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블론디(Blondie)의 보컬 데비 해리로 분한 커버를 보면 알 수 있듯, 뚜렷한 과거지향 색채를 띠고 있다. 지난해의 키워드였던 디스코, 신스팝보다 록에 역점을 둔 모습으로 팻 베네타, 밴드 하트(Heart), 스티비 닉스 등 여성 로커를 의도적으로 표방한다. 멀리 갈 필요 없이 첫 곡 'WTF Do I know you'로 록의 물꼬를 튼다. 디즈니 스타 출신에게 허용되지 않은 길을 걸어온 마일리는 자신이 누군가의 롤모델 혹은 영웅에 도달하지 못한 것에 사과 대신 'Fuck'을 날린다.
롤링 스톤스의 'Sympathy for the devil'을 잘 마감질한 'Plastic hearts'에서는 격정과 파괴력을, 정갈한 어쿠스틱 기타 선율의 'Angels like you'와 'High'는 꾸밈없는 목소리가 저릿하게 다가온다. 외관만 바꾼 것이 아니라 직관성까지 챙기면서 그 안에 범성애자로의 선언, 리암 햄스워스와 이혼 등 역경의 일기는 심플하게 집약했다. 그에게 작위적인 호소는 없다. 특히 후자 스타일의 곡에서 <한타 몬타나> 시절 히트곡 'Climb'이 언뜻 지나가 향수를 불러일으킬 정도.
기라성 같은 게스트와 함께 무대를 꾸민 것 역시 앨범의 탁월한 점. 80년대 하드 록을 가미한 뉴 웨이브의 대표 주자 빌리 아이돌과 함께한 'Night crawling', 하드코어 펑크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조안 제트와 어깨를 나란히 한 'Bad karma' 모두 1970, 80년대에 대한 헌사이다. 이때 아티스트는 능수능란하게 치고 빠지는 기량을 선보이면서 선배들에게 밀리지 않는 존재로 자리 잡는다.
다만 신스팝과 뉴 웨이브 계열에서는 특유의 허스키하고 거친 보컬이 부자연스러운 흐름을 형성하는 데 일조한다.
'Wrecking ball'처럼 회심의 헤비 펀치가 부재한 것은 흠이다. 대신 대체로 유려하게 흘러가는 멜로디와 진솔한 자기 고백에 깃든 깊이감이 일정 수준 이상을 보장한다. 돌이켜보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퍼포먼스와 행실에도 인기 상종가를 내달릴 수 있었던 이유는 오롯이 그의 음악적 의욕에 있다. 필연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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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