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노년의 롤모델, ‘그레이 헤어’라는 선택
흰머리가 나기 시작했다고 무조건 그레이 헤어가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언젠가 ‘때’가 오기 마련이죠. 그 ‘때’가 오면 남들의 시선이나 말들은 개의치 마세요.
글ㆍ사진 오금숙 (화가, 인플루언서)
2020.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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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전 즈음 흰머리가 처음 생겼습니다. 그다지 반갑지 않은 손님이었죠. 그때는 흰머리를 가리기에 급급했어요. 당시에 흰머리는 노년의 상징 같은 것이었고, 전 아직 늙을 준비가 되지 않다고 생각했거든요. 30년 동안이나 염색을 했습니다. 염색이 건강에 좋지 않다는 건 알았지만  ‘늙은 사람’이 되는 건 용납할 수 없었죠.


그러다 3년 전에 척추 수술을 받게 되었습니다. 병원에 3개월 입원을 하게 되었는데 그 사이 흰머리가 많이 자랐어요. 병원에서 염색을 시도해봤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스스로 타협을 했습니다. ‘딱히 볼 사람도 없으니 일단 이대로 놔두자’ 라고요.


그때 처음으로 온전한 저의 흰머리를 보았습니다. 점점 그레이 헤어로 변하는 모습이 (물론 전보다 나이는 들어 보였지만) 은근히 마음에 들더군요. 몇몇 사람들은 늙어 보인다고 염색을 하라고 독촉 했지만 저는 왠지 색다른 분위기의 새 옷을 입은 것 같았습니다. 젊었을 때부터 워낙 옷을 좋아하긴 했지만 그레이 헤어가 된 후에는 신기하게도 어떤 옷을 입어도 잘 어울렸어요.


용기를 내어 작년부터 SNS를 시작했습니다. 저의 일상을 담은 패션사진을 올렸죠. 생각보다 많은 분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았습니다. 특히 많은 젊은 친구들이 방문해서  ‘멋지다’고 말해주니 요즘은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합니다. 누군가가 꿈꾸는 노년의 롤모델이 되었고 ‘저 사람처럼 늙고 싶다’라는 마음을 들게 했다는 건 정말 벅찬 일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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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람들은 일부러 탈색을 해서 머리를 하얗게 만들더군요. 길 가다 젊은 친구들에게 탈색하셨냐는 질문을 여러 번 받았는데 저는 그 질문이 참 재미 있었어요. 나이 든 사람에게 하얗게 머리를 탈색을 했냐고 하는 질문이 이상하잖아요. 그리고는 깨달았습니다. ‘아, 요새 젊은 친구들에게 흰머리는 우리 세대처럼 할머니나 늙은 사람이라는 개념이 아닌가 보다’라구요. 그레이 헤어 자체가 하나의 패션이고 개성의 표현이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레이 헤어가 된 후 저는 패셔너블하고 개성 있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레이 헤어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말해주고 싶어요. 흰머리가 나기 시작했다고 무조건 그레이 헤어가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언젠가 ‘때’가 오기 마련이죠. 그 ‘때’가 오면 남들의 시선이나 말들은 개의치 마세요. 자연스럽게 나이 듦을 받아들이세요. 온전한 나를 받아들이면 그것이 나만의 개성이 되거든요. 그러면 어느덧 자신만의 분위기로 꾸밈없이 진솔한 나만의 멋을 찾을 수 있습니다.

 

 


 

 

고잉 그레이 주부의 벗 저/박햇님 역 | 베르단디
일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베스트셀러 입니다. 일본 여성들 사이에서 작가인 아사쿠라 마유미를 필두로 '그레이 헤어' 바람이 일었고, 지금까지도 많은 여성들이 그레이 헤어에 과감히 도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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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고잉 그레이 #그레이 헤어 #롤모델
1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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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란잘란

2020.04.30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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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금숙 (화가, 인플루언서)

@greatgrey_o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