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은영 “아이는 천 번, 만 번 ‘좋은 말’로 가르쳐야 한다”
서너 번 해봤는데 변화가 없다고요? 자녀는 서너 번이 아니라 천 번, 만 번을 가르치는 거예요. 좋은 말로요. 이건 아이의 비위를 맞추라는 게 아니라 “안 되는 거야”라는 말을 윽박지르고, 비난하며 하지 않는 겁니다.
글ㆍ사진 성소영
2020.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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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사랑은 일방통행이라고 생각했는데 출산 후 깨달았다. 아이를 낳는 건, 세상에서 나를 가장 사랑해주는 사람이 생기는 일이라는 걸. 부모는 자식을 사랑하고, 자식은 부모를 사랑한다. 그런데 마음과 달리 자꾸 부딪히고 어긋날 때가 많다. 이 반복되는 현실을 개선하고 싶다면 오은영 박사는 부모의 말을 먼저 바꾸라고 조언한다. 

부모의 실천을 강조한 육아서 『어떻게 말해줘야 할까』에는 유아기부터 청소년기까지, 아이를 키우며 맞닥뜨리게 되는 수많은 상황에서 할 수 있는 130가지 부모의 말을 담았다. 오은영 박사는 “외국어를 처음 배우는 태도로, 부모의 말을 매일 연습하면 분명 변화가 찾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가르쳐준 것을 가장 잘 해내는 사람들이 바로 ‘부모’입니다. 지금까지 해왔던 방식이 틀렸다는 것을 알아차리면 고치려고 가장 노력하는 사람들이 바로 ‘부모’예요. 보통 누군가에게 “이렇게 바꿔봅시다!”라고 제안하면 자신에게 생길 이익을 먼저 떠올립니다. 하지만 부모들은 단지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노력해요. 그래서 저는 부모만큼 이 세상의 변화를 이끌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자주 생각합니다.” (7쪽)



육아 회화, 연습하면 실력이 는다 

『어떻게 말해줘야 할까』는 ‘부모의 말’에 대한 책이에요. 

부모가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은 변하지 않죠. 아이를 정말 잘 키우고 싶은 마음도 마찬가지예요. 하지만 육아 현장은 늘 어려워요. 육아를 떠나서 우리는 가장 중요한 사람과 대화할 때 많은 문제가 생기죠. 이 상황에서 조금 편해지려면 변화가 필요한데,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과 잘 키우고 싶은 마음은 바꿀 수가 없으니 ‘말’을 한 번 바꿔 보자는 이야기예요. 우리는 말로 사랑도 전하고, 위로도 하고, 화도 내고, 교육도 하니까요. 이 책은 말의 기술을 알려주는 게 아니고요. 각각의 상황에서 부모가 아이에게 할 수 있는 실제적인 표현을 담았어요.

‘육아회화’라는 표현이 직관적으로 와 닿았어요.  

아무리 똑똑한 사람이라도 외국어를 배울 땐 다 초보자로 시작하잖아요.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외국어를 듣고 따라하듯이 아이를 향한 말도 그렇게 연습해보자는 의미예요. 모든 부모는 자식을 목숨 바쳐 사랑하지만, 이 마음을 잘 전달하지 않으면 때로 아이들은 상처를 받기도 해요. 우리는 태어나서 걸음마도 배우고, 말도 배우고, 숟가락질도 배우고, 공부도 배웠어요. 세상살이에 필요한 대부분의 것을 배우는데 육아는 배운 적이 없죠. 하지만 아이와의 관계를 개선하고 싶다면 변화가 필요해요. 그러려면 연습을 해야 하고요. 그래서 실천적 노력과 훈련이 중요하다는 걸 강조했어요. 

아이에게 하는 말도 외국어처럼 따라하고, 연습해야 실력이 향상된다는 거죠. 

