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바꿀 단 한번의 선택이 주어진다면?
이야기를 취재하며 어른의 역할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어요. 곤란에 빠진 아이들에게 손을 내밀어 주고,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지혜도 주는 어른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20.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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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운동화를 신은 아이들에게만 보이는 ‘시간의 집’에 각자의 상처를 안고 모인 네 명의 아이들. 이 네 명이 한자리에 모였을 때, 세상의 시간이 멈춘다. 그리고 그들은 올해의 마지막 날, ‘시간의 집’에서 과거 현재 미래를 선택할 수 있는 세 개의 문 앞에 서게 된다.

그 기회가 당신을 찾아온다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시간을 건너는 집』은 김하연 작가의 독특하고 흥미로운 상상력 위에 지어졌다. ‘혼자’였던 이들이 ‘함께’가 되어 가는 다섯 달 동안의 이야기 속에는, 작가가 청소년들을 대하는 확고한 믿음과 애정이 묻어난다.

어디에도 기댈 곳 없는 아이들에게 든든한 응원을 보내고 있는 김하연 작가의 따스함을 따라, 『시간을 건너는 집』을 찾아가 보았다. 판타지적 공간에서 나눈 이야기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자.



『시간을 건너는 집』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첫 번째 청소년소설인 만큼 작가님께도 의미가 남다를 것 같아요. 원래는 주로 동화를 쓰셨는데, 어떤 계기로 청소년 소설을 쓰게 되신 건가요?

원래 꿈이 소설가였어요. 그래서 문학을 공부하러 프랑스에 다녀오기도 했고요. 귀국하고 우연한 계기로 어린이책 출판사에서 일하게 되었고, 어린이 문학의 매력에 빠져 자연스럽게 동화를 쓰기 시작했지만 소설을 쓰고 싶다는 열망이 늘 있었어요. 소설 집필이 항상 미뤄 둔 숙제 같았는데, 이번에 꼭 쓰고 싶은 소재를 만났다고 할까요.  

모든 아이들이 모이면 시간이 멈추고, 한 해의 마지막 날 과거 현재 미래로 이동할 수 있는 ‘시간의 집’의 판타지적인 매력이 가장 눈에 띕니다. 누구나 한 번쯤 가 보고 싶은 꿈의 공간이 아닌가 싶은데요, 이런 상상력은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나요?

인터넷에서 낡은 구두를 그린 그림을 우연히 보게 되었어요. 그림 밑에 ‘이 구두를 신으면 과거나 현재, 미래로 갈 수 있습니다. 당신은 어디로 가시겠습니까?’와 비슷한 구절이 있었지요. 시간은 신조차 되돌릴 수도 건너뛰게 할 수도 없지만, 소설 속에서는 얼마든지 가능한 일입니다. 이 매력적인 소재를 소설로 꼭 쓰고 싶었어요. 네 아이들이 모이는 ‘시간의 집’은 제 개인적인 취향이 반영된 곳인데요. 예전부터 대저택이 나오는 고전 추리소설들을 정말 좋아했어요. 그래서 아이들을 위한 공간으로 비밀스러운 저택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되었죠.

기댈 곳 없는 외로운 아이들이 자신만을 위한 선택을 고민을 하던 처음과 달리, 점점 서로를 위해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이 옳은지 고민하게 되는 변화가 참 인상적이었어요. 작가님께서는 이런 아이들의 변화를 통해 무엇을 말씀하고 싶으셨나요?

사실 그 부분이 너무 작위적이지 않나 고민이 많았어요. 아이들이 함께한 시간은 고작 다섯 달밖에 안 되니까요. 그런데 아이들은 어른보다 훨씬 빨리 친해지잖아요. 그 바탕에는 아이들만의 순수함이 깔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람 때문에 받는 상처도 많지만, 우리는 또 사람 때문에 힘을 얻고 살아가요. 손을 내밀어 주는 사람은 가족일 수도, 친구일 수도, 선생님일 수도 있지요. 도저히 해결할 수 없을 것 같은 일은 적극적으로 도움을 청할 수 있기를, 또 자신이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 봤으면 해요.

