솜이는 동물병원을 무서워한다. (중략) 진료를 마치고 집에 가면 심하게 마음이 상했는지 밥도 안 먹고 퉤퉤 뱉다가 조금 기분이 풀리고 나서야 한 그릇을 뚝~딱 비운다. '언니도 솜이 병원에 가는 일 없었음 좋겠어’ 만약 솜이가 딱 한 가지 말을 할 수 있다면, 아플 때 아프다고 말해주었으면 좋겠다. 솜이야, 오래오래 건강해. 우리 대학도 가고, 대학원도 가자.
마일로 작가와 반려견 북극솜의 포토에세이 『솜이는 오늘도 귀여워』 속의 한 구절이었습니다.
<인터뷰 - 마일로 만화가 편>
오늘 모신 분은 공감과 재미, 그리고 미칠 듯한 귀여움이 담긴 일상툰을 그리신 작가님입니다. 긴 말이 필요 없죠. 『여탕보고서』 , 『극한견주』 . 두 단어면 충분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마일로 작가님입니다.
김하나 : 오늘 모신 책은 신간 『솜이는 오늘도 귀여워』 인데, 북극솜과 마일로가 함께 지었다고 되어 있어요. 솜이도 저자로 등록돼 있는 거죠?
마일로 : 네.
김하나 : 그래서 솜이 저자님도 오신다는 소식에 저희가 아주 술렁였습니다. 사실 저희 스태프들이 『극한견주』 이모티콘을 내내 주고받는 사이거든요. 그래서 한껏 기대에 부풀었다가, 솜이 작가님이 오시기에는 힘들겠다고 생각돼서... 저희가 솜이를 인터뷰할 질문도 다 마련했었지만...(웃음)
마일로 : 아, 그랬군요(웃음).
김하나 : 저는 솜이를 한 번 안고 사진을 찍어 보는 게 소원이었는데,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괜찮습니다. 저희가 방송 전에 실험해봤잖아요. 『솜이는 오늘도 귀여워』 표지를 안고 사진을 찍으시면 됩니다. 솜이라는 이름은 누가 지었어요?
마일로 : 제가요.
김하나 : 솜이가 오게 된 과정을 처음부터 이야기해보자면, 중형견이라고는 하지만 굉장한 덩어리감이 있는 생명체이지 않습니까. 일단은 집에 들이기로 결정하기가 쉽지는 않을 텐데, 사모예드라는 견종과 같이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은 언제쯤부터 했었어요?
마일로 : 강화도로 이사해서 들어가면서부터였죠.
김하나 : 원래는 부산에 살고 계시던 가족이, 갑자기 어머니가 ‘나는 강화도로 가야겠다, 전원생활을 해보고 싶어’라고 하셨고... 그랬더니 두 딸도 ‘그럼, 나도’ 해서 같이 가게 된 거예요?
마일로 : 오히려 반대이기는 해요. 저는 무조건 대학을 졸업하면 상경을 하겠다는 목표가 있었는데, 그래서 졸업하면서 ‘나는 이제 독립해서 혼자 서울에서 살게’ 했더니 엄마가 혼자 부산에 계시기는 조금 그렇고...
김하나 : 언니는 서울에 계셨고요?
마일로 : 언니도 부산에 있었죠. 언니는 아무 생각이 없었어요(웃음). 나는 그냥 동생 또는 엄마를 따라간다, 사실 아무 말도 없었어요.
김하나 : 작가님은 부산에서 대학을 나오고 난 뒤에 서울에서 뭘 하면서 살겠다는 계획이 잡혀 있었어요?
마일로 : 그때는 『여탕보고서』 계약한 직후이기는 했거든요.
김하나 : 아, 그랬군요. 그러면 『여탕보고서』 가 나올 때는 부산에 계실 때였고요.
마일로 : 네.
