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덕후’가 박물관을 연다면? 이동진 영화평론가가 연 공간 ‘파이아키아’는 2만 권의 책, 1만 장의 음반, 5천 장의 DVD 등이 모인 아카이브다. 수집품 하나하나에 담긴 이야기가 한 권의 책으로 묶여 나왔다. 최유연 편집자는 처음 파이아키아에 들어서던 순간을 기억한다. 이동진 평론가가 도슨트처럼 구석구석을 설명하자, 그 이야기를 책으로 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고.
책이 완성되는 동안, 파이아키아에는 많은 사람들이 다녀갔다. 편집팀, 디자인팀이 모두 모여 수집품이 방대하여 하루 종일 물건을 하나씩 꺼내 촬영했다. 최유연 편집자는 마치 워크숍을 온 듯, 냉장고에서 떡과 아이스크림을 꺼내 먹으며 함께 작업한 일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그렇게 긴 세월 동안 공간에 담긴 이야기가 500쪽이 넘는 분량으로 묶였다.
최유연 편집자는 ‘웅장하지만 발랄한’ 책을 만들고 싶었다. 모순적인 듯한 콘셉트를 실현하기 위해, 편집팀과 디자인팀이 밤낮으로 고심했다. 아카이브의 무게를 담아내기 위해 큰 판형의 양장 제본을 선택했고, 공간과 수집품 사진을 아낌없이 넣었다. 지나치게 딱딱한 책으로 보일까 봐 발랄한 빨간색의 케이스를 씌워 마무리했다. 이 정도면 ‘덕후’의 꿈을 이룬 것 아닐까? 내 안의 ‘덕후’를 깨우고 싶은 사람이라면, 파이아키아의 빨간 초대장을 펼쳐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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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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