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든 새로 태어날 수 있어, 전소미
우리는 전소미를 또 한 번 새로운 눈으로 볼 수 있게 되었다. 물론 그것은 언제 어느 자리에 놓여있어도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전소미의 자신감에서 기인한 것이다. 언제 어디서든 새로 태어난 듯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글ㆍ사진 박희아
2021.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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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절 기념식에 참석해 독립 선언문을 낭독하는 장면

지난 3월 1일, 전소미는 제102주년 3·1절 기념식에 참석해 독립 선언문을 낭독했다. 전소미가 읽은 독립 선언문은 ‘쉽고 바르게 읽는 3·1 독립 선언서’로, 젊은 세대에게도 좀 더 쉽게 역사의 한 자락을 체험하고 기릴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것이었다. 분명 2001년 3월 9일생으로 밀레니얼, 나아가 Z세대에 속하는 그는 새롭게 재편된 독립선언서의 일부를 성실하게 읽는 작업에 매우 잘 어울리는 인물이었다. 

사실 전소미가 독립선언서의 일부를 낭독했다는 점을 의외라고 생각할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트와이스의 멤버를 뽑는 Mnet <식스틴>에서부터 전소미는 늘 밝고 쾌활하며 자신의 매력을 발산하는 데에 열심인 소녀였다. <식스틴>에서 탈락했을 때 수많은 팬들이 안타까워했을 정도로 그에게는 늘 많은 응원이 쏟아졌고, 이후 Mnet ‘프로듀스 101 시즌 1’에서는 출연자들 중 가장 대형으로 분류되는 기획사인 JYP엔터테인먼트 소속으로 주목을 받았다. 그리고 마침내 1위로 데뷔가 결정됐을 때, 그는 처음으로 한 매거진 인터뷰에서 자신을 다섯 글자로 줄여서 표현해달라는 질문에 “디즈니랜드”라고 답했다. 자신의 얼굴에 다양한 캐릭터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전소미가 소속사를 옮기고 나서 낸 솔로 데뷔곡의 제목은 ‘BIRTHDAY’였다. “이제 내 멋대로 매일매일 / 절대 없을 거야 지루할 틈 / 예전에 날 찾지 마 baby / 새로운 나로 다시 태어날 테니까”라는 이 노래의 가사는 아이오아이 활동이 끝난 후로 오랫동안 솔로 데뷔가 미뤄졌던 자신이 새롭게 태어나는 순간을 담고 있었다. 원래의 소속사였던 JYP엔터테인먼트에 대해 원망하던 팬들이나 왜 그의 데뷔가 미뤄지는 것인지 의아해하던 대중에게 이제는 새 출발을 하겠다는 발랄한 곡으로 거침없이 스스로를 내보였다. 이후 발표한 ‘What You Waiting For’가 담긴 싱글에서는 작사, 작곡에 참여하면서 보다 적극적으로 스스로의 이야기를 꺼내기도 했다. 


전소미 데뷔 티저 사진

사실상 전소미는 K팝 신 안에서 매우 드문 캐릭터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다문화 가정이라는 그의 성장 배경에 치열했던 두 차례의 서바이벌을 경험하고 소속사까지 이적했다는 특별한 이력의 소유자이면서, 아르바이트를 알선해주는 업체의 광고에 출연해서 노동법에 명시된 사안들을 명랑하게 읊기까지 한다.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3·1절 기념식에 참석해 독립 선언문을 낭독한 뒤 “다문화 가정과 K팝의 대표로 불러주셨다고 들었다. 그런 타이틀을 받을 수 있어서 좋고 영광이었다(헤럴드POP)”고 말했다. 자신의 얼굴 생김새를 얘기하며 “디즈니랜드”라고 말하며 쾌활하게 웃던 소녀가 이제는 자신이 얼마나 다채로운 모습을 가졌는지 스스로 말하면서 경건한 사안 앞에서는 점잖은 태도를 취한다. 그래서 우리는 전소미를 또 한 번 새로운 눈으로 볼 수 있게 되었다. 물론 그것은 언제 어느 자리에 놓여있어도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전소미의 자신감에서 기인한 것이다. 언제 어디서든 새로 태어난 듯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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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아

전 웹진 IZE 취재팀장. 대중문화 및 대중음악 전문 저널리스트로, 각종 매거진, 네이버 VIBE, NOW 등에서 글을 쓰고 있다. KBS, TBS 등에서 한국의 음악, 드라마, 예능에 관해 설명하는 일을 했고, 아이돌 전문 기자로서 <아이돌 메이커(IDOL MAKER)>(미디어샘, 2017), <아이돌의 작업실(IDOL'S STUDIO)>(위즈덤하우스, 2018), <내 얼굴을 만져도 괜찮은 너에게 - 방용국 포토 에세이>(위즈덤하우스, 2019), <우리의 무대는 계속될 거야>(우주북스, 2020) 등을 출간했다. 사람을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