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일, 전소미는 제102주년 3·1절 기념식에 참석해 독립 선언문을 낭독했다. 전소미가 읽은 독립 선언문은 ‘쉽고 바르게 읽는 3·1 독립 선언서’로, 젊은 세대에게도 좀 더 쉽게 역사의 한 자락을 체험하고 기릴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것이었다. 분명 2001년 3월 9일생으로 밀레니얼, 나아가 Z세대에 속하는 그는 새롭게 재편된 독립선언서의 일부를 성실하게 읽는 작업에 매우 잘 어울리는 인물이었다.
사실 전소미가 독립선언서의 일부를 낭독했다는 점을 의외라고 생각할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트와이스의 멤버를 뽑는 Mnet <식스틴>에서부터 전소미는 늘 밝고 쾌활하며 자신의 매력을 발산하는 데에 열심인 소녀였다. <식스틴>에서 탈락했을 때 수많은 팬들이 안타까워했을 정도로 그에게는 늘 많은 응원이 쏟아졌고, 이후 Mnet ‘프로듀스 101 시즌 1’에서는 출연자들 중 가장 대형으로 분류되는 기획사인 JYP엔터테인먼트 소속으로 주목을 받았다. 그리고 마침내 1위로 데뷔가 결정됐을 때, 그는 처음으로 한 매거진 인터뷰에서 자신을 다섯 글자로 줄여서 표현해달라는 질문에 “디즈니랜드”라고 답했다. 자신의 얼굴에 다양한 캐릭터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전소미가 소속사를 옮기고 나서 낸 솔로 데뷔곡의 제목은 ‘BIRTHDAY’였다. “이제 내 멋대로 매일매일 / 절대 없을 거야 지루할 틈 / 예전에 날 찾지 마 baby / 새로운 나로 다시 태어날 테니까”라는 이 노래의 가사는 아이오아이 활동이 끝난 후로 오랫동안 솔로 데뷔가 미뤄졌던 자신이 새롭게 태어나는 순간을 담고 있었다. 원래의 소속사였던 JYP엔터테인먼트에 대해 원망하던 팬들이나 왜 그의 데뷔가 미뤄지는 것인지 의아해하던 대중에게 이제는 새 출발을 하겠다는 발랄한 곡으로 거침없이 스스로를 내보였다. 이후 발표한 ‘What You Waiting For’가 담긴 싱글에서는 작사, 작곡에 참여하면서 보다 적극적으로 스스로의 이야기를 꺼내기도 했다.
사실상 전소미는 K팝 신 안에서 매우 드문 캐릭터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다문화 가정이라는 그의 성장 배경에 치열했던 두 차례의 서바이벌을 경험하고 소속사까지 이적했다는 특별한 이력의 소유자이면서, 아르바이트를 알선해주는 업체의 광고에 출연해서 노동법에 명시된 사안들을 명랑하게 읊기까지 한다.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3·1절 기념식에 참석해 독립 선언문을 낭독한 뒤 “다문화 가정과 K팝의 대표로 불러주셨다고 들었다. 그런 타이틀을 받을 수 있어서 좋고 영광이었다(헤럴드POP)”고 말했다. 자신의 얼굴 생김새를 얘기하며 “디즈니랜드”라고 말하며 쾌활하게 웃던 소녀가 이제는 자신이 얼마나 다채로운 모습을 가졌는지 스스로 말하면서 경건한 사안 앞에서는 점잖은 태도를 취한다. 그래서 우리는 전소미를 또 한 번 새로운 눈으로 볼 수 있게 되었다. 물론 그것은 언제 어느 자리에 놓여있어도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전소미의 자신감에서 기인한 것이다. 언제 어디서든 새로 태어난 듯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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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아
전 웹진 IZE 취재팀장. 대중문화 및 대중음악 전문 저널리스트로, 각종 매거진, 네이버 VIBE, NOW 등에서 글을 쓰고 있다. KBS, TBS 등에서 한국의 음악, 드라마, 예능에 관해 설명하는 일을 했고, 아이돌 전문 기자로서 <아이돌 메이커(IDOL MAKER)>(미디어샘, 2017), <아이돌의 작업실(IDOL'S STUDIO)>(위즈덤하우스, 2018), <내 얼굴을 만져도 괜찮은 너에게 - 방용국 포토 에세이>(위즈덤하우스, 2019), <우리의 무대는 계속될 거야>(우주북스, 2020) 등을 출간했다. 사람을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