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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문학동네포에지>, 시인들이 매우 반겼죠”

문학동네 복간 시집 시리즈 ‘포에지’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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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싶고 봐야 하는데 볼 수 없는 우리 시집들을 되찾는 마음에서 속속들이 세상에 있었는데 세상에 없어진 시집들을 리스트에 찾아 넣고 있는 게 ‘문학동네포에지’의 오늘이에요. (2020.12.04)




중견 시인들의 첫 시집을 새롭게 펴내는 복간 시집 시리즈 ‘문학동네포에지’가 출간됐다. 1996년 11월 ‘포에지 2000’ 시리즈의 펴낸 바 있는 문학동네는 근 24년이 흐른 지금, 첫 행보의 정신을 놓치 않고 새로운 시집으로 독자들을 찾는다. 

10권이 포함된 1차분에는 김언희 시인의 첫 시집 『트렁크』를 필두로 김사인의 『밤에 쓰는 편지』, 이수명의 『새로운 오독이 거리를 메웠다』, 성석제의 『낯선 길에 묻다』, 성미정의 『대머리와의 사랑』, 함민복의 『우울씨의 일일』, 진수미의 『달의 코르크 마개가 열릴 때까지』, 박정대의 『단편들』, 유형진의 『피터래빗 저격사건』, 박상수의 『후르츠 캔디 버스』가 포함됐다. 2차분에는 김옥영, 이문재, 염명순, 안도현, 정은숙, 조연호, 김민정, 최갑수, 이영주, 이현승 시인의 첫 시집을 선보일 예정이다. 

‘문학동네포에지’ 출간을 총괄한 김민정 시인과 서면으로 만났다. 



피고 난 뒤 지고 없는 꽃을 기억하는 마음

1996년에 ‘포에지 2000 시리즈가 이미 출간된 바 있습니다. 다시 출발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2011년 문학동네에서 시인들의 신간 시집 시리즈인 ‘문학동네시인선’을 시작하면서 앞서 출간되었던 구간 시집들을 한 시리즈로 다시 묶어 정리를 해야지 마음은 먹었던 참이었어요. 그 이전에 문학동네에서 출간된 시집들이 꽤 되었거든요. 권수가 꽤 되어요. 포에지 2000은 그와 또 별개로 한 시절 세상에 선을 보였다가 사라진 절판 시집들을 모아 묶은 시리즈였는데 계속 이어지지가 않았었죠. 현재가 오늘 바로 여기라 할 때 문학동네시인선이 미래로 나아가는 시인선이라 한다면 과거로 돌아가는 시인선도 필요하겠구나, 그렇게 한 궤가 나란히 꿰일 때 역사가 되겠구나, 하여 ‘문학동네포에지’라는 이름으로 복간 시집 시리즈를 기획하게 됐어요.

출간하는 시집의 범위가 넓어진 것 같아요. 

처음 포에지 2000 시리즈가 그랬던 것처럼 비단 문학동네에서 출간된 시집뿐만 아니라 그 범위를 확 늘렸어요. 보고 싶고 봐야 하는데 볼 수 없는 우리 시집들을 되찾는 마음에서 속속들이 세상에 있었는데 세상에 없어진 시집들을 리스트에 찾아 넣고 있는 게 ‘문학동네포에지’의 오늘이에요.포에지(Poesie)는 프랑스어로 ‘시’라는 뜻입니다. 첫 복간 시리즈의 이름을 그대로 따왔어요. 

시를 뜻하는 말이지만 크게는 ‘시, 라는 정신, 시, 하는 태도’까지 어떤 정취로 그만의 격으로 느껴지고 보이길 바랐어요. 곧 피려는 꽃이고 막 피어난 꽃을 보려 함이 아니라, 피고 난 뒤 지고 없는 꽃을 기억하고 저마다의 방식으로 두고두고 추억하는 것이 시심이라는 포에지가 아니려나, 감히 그런 생각 속에 내내 작업했던 것 같아요.

신작 시집을 출간하는 ‘문학동네시인선’은 예쁜 디자인으로도 유명합니다. ‘문학동네포에지’는 어떤 차별성을 두고 작업하셨나요?

‘문학동네시인선’처럼 컬러를 일단 디자인의 중심 근간으로 두었어요. 시인과 시집 제목과 시리즈 이름이 뼈대를 단단히 곧추세워야 한다는 것도 디자인에 있어 기저였고요. 군더더기 없이 활자로만 디자인을 꾸리다보니 행간 자간이 어마무시하게 중요해지더라고요. 특히나 ‘문학동네포에지’는 시인 외에 다른 어떤 이의 글도 보태지지 않아요. 그 흔한 해설도 없고 그 참한 추천사도 없죠. 

대신 표4에 시인의 시 한 편을 써놓았습니다.

네. 시인의 대표작이라기보다 한 권의 시집을 여는 열쇠라고나 할까요, 시 안으로 일단 안도하며 인도하게 하는 표지판이라고나 할까요, 시집에 있어 군더더기라면 그 정도라고나 할까요. 기획의 말 역시 본문 종이에 인쇄하지 않고 삽지로 넣은 연유가 그래서였어요. 

판형은 ‘문학동네시인선’과 같더라고요. 

