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셀러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 의 이꽃님 작가가 2년 반 만에 새 청소년소설로 돌아왔다. 제8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을 받은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는 심사위원을 비롯해 수많은 독자들을 울렸으며, 지금도 많은 청소년들에게 ‘인생 책’으로 꼽히며 입소문을 더해 가고 있다. 대만에서 출간된 데 이어 최근에는 일본 출간이 확정되고 드라마와 영화로도 준비 중인 흡입력 있는 이야기이다. 신작 『행운이 너에게 다가오는 중』 은 가장 따뜻해야 할 집이라는 공간에서 폭력을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아이들의 이야기로, 화자가 조금 특별하다. 운, 타이밍, 행운의 여신 혹은 운명의 장난이라 불리는 존재가 이야기를 들려준다.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 낸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 이후 2년 반 만에 새 청소년 소설로 돌아오셨어요.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나요?
세상에, 벌써 2년 반이나 흘렀나요? 돌이켜 보니 참 많은 일이 있었네요. 그동안 임신을 하고 출산, 육아까지 하다 보니 시간이 그리 흘렀는지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나름대로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조금씩 동화와 청소년소설을 쓰고 있었답니다. 그 결실이 행운이 되어 이렇게 신작을 출간하게 되었네요.
『행운이 너에게 다가오는 중』은 전작처럼 따스한 분위기가 감도는 판타지소설이지만, 동시에 어두운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기도 합니다. 가정에서 폭력을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어떤 마음으로 쓰게 되셨는지 궁금해요.
『행운이 너에게 다가오는 중』은 임신 중에 쓰게 된 이야기예요. 유난히 아동학대나 가정폭력에 대한 뉴스가 자주 나와 전 국민이 안타까워한 시기이기도 했고요. 그런 뉴스를 접할 때마다 한 번도 아프지 않은 적 없었지만 이번에는 더 아프게 다가왔습니다. 뭐라도 하지 않으면 도저히 견딜 수 없을 것 같았어요. 수많은 은재와 수많은 우영이가 제게 손을 내미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저는 그 손을 꼭 잡아야 했고, 그러기 위해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소설의 화자가 독특합니다. ‘타이밍’이나 ‘운’이라 불리기도 하고 ‘행운의 여신’이나 ‘운명의 장난’이라 불리기도 하는 초월적 존재가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이에요. 이렇게 특별한 화자를 설정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살다 보면 신이 있기는 한 건지, 원망스러운 순간이 있어요. 특히 은재나 우영이 같은 아이들은 더 자주 그런 마음이 들지도 모릅니다. 그런 친구들에게 신의 존재를 이야기한들 아무런 위로도 되지 않을 것 같았어요. 하지만 그럼에도, 삶에는 기적이나 운명이 아니라면 설명하기 힘든 일들이 반드시 일어난다고 저는 믿어요. 그게 행운이고, 타이밍이라 생각하고요. 화자인 ‘행운’은 초월적인 존재이지만 신과는 분명 다르지요. 행운은 누군가의 인생을 직접 구하진 못해요. 그저 거기 존재하고 있다가 우리가 준비된 순간에 나타나요. 인생을 구하는 건 행운이라는 존재가 아니라 언제나 평범한 ‘우리’이기 때문이지요.
어떤 이들은 나를 타이밍이나 운이라 부르기도 하고
행운의 여신이나 운명의 장난이라 부르기도 한다.
글쎄, 어떻게 부르든 상관없다.
중요한 건, 내가 ‘인생’이라는 판을 짜 놓은 작자를 몹시 싫어한다는 거고,
그래서 인생에 참견하길 좋아한다는 거다.
- 책에서
의인화된 ‘행운’ 캐릭터가 매력적입니다. 힘들어하는 아이들 곁에 머무는 존재지만, 흔히 상상하는 천사처럼 부드럽기만 한 목소리는 아니더라고요. 소설 속 ‘행운’은 따뜻한 속내와 달리 짐짓 퉁명스럽거나 시니컬하게 말하고, 때로는 거침없이 인간들을 욕하기도 하지요. 어떻게 이런 성격으로 설정하게 되셨어요?