이수가 가진 트라우마나, 자영이가 당하는 학교 폭력은 사실 아이들이 혼자 힘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지요. 그렇기 때문에 어른들의 역할이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우리는 청소년들에게 어떤 어른이 되어 주어야 할까요? 작가님께서 생각하시는 ‘어른의 역할’이 궁금합니다.

제 작품 중에 『똥 학교는 싫어요!』라는 책이 있는데요. ‘대변초등학교’라는 이름 때문에  놀림 받던 학교 아이들이 교명을 변경한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쓴 책이에요. 아이들도 직접 서명 운동을 받는 등 많은 노력을 했지만 선생님, 동창회 어르신들, 마을 주민들도 아이들을 위해 발로 뛰었어요. 어른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교명 변경은 절대로 불가능했을 일이지요. 그 이야기를 취재하며 어른의 역할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어요. 곤란에 빠진 아이들에게 손을 내밀어 주고,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지혜도 주는 어른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작가의 창작노트에서 “어느 날 하얀 운동화를 받더라도 망설임 없이 ‘현재의 문’을 선택할 수 있기를. 그만큼 당신의 삶이 늘 행복하면 좋겠다.”라는 따뜻한 말씀을 남기셨어요. 만일 작가님은 ‘시간의 집’에 가게 된다면, 세 개의 문 중 어느 것을 택하고 싶으세요?

마음 같아서는 소망 노트에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어 있게 해 주세요.’라고 쓰고 미래의 문을 열고 싶지만, ‘합당한’ 소망이 아니라 들어주지 않겠지요? 그러니 저는 현재의 문을 선택하겠습니다. 과거로 가자니 다시 육아를 시작해야 해서 힘들 것 같고, 미래로 가자니 제가 너무 나이 들어 있을 것 같아요. 그래도 망설임 없이 현재의 문을 선택할 수 있다니, 난 지금 행복하구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시간을 건너는 집』을 읽는 청소년 독자들에게 꼭 해 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요? 

시간은 눈 깜짝할 사이에 흘러갑니다. 올해가 어느새 오십 일도 안 남은 것처럼요. 인생은 생각보다 짧은데,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사는 사람은 거의 없어요.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 일을 할 때 가슴이 뛰는지 자신을 끊임없이 살펴보세요. 여러분이 정말 사랑하는 일을 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요.

앞으로는 어떤 작가가 되고 싶으신지 궁금합니다. 혹시 계획이 있으신지, 또는 어떤 메시지를 전하는 작가가 되고 싶으신지 말씀해 주세요. 

거창한 주제를 전하고 싶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어요. 작품 속에서 주제나 메시지를 찾는 건 독자의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단지 재미있고 가독성이 좋은 작품을 쓰려고 노력해요. 내 라이벌은 다른 유명 작가가 아니라 유튜브와 게임, 텔레비전이라고 생각하며 글을 씁니다. ‘넷플릭스보다는 이 책을 마저 읽어야겠어.’라고 독자가 생각해 주면 대성공이죠. 내년에는 동화 한 편과 청소년 소설 한 편을 계획하고 있어요. 이렇게 지면으로 밝혀야 게으름 부리는 일이 없겠죠?



*김하연

대학에서 국문학을 공부하고, 프랑스 리옹3대학에서 현대 문학을 공부했다. 공부를 마친 뒤에는 어린이책 출판사에서 오랫동안 책 만드는 일을 했다. 지금은 아이들에게 책 읽는 재미와 즐거움을 주는 동화를 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쓴 책으로 〈소능력자들〉 시리즈, 『똥 학교는 싫어요!』, 『어린이를 위해 어린이가 뭉쳤다』

, 『날아라 모네 탐정단』이 있다.


  


시간을 건너는 집
시간을 건너는 집
김하연 저
특별한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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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건너는 집 #예스24 #김하연 #채널예스인터뷰
1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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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27

아. 그냥 재미있게 읽었는데, 어른의 역할에 대한 고민이 담뿍 담겨 있는 작품이었군요. 그래서인지 가슴 뭉클하고 진정성 있게 와닿았던 것 같아요. 작품 정말 재미있고 많은 질문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좋은 작품은 퀘스쳔마크를 많이 남기는 것 같아요. 넷플릭스 생각 안 나는 독서 시간이었습니다^^ 앞으로도 기대되는 김하연 작가님. 기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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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