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다혜차지스, 코리안 펑키 샤머니즘 뮤직
통속성을 격파하고 한국적 질감을 유지했으며 그렇기 때문에 독특하다. 코리안 펑키 샤머니즘 뮤직. 추다혜차지스가 새 문을 열었다.
글ㆍ사진 이즘
2020.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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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계에 젊은 바람이 분다. 그것도 여러 방향에서 꽤 굵직한 풍향을 타고 불어온다. 오랜 기간 젊은이들의 취향과 먼 거리에 서 있던 국악에 서양 악조를 가미, 펑키(Funky)하고 로킹한 국악으로 재탄생했다. 젊은 사람들이 주축이 되어 일으킨 동서양 장르 간의 화합은 다시 젊은 사람들의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냈다. 유튜브 라이브 채널 ‘엔피알 뮤직 타이니 데스크 콘서트(NPR Music Tiny Dest Concert)’에 출연하며 이름을 알린 그룹 씽씽을 시작으로 오방신과, 한국남자(이희문x프렐류드), 이날치 그리고 추다혜차지스 등이 새로운 '힙 사운드'의 제격으로 각광받고 있다.

그중 씽씽 출신 소리꾼 추다혜가 주축이 되어 만든 추다혜차지스의 위치는 특별하다. 팀을 꾸린 지 이 년 만에 발매한 첫 정규 <오늘밤 당산나무 아래서>는 한국에서 한 번도 시도된 적 없던 무가 그러니까 굿 음악을 중심 에센스로 삼고 그 곁을 레게, 재즈, 펑크(Funk), 록으로 감쌌다. 무속 음악이 주는 오싹함을 일렉트릭 기타 사운드와 맞닥트려 시원한 쾌감을 만들고 군데군데 중독적인 펑크 리듬과 사이키델릭한 분위기를 장착해 무가인 듯 무가 아닌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

평안도, 제주도, 황해도에 전해져 내려오는 작자 미상의 무가를 바탕으로 필요에 따라 가사를 개사한다. 「비나수┼」는 노랫말 사이 ‘서울하고도 특별시라 서대문구 연희동 로그스튜디오로'란 서사를 넣어 곡에 현재성을 부여하고, 「차지S차지」의 경우 대부분의 가사를 추다혜가 직접 다시 썼다. 돋보이는 것은 추다혜의 존재감이 비단 앨범의 뒤편에만 놓인 것이 아니란 사실이다. 전체 음반에서 주가 되는 것은 무엇보다 추다혜의 목소리다. 가사와 가창을 전면에 세우고 악기의 음색은 후면에 배치, 본래 소리가 가지고 있는 정수를 흔들림 없이 밀어붙인다.

이렇게 우리 음악의 정형성이 주가 될 수 있는 건 충실히 바탕을 다지는 악기 덕택이다. 노선택과 소울소스에서 기타를 쳤던 이시문, 윈디시티, 까데호 등에서 활동한 베이시스트 김재호, 김오키 뻐킹매드니스에서 드럼을 연주한 김다빈이 덜도 없고 더도 없이 딱 적당한 조미를 가한다. 한마디로 어우러짐의 시너지가 상당하다. 또 한 마디로 어우러짐의 무게중심이 신선하다. 몽환적이고 넘실대는 기타 사운드에 색소폰이 부서질 듯 합류하는 「사는새」, 기필코 춤추게 만들겠다는 듯 펑크로 중무장한 「리츄얼댄스」를 거쳐 「에허리쑹거야」는 레게를 핵심 소스로 삼아 곡을 끌어간다. 마지막 곡 「복Dub」에서는 앞선 「에허리쑹거야」를 다시 소환해 전자음을 입혀 몽롱한 아웃트로로 탄생시켰다.

거친 록의 질감으로 시작해 포효하듯 날 선 음색이 휘어잡는 첫 곡 「Undo」, 작품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는 무당 방울 소리와 드럼이 마치 북처럼 귓전을 울리다 이내 블루지한 기타가 호흡을 다잡는 「비나수┼」. 또 비슷한 기타 톤으로 「비나수┼」와 노래 끝의 멜로디를 맞춘 「오늘날에야」까지. 음반의 재해석은 생생하고 장르의 교차는 매력적이다. 변주를 통해 신나는 춤판을 만들고 흥겨운 추임새를 강조한 「차지S차지」는 또 어떤가. 이건 새 시대 청년들을 움직일 트렌디한 뽕필 댄스 음악이다.

국악을 타 장르와 뒤섞은 시도는 처음이 아니다. 하지만 국악, 그중에서도 무가라는 토속적인 소리를 무너트리지 않고 머리에 둔 채 이토록 젊게 꾸려낸 음반은 많지 않다. 통속성을 격파하고 한국적 질감을 유지했으며 그렇기 때문에 독특하다. 코리안 펑키 샤머니즘 뮤직. 추다혜차지스가 새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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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