비밀 하나 알려 드릴게요. 사실 행운은 그리 다정하지 않답니다. ‘츤데레’에 가깝죠. 매주 로또에 당첨되게 해 달라고 간절히 빌며 행운을 기다리는 많은 사람들이 그 증거예요. 한 번만 되게 해 달라고 얼마나 애원을 한다고요. 그런데도 행운은 악착같이 나타나지 않지요. (네, 맞아요. 이번 주도 꽝이네요.) 그러니 책 속의 화자라고 마냥 다정한 존재로 만들 순 없었어요. 그렇긴 해도 행운이라는 게 하는 일이 본래 좋은 일이다 보니, 속마음은 따뜻할 것 같았지요. 그래서 퉁명스럽고, 때로는 욕을 하기도 하지만 사실은 따뜻한 마음을 가진 행운 캐릭터가 탄생하게 됐어요.
물리적 폭력을 일삼는 아빠와 사는 은재의 이야기가 큰 축을 이루지만, 엄마의 지속적인 폭언으로 자신감을 잃은 우영의 이야기 역시 안타까운 마음으로 읽어 나가게 됩니다. 일부 어른들이 말하는, ‘다 너 잘되라고 하는 잔소리’가 아이의 입장에서는 정서적, 언어적으로 가해지는 ‘폭력’이라는 걸 분명하게 짚어 주셨어요. 우영의 이야기는 어떻게 탄생했나요?
솔직히 말하자면, 부모님을 원망하고 미워하는 아이들이 꽤나 많다는 사실을 전하고 싶어요. 부모님이 내뱉는 폭언 속에서 더는 사랑을 느끼지 않는 거지요. 그건 폭력일 뿐, 사랑이라고 할 수도 없고요. 언어폭력이나 정서학대는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어쩌면 훨씬 많은 아이들이 폭력에 노출되어 있을지도 모릅니다. 때문에 ‘학대’를 이야기할 때 우영의 이야기는 반드시,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우영이의 이야기를 통해, 수많은 우영이의 부모님들이 그것이 잘못된 일임을 깨닫고 멈춰 주기를 바라면서 동시에 다른 이름을 한 우영이들에게 너희는 잘못한 게 없다고 말해 주고 싶기도 했습니다.
인생은 불공평하지만,
불공평한 인생에 손을 내밀어 주는 건
언제나 다시 인간들이다.
- 책에서
열다섯 살 아이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은재에게 손을 내미는 장면이 감동적입니다. 판타지 요소가 가미되어 있지만, 결국 기적을 만들어 내는 것은 ‘사람’의 힘이라는 메시지가 뭉클하게 다가왔어요. 전작에서도 그렇고, 늘 사람과 사람 사이의 따뜻함에 주목하시는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가슴이 따뜻한 책을 좋아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글을 쓸 때 그런 지점들을 염두에 두고 쓰는 건 아닙니다. 이 세상이 그러하듯 책 속의 이야기도 언제나 해피엔딩으로 끝날 수는 없겠지요. 그럼에도 우리에게 누군가 내미는 손만큼, 그 위로만큼 커다란 건 없다고 생각해요. 저 역시 힘들었던 시절이 있었고, 돌이켜 보면 그 시절을 견딜 수 있었던 건 언제나 곁에 있어 준 사람들 덕분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 경험들이 글로 나타나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저에게 글을 쓴다는 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알지 못하는 이들에게 마음을 전달할 수 있는 수단이기도 합니다. 저는 마음을 담아 글을 썼고, 이 글이 여러분에게 닿아 위안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 주세요.
용기를 내는 것은 참 어려운 일입니다. 용기를 냈을 때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까 봐 두려움이 생길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이미 용기를 냈지만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여러분이 용기를 냈다면, 여러분의 눈길이 누군가에게 닿았다면 분명 기적은 시작됐을 거예요. 행운이 여러분 곁을 맴돌기 시작했을 테니까요. 지금 당장 여러분이 행운을 만나지 못할 수도 있지만 조금만 기다려 보라는 말을 전하고 싶어요. 여러분의 삶에서 훨씬 더 완벽한 순간에 짠 하고 나타날 테니까요.
나는 녀석들의 어깨를 끌어안으며 작게 속삭인다.
지금 행운이 다가오는 중이라고.
그러니 조금만 더 기다려 보라고.
- 책에서
*이꽃님 1989년 울산에서 태어나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꿋꿋이 대학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했다. 2014년 서울 신문 신춘문예에 동화 『메두사의 후예』로 등단했다. 지은 책으로는 동화 『악당이 사는 집』과 청소년소설 『이름을 훔친 소년』『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가 있으며,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로 제8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을 수상했다. |
추천기사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