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짧지만 이 한 문장이 주는 울림은 크다. 바다가 없이 배는 존재할 수 없고, 오토바이가 발명됐다 해도 자전거는 사라지지 않는다. 세상의 모든 것엔 인과로 연결된 고리가 존재한다. 역사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는 앞으로 우리 후손들이 지혜롭게 살아나갈 '단초(端初)'를 제공한다.
일제 강점기, 그 시절을 온몸으로 맞서며 살아오신 분들의 이야기 『1915』 는 그 이야기를 기억하고 기록하여 어렵게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조국, 그것은 영생불멸의 가치이다. 내 이웃이 불행한데 어찌 나만이 행복할 수 있겠는가!” 라고 외치는 조선의 아름다운 청년, 현성. 치열하고 뜨겁게 한 인생을 살아간 조선의 젊은 지식인, 그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우리가 있는지도 모른다. 한편의 대 서사가 독자 여러분들의 눈 앞에 펼쳐질 것이며 책을 읽는 동안 마치 그 시절, 그 시기에 살고 있는 듯, 빠져들게 될 것이다. 뜨거운 역사를 소설로 완성해낸 이준태 저자를 만나 보자.
펜을 들기 전, 작가님의 모습을 말해줄 수 있나요?
저는 1954년 김제에서 태어나 익산 남성고와 전북대학을 나왔습니다. 군 입대 전까지 전북을 떠난 기억이 없어요. 스스로 촌놈임을 부정하지는 않겠습니다. (웃음) 이후의 삶을 얘기하면 서부전선 연평도 내에서 해병대 장교로 복무했고요. 전역 후 건설회사에서 5년간 근무했고, 지금 삶의 터전인 전남 광양에서 사업을 시작해 오늘에 이르렀지요.
먹고살기 위해 처절했었고, 그러기 위해 철저했습니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글을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업을 정리하고 평생 가슴에 담고 있었던 서사를 소설로서 풀어보리라' 생각하고 장편소설에 도전했지요.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제 도전은 터무니없었습니다. 수필이나 여행기 정도 써본 게 전부였는데 장편소설에 도전을 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었거든요. 한 3년 정도 낑낑대니 소설의 윤곽이 나왔고, 거기에 1년을 더 가다듬자 초고가 나왔습니다. 그래도 내 자신이 자랑스러운 것은 그렇게 자학과 고통의 시간을 보냈지만 단 한 번도 포기하겠다는 마음을 먹은 적이 없다는 것이죠.
『1915』 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입니다.
일제 강점기를 온몸으로 맞서며 사람을 사랑한 젊은 지식인의 이야기입니다. 당시 우리 집안에 서울로 유학 간 청년(내겐 집안 어른)이 있었는데 그분을 모티브로 해 ‘현성’이란 인물이 탄생했지요. 이 소설은 실존했던 그분의 삶의 재구성한 것입니다. 그분은 당시 조선 청년이라면 당연히 했을 일제저항운동을 했죠. 비밀결사를 조직해 항거하다 잡혀서 고문을 받았고 끝내 폐인이 되고 말았어요. 그토록 바라던 조국 광복의 기쁨을 제대로 누릴 수 없었고요. 밝은 세상 한번 못 보고 세상을 떠난 그를 기리며 쓴 작품입니다. ‘1915’는 현성이 태어난 해고요.
집필에 4년이 걸리셨다고요. 어려움은 없었나요?
당연히 힘들었지요. 그를 이해하려면 일제 강점기 지하 항일운동에 대한 공부가 필수였습니다. 그분은 일제강점기 때 중앙고보(현 서울 중앙고등학교)를 나왔고, 현 고려대학교에서 법을 공부하다 중퇴를 했으며, 사회주의자였고 요절했어요. 20세기 초반 전 세계 젊은이들에겐 사회주의가 유행처럼 번졌고 국내 젊은이들도 접해 독립운동으로 연결했죠. 앞날이 보장된 엘리트 청년들이 독립운동과 사회주의를 왜 선택했는지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집필하면서 ‘괜한 고생을 사서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그만둘 순 없었습니다. 고통을 즐기면서 끝까지 써 내려갔습니다. 초고는 900쪽이 넘었고 수차례 탈고를 거쳐 500여 쪽으로 줄였어요. 그렇게 지금의 『1915』 가 나오게 됐지요.