맞아요. 물론 “사랑해. 네가 내 아이라서 정말 행복해” 같은 말을 건네는 게 처음에는 오글거릴 거예요. 어색하더라도 영어회화를 하듯이 그냥 따라하다 보면 말이 자연스레 몸에 배요. 그럼 그게 생활이 되고, 더 나아가면 내 삶과 가치관이 되죠. 이 습관이 쌓이면 나중에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아이를 잘 대하는 노하우가 생길 거예요. 그래서 책의 맨 첫 장에 ‘사랑하는 나의 아이를 위해 나는 ‘부모의 말’을 꾸준히 연습해보겠습니다’라는 다짐을 적도록 했는데요. 작심삼일이 되더라도, 이 책에 첫 장을 펼치는 순간 다시 한번 시작해보자는 생각을 하셨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어요.



아이는 끊임없이 가르칠 대상이다 

중요한 상황에서 효과적인 지시는 ’10 단어’를 넘지 않는 게 좋고, 훈육도 최대한 간결하게 해야 한다고요. 훈육 상황에서 말을 아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훈육에서 가장 중요한 건 원칙과 지침을 알려주는 거예요. 옳고 그름, 해도 되는 행동과 안 되는 행동, 생활의 질서는 아이가 꼭 배워야 하거든요. 이건 개인의 선택, 선호도, 기분 등과 상관이 없어요. 예를 들어 컨디션이 안 좋다고 신호등을 무시할 순 없잖아요(웃음). 그런데 옳고 그름을 가르칠 때, 너무 많은 감정이 들어가면 이게 ‘콘텐츠(Contents)’로 받아들여지는 게 아니라 ‘필링(Feeling)’으로 받아들여져서 기분이 상해요. 인간관계는 기분 나쁜 순간 꼬이거든요(웃음). 맞는 말이라도, 기분이 나쁘면 따르기 싫죠. 자존심 상하거든요. 예를 들어 “그렇게 하면 안 돼” 하고 끝날 이야기가 “너는 꼭 그러더라, 도대체 제대로 하는 게 뭐니?”라고 끝나면 모독이 되는 거예요.  그래서 중요한 원칙과 지침을 가르칠 땐 최대한 간결하게 말해야 해요. 10 단어는 대략 30음절이거든요. 아이를 혼내기 전에 미리 이 정도로 문장을 정리해서 말하는 연습을 해보는 게 좋죠. 

간결하게 말할수록 아이가 더 잘 알아듣는 효과도 있나요? 

그렇죠. 간결하게 말해야 전달이 잘 돼요. 무엇보다 말을 많이 하면 주제가 바뀌어버릴 수 있어서 조심해야 해요. 예를 들어 아이가 장난감을 사달라고 조르는데, 어제도 장난감을 샀어요. 또 사주는 건 안 된다는 걸 말하고 싶다면 “오늘은 사줄 수 없어”라고 이야기하면 끝이거든요. 그런데 엄마는 “돈 없어, 지갑 안 가져왔어”라며 다른 말을 해요. 그럼 아이가 엄마 가방을 뒤져서 지갑을 찾죠. 졸지에 엄마는 거짓말쟁이가 되어 버리고, “네가 말을 안 들으니까 장난감 안 사주는 거야”라는 식의 결론에 도달해요. 가르치려고 한 건 매일 장난감을 사줄 수 없다는 원칙인데 주제가 달라지니까 아이들은 헷갈리죠. 

“안 되는 거야”라고 말했다면, 아이가 떼를 써도 그걸로 끝내야 한다고 하셨어요. 이론은 알지만, 계속 떼쓰는 아이를 보면 언성이 높아지기 마련이에요. 

아이에게 안 된다고 말했을 때, 곧바로 “네, 엄마. 앞으로 안 할게요”라고 하는 아이는 거의 없어요(웃음). 징징대고 발을 구르고 나름대로 자기의 기분 나쁨을 표현하죠. 이건 아이가 안 된다는 말을 못 알아들은 걸까요? 아니죠. 알아들었지만 따르기 싫은 거예요. 그러니까 더 말할 필요가 없어요. 여기서부터는 이해력이 아니라 감정의 문제거든요.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가슴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일이 우리 삶에 얼마나 많은가요?(웃음) 아이가 떼를 쓰고, 짜증을 부리면 그냥 마음을 다독여주면 돼요. 따르고 싶지 않은 마음의 주인은 아이거든요. 마음을 해결해주려고 하지 마세요.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요?

