것 같아 예방차원에서 시도 정성껏 필사하고 유명한 명사의 영문문장도 옮겨 보기도 해본다.
나를 조금더 다져서 일기도 쓰야겠다.
먼훗날 읽어보면 나에게 어떤 아름다운 회상이 될 것 같다.............
khk10230
2021.03.26
랄랄라
2021.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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