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대를 지배한 테일러 스위프트는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미스 아메리카나'로 고독한 정상의 위치와 세간의 시선에 입은 상처를 고백하며 평온한 팝 앨범
전작
<롤링 스톤>의 롭 셰필드가 언급한 것처럼 이 앨범엔 팝송이 전혀 없다(No pop songs at all). 히트메이커 맥스 마틴이 떠나간 자리엔 묵직한 시선의 밴드 내셔널(The National)의 아론 데스너가 이름을 올렸다. 잔잔한 피아노와 어쿠스틱 기타로 자연스레 책장을 여는 '「the 1」부터 병치를 활용한 사색의 타이틀 싱글 「cardigan」, 이에 주석을 달며 구전의 성격을 강화하는 「seven」 모두 아론의 손을 거쳤다. 토리 에이모스가 연상되는 「hoax」 역시 그의 작품이다.
내셔널 음악의 정수는 최소한의 장치만을 활용하면서도 건반을 누르는 소리, 어쿠스틱 기타의 줄을 튕기는 소리 등 사소한 장치들을 극대화하여 감상을 확장하는 것에 있다. 이런 장인의 사운드 메이킹이 앨범 곳곳에 숨결을 불어 넣는다. 세간의 편견에 대해 분노하는 「mad woman」과 코로나바이러스가 가져온 혼란의 시기를 천천히 응시하는 「epiphany」, 쏟아지는 대중의 시선을 담담히 감내하는 「peace」가 2000년대
동시에 <피치포크>의 설명처럼 '영원한 인디 앨범으로 기억될' 작품은 아니다. 새 파트너들이 개성을 더하는 와중에도 테일러 고유의 진솔한 이야기 전달과 직관적인 멜로디, 빠르게 많은 이야기를 전달하는 보컬은 여전한 팝의 영역에 있다. 아론 외에도 검증된 파트너 잭 안토노프가 앨범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 역시 중요하다. 아무리 코로나 확산세 속 우울한 사회 속에서 치유와 위로를 원하는 이들이 많다 해도
본 이베어로 활동하는 저스틴 버논과 함께한 「exile」 역시 인디라기보다는 '인디를 받아들인 테일러'의 사례다. 테일러 커리어에서 가장 슬픈 러브송 중 하나일 이 곡은 닉 케이브 앤 더 배드 시즈의 잔향과 본 이베어 커리어 초창기의 포크가 혼합되어 있으나 곡 전개는 잔잔하되 빠르고 멜로디 역시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감정을 전달하고 있다. 잭과 아론이 함께한 「betty」도 2000년대 컨트리 테일러의 추억을 되살려 흥미롭게 다가온다. < Lover >의 잔향을 길게 이어가는 「mirrorball」과 「august」도 달라진 테일러가 낯설 이들에게 단비처럼 여겨질 곡들이다.
빌보드 싱글차트 1, 4, 6위를 차지하고 앨범 전곡을 100위권 내 진입시킨
다만 영미권 평론의 열광은 작품 자체의 평가보다
따라서 인디펜던트의 도움을 받아 꾸준히 다져온 자아의 가장 깊은 내면을 내비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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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