아이가 너무 난리를 쳐서 다칠 것 같은 상황이라면 붙잡고 훈육을 하지만, 위험하지 않은 상황에서 징징거리고 우는 정도라면 스스로 진정할 수 있도록 기다리면 돼요. “엄마가 여기 앉아서 기다릴 테니까 네가 괜찮아지면 와”라고 말하고 아이가 감정을 추스를 때까지 가만히 있는 거죠. 마음을 잘 다루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스스로 정서적 안정성을 찾아가게 하는 거예요. 그런데 이 경험을 하게 하지 않고, 우리는 늘 두 가지 방법을 써요. 아이의 뜻을 들어주거나, 윽박질러서 못 울게 하는 거죠. 사실 이건 아이가 우는 상황을 내가 못 견딘 거거든요. 그러니까 부모는 부모의 마음을 스스로 잘 다스리고, 아이 또한 혼자서 정서적 안정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경험하게 하는 게 굉장히 중요해요. 

기다리는 것과 우는 아이를 그냥 놔두는 건 다른 의미죠? 

맞아요. 저는 자리도 뜨지 말라고 말씀을 드리는데요. 아이가 우는 동안 부모가 그 시간을 기다려주는 건 “나는 너의 마음을 존중해. 나는 너를 보호해. 너를 기다릴 거야”라는 말의 다른 표현이거든요. 물론 처음에는 오래 걸려요. 하지만 한두 번 하다 보면 금방 배우죠. 내가 울면 엄마가 나를 기다려주고, 아무 일도 안 생긴다는 걸 알게 되거든요. 아이도 감정에 여유가 생겨야 엄마 말을 들을 수 있어요. 대신 이때 째려보거나 한숨을 쉬면 안 됩니다. 답답한 상황에서 한숨을 쉬고, 고개를 돌리는 건 우리 삶에서 너무 익숙한 행동이잖아요. 그래서 바꿔야겠다고 인식하지 않으면 바꾸기가 쉽지 않아요. 어떨 때는 제가 부모님들께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표현할 정도로 어려운 일이에요.  

워킹맘은 특히 육아에 고민이 많습니다. 아이가 엄마와 떨어지지 않으려 하는 경우, 어떻게 마음을 다독여주면 좋을까요? 

안타깝고 속상하지만, “엄마도 너랑 있는 게 제일 좋아. 사랑해”라고 계속 말해주는 수밖에 없어요. 만약 아이가 너무 힘들어 한다면 엄마 사진을 뽑아서 펜던트 목걸이 같은 걸 걸어주면 좋아요. 허락이 된다면 중간에 영상통화를 하는 것도 도움이 되고요. 24개월 이상의 아이라면 엄마가 일하는 곳에 한 번 데리고 오는 것도 효과가 있을 거예요. 엄마가 매일 말하는 회사가 어디인지 자기 눈으로 확인하면 조금 더 안심을 하거든요. 

제가 워킹맘 분들께 꼭 말씀드리고 싶은 건, 아이를 일찍 떼어 놓고 일을 나갔다고 해서 아이 인생이 망가지지 않는다는 거예요. 이건 아이가 겪어나갈 수밖에 없는 결핍이고, 결핍은 잘 겪어 나가면 성장의 발판이 되거든요. 저도 워킹맘이었기 때문에 속상한 마음은 백 번 이해하지만, 결핍 없는 완벽한 삶은 어디에도 없어요. 그러니까 마음을 조금 편하게 가지셨으면 좋겠어요. 

아이를 훈육할 때 꼭 기억해야 할 태도가 있을까요?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한 번 해보자’라는 마음이면 절대 안 돼요. 아이는 끊임없이 가르칠 대상이지, 싸울 대상이 아니에요. 싸워서 이길 대상은 더더욱 아니고요. 그래서 내 마음 안에 화가 많거나, 격분할 것 같은 날에는 그냥 아무 말도 하지 말고 가만히 두는 게 더 나아요. 그러다 아이가 삐뚤어지면 어떡하냐고요? 내일 또 가르치세요(웃음). 반드시 오늘 가르쳐야 하는 건 없습니다. 물론 그때그때 훈육하는 게 가장 좋지만, 내 마음에 분노와 노여움이 많으면 아이를 공격하게 돼요. 이게 오히려 아이와의 관계를 망가뜨릴 수 있어요.