몇번의 고민을 거듭한 결과 최종으로는 문학동네시인선과 같은 사이즈로 맞췄어요. 한데 섞여도 전혀 어울림에 어색함이 없어야 한다는 거, 그렇게 과거와 미래가 공존한다는 거, 아무래도 그걸 보이는 게 시집 디자인의 우선 같더라고요. 대신 컬러는 4도를 쓰는 문학동네시인선과 달리 파스텔 톤의 별색과 기본 뼈대인 먹만을 써서 시각의 온도를 달리 가져갔어요. 지나온 시간만큼 물을 더 탔다고나 할까, 이상하게 물 생각이 많이 난 거예요. 표지 종이로 쓴 스타드림이라는 친환경 종이도 물기를 참 많이 껴안은 채라서 제작에는 어려움이 많은데…… 어쩌겠어요, 그거 아니면 안 될 것 같은 것을요.



시집에 있어 편식은 아주 건강한 것

시인들은 복간을 물론 환영했겠죠? 시인들과 얽힌 에피소드를 이야기 해주세요.

너무너무 반겨했지요. 고마워했지요. 특히나 1차분은 시인들의 첫 시집으로만 꾸렸기 때문에 만드는 저희들은 조심스러웠고 받아들게 된 시인들은 뭐랄까, 좀 알쏭달쏭한 기분이셨던 것도 같아요. 그 시집이 쓰인 그 시절로 거슬러 가본다고는 해도 그 시절의 몸과 정신이 되는 건 아니니까 나름 교정을 보는 일에 손보다도 마음이 쓰이는 순간 많으셨던 것 같아요. 고쳤다가 그대로 뒀다가 그대로 뒀다가 또 고쳤다가…… 단어 하나 문장 한 줄 바뀌는 과정을 두고 보는 일에 시가 대체 뭔가, 뭘까, 여러 생각을 해보게 되었던 것도 같아요. 특히나 성석제 선생님은 원래 시인으로 먼저 활동을 하셨고 이참에 앞서 나온 두 권의 시집을 한데 묶으시게 되었던 건데 뭐랄까, 겸연쩍어하심이 느껴졌지만 순수하고 풋풋함이 첫 시집의 진정한 ‘첫’ 같기도 했어요. 1차분 열 분 저마다 개성이 제각각이고 시 세계도 따로 달리 도는 행성이라 말을 하자고 보면 한도 끝도 없을 듯해요. 그 다름으로 말미암아 ‘문학동네포에지’의 내연과 외연이 탄력 있게 확장될 수 있던 것도 같고요. 시리즈에 리스트가 채워지면서 그 반경은 더 넓어질 거라 봐요. 그걸 잘 유지시키는 것이 시리즈의 책임이라 하겠지요. 

초판의 ‘시인의 말’을 읽는 재미도 큽니다. 개정판의 ‘시인의 말’ 변화도 재밌고요. 편집자로서 시인의 말들을 읽으면서, 그 변화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셨나요? 

공통점이라면 모두들 개정판 시인의 말을 쓰기 너무나 힘들어하셨다는 거, 그거요. 그 숙제가 남았군요, 말씀하시던 거, 그거요. 나이가 들어 지나온 자신을 돌아보며 무슨 말을 보탤 수 있을까, 자화자찬으로 저 자신의 훌륭함을 뽐내는 이가 있기도 또 있겠으나 시인들 대부분은 지독한 자기반성 뒤에 자기 연민도 아주 조금 갖는 사람들이다보니 뒷걸음질 속에 회상하여 풀어놓는 말들에 과장과 포장의 제스처가 없는 것이 참으로 아름답다 싶었어요. 뱉은 말보다 삼킨 말이 그래서 더 궁금해지기도 하였고요. 

시인들의 첫 시집을 1차본에 복간합니다. 두 번째 시집 등은 추후 복간될 계획이 없나요? 

아마 한 4~5차분까지는 시인들의 첫 시집으로만 시리즈가 꾸려질 것 같고요, 이후부터는 첫 시집 아닌 시집들도 뒤섞어서 여러분들에게 선을 보일 것 같아요. 여성 시인이 시리즈의 1번을 단 만큼 숨어 있고 숨겨져 있던 여성 시인들의 목소리, 시대를 앞서 묵묵히 제 시의 발성으로 온몸을 써왔던 여성 시인들을 보다 적극적으로 찾고 손을 내밀 참이기도 해요.

독자들이 어떻게 ‘문학동네포에지’를 환대하면 좋을까요? 시집을 어떻게 읽으면 좋을지 팁을 주신다면요. 

제목을 읽고, 표4에 실린 시를 읽고, 목차를 읽고, 스르륵 시집 전체를 훑다가 탁 하고 나를 붙잡는 시나 단어나 문장이 있으면 붙잡히는 거죠. 그렇게 해서 잡게 되는 시집이 있고 그렇게 해서 놓게 되는 시집이 있을 거예요. 다는 못 잡아요. 안 잡히죠. 어떻게 다 움켜쥘 수가 있겠어요. 그렇게 나를 붙든 시들, 시집들, 시인들, 거기서 자신만의 취향이 드러나게 되는데, 저는 그렇게 해서 잡게 되는 ‘문학동네포에지’의 시집과 시인의 이름을 메모해두었다가 오늘에 이르기까지 그의 시력을 따라 읽어가면 나만의 시 읽기 맵이 아주 탄탄하게 만들어진다고 봐요. 시집에 있어 편식, 그 치우침이야말로 저는 아주 건강한 것이라고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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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엄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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