무엇에 중점을 두고 소설을 썼나요?
재밌는 서사로 꾸미려 했어요. 이야기만 보면 어둡고 무거워요. 전도유망한 젊은 청년이 고문을 받아 반신불수가 돼 세상을 떠난 이야기가 어떻게 재밌을 수 있겠어요. 평생을 항일 투쟁만 하며 그게 전부인 줄 알던 사람들입니다. 그분들의 영혼을 위로하고 싶어 연애에 중점을 뒀습니다. 소설의 하이라이트는 찬란했던 시절 그들의 연애 이야기예요. 일제 강점기, 지하 조직으로 끝까지 싸우다 사라져 간 우리의 선조, 백성, 애국자 그들의 영전에 작은 공양이 됐으면 합니다.
『1915』 를 통해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자랑스러웠던 할아버지들의 얘기를 젊은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습니다. 해방 후 친일세력들이 대한민국의 주류가 됐고, 그들의 논리에 의해서 정의, 역사가 농단됐어요. 우리는 아직도 사회주의 하면 빨갱이라는 도식이 머릿속에 주입이 되곤 합니다. 하지만 지금의 대한민국 한쪽에서는 사회주의가 꽃피우고 있지요. 전 국민이 의료혜택을 받고 있으며, 노인들은 노인 연금을 받고 있고, 수십조의 재산을 가진 기업 총수와 현장 노동자들이 같이 앉아서 대등하게 임금협상을 하고 있습니다. 인류에 있어서 어떤 제도도, 어떤 법률도 완전한 적은 없었어요. 인류는 끊임없이 그 시대의 여건에 맞게 개선해왔고, 조정해왔지요. 자본주의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역사의 흙먼지에 사라져갔던 선조들의 정의로웠던 삶, 아름다웠던 삶을 통해 역사를 바로 알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독자에게 어떤 작가로 기억되고 싶나요?
분열과 갈등으로 점철된 이념 논쟁에 새로운 화해의 길을 제시하고자 했던 소설, 그리고 독서광들에게 오래 사랑받는 소설로 남고 싶어요. 또, 선대의 삶을 이분법적으로 보지 말았으면 합니다. 제대로 받아들이고 교육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향후 계획이 있으신가요?
후속 작품으로 해방 후 좌우가 격돌하는 시대 상황에서 한 집안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대립을 그려보고 싶습니다. 형제가 각자 다른 길을 걷다, 형은 남로당원이 됐고, 동생은 국군의 장교가 됐어요. 갈등과 반목이 있었지만 어떤 상황에도 서로를 원망하고 적대시하지 않았지요. 해방 후 6.25까지 이어지는 이야기를 『1915』 와 엮어서 대하소설로 만들어보고 싶어요.
* 이준태
1954년 김제에서 태어나 익산 남성고와 전북대학을 졸업했다. 서부전선 연평도와 남쪽의 군항 진해에서 해병대 장교로 복무했고, 전역 후 건설회사에서 근무하다 광양에서 사업을 하였다. 사업을 정리하고 60이 다 된 나이에 소설가의 길을 걷고 있다. 6년여의 작업을 거쳐 『1915』를 출간하였다.
-
1915 이준태 저 | 도토리(Dotori)
내 이웃이 불행한데 어찌 나만이 행복할 수 있겠는가!” 라고 외치는 조선의 아름다운 청년, 현성. 치열하고 뜨겁게 한 인생을 살아간 조선의 젊은 지식인, 그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우리가 있는지도 모른다.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