 

억울하면 소통할 수 없어요

코로나19가 지속되면서 아이들이 집에서 보내는 시간도 늘었습니다. 자연스레 아이의 미디어 시청으로 고민하는 분들도 많은데요. 어떻게 습관을 잡아줘야 할까요? 

이때 아이에게 가르쳐야 하는 건, 미디어를 올바르게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21세기에 사는 아이들은 디지털 미디어 콘텐츠를 멀리할 수가 없어요. 이미 학교에서 온라인 수업을 하고 있잖아요. 그래서 미디어를 보는 걸로 아이를 혼내면 아이는 헷갈려요. 공부도 미디어로 하는데, 쉴 때 미디어를 접하면 나쁜 거라고 하니까요. 그러니까 먼저 ‘어떻게 하면 건강하게 보여줄 수 있을까’를 고민하시고요. 아이와 의논해서 하루에 미디어 시청을 허용할 시간을 정해보세요. 단, 반드시 아이와 대화를 통해 협의해야 합니다. 

만약 아이가 약속을 지키지 않고 더 보고 싶어 한다면, 앞서 이야기했듯 안 된다는 지침을 알려주시면 돼요. 여기서 “너 엄마랑 약속했잖아”라고 혼을 내면 안 돼요. 약속이라는 대전제에는 누구도 반기를 들 수 없거든요. 약속은 안 지킨 사람이 나쁜 사람이니까요(웃음). 계속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걸 강조해서 혼을 내면, 문제가 미디어 시청이 아니라 약속을 어긴 걸로 바뀌어 버립니다. “한 번에 하나만 가르친다”는 것을 꼭 명심하셨으면 해요.

아이에게 놀이동산에 가자고 약속을 했는데, 사정이 생겨서 지키지 못하게 되었어요. 미안하다고 거듭 사과하는데도 아이는 울고 떼를 쓴다면, 어떻게 말해야 할까요? 

약속은 지키는 게 맞지만, 살다 보면 피치 못할 사정이 생기기 마련이죠. 그런데 아이들은 아직 어려서 사회적 상황에서의 미묘한 입장 차이를 이해하지 못해요. 그러니까 떼를 써도 ‘아이라서 그럴 수 있다’고 유연하게 받아들이시는 게 좋고요. 이런 상황에서는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내가 타당하지 못했음을 인정해야 해요. “오늘 무척 기대했을 텐데, 약속을 못 지킨 건 엄마 아빠의 잘못이야. 정말 미안하다. 대신 다음에 꼭 갈 가자. 얼마나 속상하겠니. 네 마음 다 알아”라고 다독여줘야 해요. 특히 나중에 꼭 갈 거라고 이야기해주세요. 부모님들은 아이가 울면 “너 자꾸 그러면 안 간다”고 윽박을 질러요. 그러니까 아이 입장에서는 부모가 끊임없이 변명한다고 느끼는 거예요.

억울하겠네요. 

정확해요. 아이들은 억울합니다. 억울하면 소통을 할 수가 없어요. 그러니까 부모의 말을 바꿔보자는 거예요(웃음). 

사춘기 자녀를 키우는 부모님들은 대화 자체를 어렵게 느끼곤 해요. 사춘기 자녀와 대화할 때 꼭 기억해야 하는 것을 한 가지만 꼽아주신다면요. 

사춘기 혹은 사춘기 이후의 자녀에게 가장 편하고, 도움이 되는 부모는 ‘대화를 통해 의논할 수 있는 부모’예요. 문제를 해결해주는 부모가 아니죠. 그런데 대부분의 부모님들은 훈계를 해요. 예를 들어 아이가 친구 생일 파티에 갔어요. 밤 10시까지 들어오기로 했는데 11시가 되어도 오지 않고 전화도 안 받는 상황을 가정해 봅시다. 12시쯤 아이가 문을 열고 들어오면, 많은 부모님들이 “너 이렇게 네 마음대로 살 거면 집 나가”라고 하죠(웃음). 그럼 아이는 “친구가 핸드폰을 잃어버려서 같이 찾아주다가 늦었다”고 변명을 해요. 이 말이 빌미가 되어서 또 혼나는 거예요. “네가 걔 휴대폰 찾는 걸 왜 참견하니. 너나 잘 해”라는 식으로요. 물론 통금시간을 어긴 건 잘못이지만, 친구가 핸드폰을 잃어버렸는데 혼자 쌩 하고 오는 건 오히려 사회생활을 못 하는 거죠.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요? 말 없이 늦게 들어온 건 분명 잘못한 일인데요. 

아이가 하는 말을 잘 듣다 보면 부분적으로 타당한 점이 있거든요. 사춘기 아이들에게는 그 정당성을 인정해줘야 해요. “그래, 친구가 핸드폰을 잃어버렸는데 혼자 오는 건 의리가 없는 거지. 그런데 예상치 못한 일이 생겼다면 전화를 해. 우리가 뭐라고 하는 건 너를 못 믿어서가 아니라 걱정해서야. 늦게까지 들어오지 않으니 걱정되잖아”라고 말하는 거예요. 아이에게 가르칠 건 ‘무슨 일이 생기면 부모님께 연락을 한다’인데, “너 나가”라고 해버리면 아이는 이제 자기의 신상을 부모와 의논하지 않으려 하죠. 그러니 대화하려고 하면 “내가 다 알아서 할게”라며 벽을 치는 거예요. 어른은 꼰대이고 “알지도 못하면서 훈계질”하는 사람이 되는 거고요. 

자녀의 학업 또한 부모들의 큰 고민 중 하나예요. 공부하라는 말을 반복하면 잔소리가 되는데 아이의 자존감은 지키면서, 공부를 시킬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냉정하고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공부를 잘하는 건 재능이에요. 사람마다 재능이 다르잖아요. 스케이트를 배운다고 다 김연아 선수가 되는 게 아니듯 말이죠. 모든 사람이 공부를 열심히 했다고 해서, 다 성적이 좋은 건 아니라는 걸 먼저 편안하게 받아들이셔야 해요. 공부의 목표는 첫째로 대뇌를 발달시키는 거고, 둘째로 무언가를 열심히 해보는 경험을 배우는 거예요. 아이가 물 흐르듯 하루를 잘 보내면서 학교생활에 충실하고, 학원에 결석하지 않으면 공부를 잘 하고 있는 겁니다. 그러니까 아이를 지도할 때, 성적에 포커스를 맞춰서 ‘우리 아이는 공부를 안 해’라고 단정하지 마시고요. 아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열심히 한 과정을 칭찬해주세요. “열심히 하는 게 제일 중요해. 그걸로 충분한 거야”라고요.


 
육아, 세상에서 가장 가치 있는 일 

매일 책에 있는 말들을 연습하면 정말 나아질까요? 

그럼요. 많은 부모님들이 “이렇게 하면 진짜 좋아지는 게 맞냐”고 물으시는데요. 정말 좋아져요. 조금이라도 바뀝니다. 그리고 거기서부터 모든 게 다시 시작되죠. 서너 번 해봤는데 변화가 없다고요? 자녀는 서너 번이 아니라 천 번, 만 번을 가르치는 거예요. 좋은 말로요. 이건 아이의 비위를 맞추라는 게 아니라 “안 되는 거야”라는 말을 윽박지르고, 비난하며 하지 않는 겁니다. 

부모의 역할은 왜 이렇게 어려운가요(웃음).

어렵죠. 지금까지 해본 일 중에 제일 어려울 거예요(웃음). 하지만 제일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오은영TV’에 이어서 ‘오은영의 버킷리스트’ 유튜브 채널도 시작하셨어요. 

소소한 바람으로 시작했어요. 제가 2008년에 많이 아팠거든요. 그 이후로 ‘내가 언제까지 살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종종 했는데, 이 참에 하고 싶었던 일들을 시도해보자는 마음으로 새로운 채널을 개설했어요. 그리고 제가 올해 56살이거든요. 오십이 훌쩍 넘은 아줌마가 새로운 시도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 선생님이 저렇게 못하는 데도 끝까지 노력하는 구나. 나도 한 번 뭐라도 해볼까?’라는 마음이 들었으면 싶었어요. 

7시간 동안 발레를 배워서 1분 공연을 한 장면이 정말 유쾌했어요. 버킷리스트를 보면 박사님이 친근하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날 발레를 배우고 나서, 선생님이 분명 다음 날 몸이 아플 테니 조심하라고 하셨는데 푹 자고 나니까 아무렇지도 않더라고요(웃음). 버킷리스트는 찍는 저도 정말 즐거워요.

코로나19가 종식되면 제일 먼저 이루고 싶은 버킷리스트가 있나요? 

버킷리스트 채널에 나왔던 분들께 밥 한끼 사고 싶어요. 바쁜 와중에도 저를 도와주려고 시간을 내주신 게 너무 감사해요. 또 채널A <금쪽같은 내 새끼> 식구들이 아직 한 번도 회식을 못 했거든요.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우리 금쪽 식구들에게도 밥을 사는 게 제일 먼저 하고 싶은 일이에요. 

2006년 방영된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에서 체벌 대신 ‘생각하는 의자’를 권장해 큰 주목을 받으셨는데요. 이제 ‘사랑의 매’는 없다고 인식하는 부모가 실제로 많아졌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부모의 모습도 진화하고 성장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맞아요. 저도 그런 변화를 부쩍 느낍니다. 그동안 써 온 책들도 이와 맥을 같이 해요. ‘이 시대의 부모님들께 어떤 이야기를 하는 게 좋을까’ 고민했던 것들이 전부 책으로 묶였거든요. 그래서 아이에게 건네는 말을 알려주는 이번 책은 저에게 더욱 의미가 있습니다. 

이 세상에 가치 있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요. 그런데 저는 아이를 키우는 게 가장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육아를 하다 보면 때로는 눈물 나고, 후회 되고, ‘이 문제가 해결될까’ 싶어서 막막한 순간들이 많을 거예요. 하지만 자녀를 끝까지 사랑으로 키워낼 수 있는 사람은 부모님뿐입니다. 아이를 키우고 있다는 고귀한 가치를 마음에 단단히 새기고 힘을 내셨으면 좋겠어요. 여러분의 마음이 힘들 때, 제 책이 저 멀리 보이는 희미한 별빛으로 여겨졌으면 좋겠습니다. 이 책을 보며 ‘힘들지만 저 별빛이 있는 방향으로 가 보자’라고 생각하실 수 있길 바랍니다. 



어떻게 말해줘야 할까
어떻게 말해줘야 할까
오은영 저 | 차상미 그림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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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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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임

2021.06.01

이 기사 너무 와닿는 부분이 많아서 즐겨찾기 해놓고 주기적으로 읽어야겠어요.
이거 읽구 ‘어떻게 말해줘야 할까’ 구매도 하게되었어요. 챕터제목이 각 상황에 사용할 수 있는 말들로 되어있어서 아이랑 대화하다가 급 말문이 막히거나 어려운 부분이 생기면 급하게 찾아서 적용하기 쉬워요ㅎㅎ
오늘은 ‘학교에서 재미난 일 있었니?’를 활용해 보았는데 정말 쉽게 반장이 누구인지, 장난꾸러기가 누구인지, 수학시간에 실의 길이를 재다가 실이 끊어져서 정말 웃겼다는 일도 알게되었어요~^^ 정말 신기하네요ㅠㅠ
지금은 ‘밥 맛있게 먹어볼까?’를 실천하고 있어요. 정말 실생활에 바로 적용할 수 있어서 큰 도움이되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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샨티샨티

2021.05.11

자녀를 끝까지 사랑으로 키워낼 사람은 부모밖에 없다는 말이 와닿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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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영

쓸수록 선명해지는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