김하나 : 그렇죠. 왜냐하면 『여탕보고서』 는 어떻게 보면 ‘부산 향토 보고서’ 같기도 한 지점이 분명히 있기 때문에(웃음). 부산 동래 온천장, 온천과 목욕으로 유명한 곳에서 그때까지 사셨던 거잖아요. 여탕에 있었던 수많은 것들, 축적되어 온 에피소드를 모아서 냈던 작품이 『여탕보고서』 였고요. 그래서 ‘나는 이제 웹툰 작가가 돼야겠어’라고 생각하셨던 거군요. 서울에 가서 웹툰을 계속 그리면서 살아갈 테야.
마일로 : 그렇죠. 이제 직업은 생겼으니까 서울에 가서 살아야지(웃음).
김하나 : 어머니가 강화도로 가신다고 했고, 가셔서는 마당이 있는 집에서 사시기로 하셨죠.
마일로 : 네, 마당이 엄청 큰 집을 혼자 고르셨어요. 이제 이 집에서 살 거라고 이야기를 하시고. 처음에는 엄마가 강화도로 다 같이 이사를 가서 너희 자취집을 알아보자고 이야기를 하셨었죠. 일단은 셋 다 강화도로 이사를 갔는데 그 후에는 흐지부지 독립을 안 하게 됐죠. 그냥 강화도에 눌러앉아서 ‘여기에서 강아지 키우고 살면서 행복할 것 같은데’ 이런 생각을 하다가 솜이를 데리고 오게 됐죠.
김하나 : 그 전에 집에 햄스터 여러 마리가 있었고, 햄스터 말고는 강아지를 키우거나 다른 동물과 함께 살았던 적이 있었어요?
마일로 : 거의 없다고 봐야 되죠. 강아지를 잠시 맡아준 적은 있었어요. 한두 달 정도, 그 정도의 경험밖에 없기는 하죠.
김하나 : 그러면 여쭤보고 싶습니다. 만약에 한 번도 강아지와 살아본 적 없는 사람이 ‘저 사모예드 키우고 싶어요, 사모예드를 입양할까 봐요’라고 할 때, 지금의 마일로 작가님은 뭐라고 말씀하실 것 같으세요?
마일로 : 그게 사람 환경마다 다 달라서 키워라 마라 말하기는 조금 애매한 것 같아요.
김하나 : 하지만 『극한견주』 책을 건네시지 않을까요. 이 정도 각오는 해야 한다(웃음).
마일로 : 하긴 그렇죠. 아마 이렇게 살 것이다.
김하나 : 그 순간 너의 운명은 이렇게 결정되는 것이다.
김하나 : 제가 『솜이는 오늘도 귀여워』 를 배송 받았을 때 봉투가 중간 부분부터 뜯어졌어요. 그래서 봉투를 뜯는 순간 솜이와 눈이 마주쳤는데 ‘아!!!! 귀여워!!!!’ 이런 반응이 된 거죠(웃음). 책이 너무 너무 귀엽습니다. 표지에도 솜이 얼굴이 있고, 열어볼 때마다 너무 귀여워요. 정말 ‘솜이 종합 선물 세트’ 같은 책이에요. 아기 때 처음 집에 와서 도롱도롱 자는 모습부터, 『극한견주』 에 나왔던 논두렁에 구르고 난 뒤의 모습이라든가, 온갖 사진들이 있는데요. 정말 팬들한테 이것보다 더 강력한 굿즈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작가님한테도 그렇지 않나요?
마일로 : 그렇죠. 사람들이 아기나 동물, 커플의 포토북을 스스로 만들고는 하잖아요. 그런데 아예 이렇게 출판이 돼서 포토북이 나오니까 제 입장에서는 굉장히 좋죠(웃음).
김하나 : 그렇죠. 게다가 요즘은 디지털 매체에 사진이 저장돼 있는 경우가 많잖아요. 애써서 찾아보지 않으면 예전 사진은 그냥 넘어가 버리게 되는데, 이렇게 한 권으로 집대성이 되어 있고 그때의 에피소드도 들어 있으니까 작가님한테도 굉장히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마일로 : 그렇죠.
김하나 :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솜이의 사진을 돌아보시면서 어떠셨어요? 기억도 다시 끄집어내서 글을 쓰셨어야 했을 텐데, 어떠셨어요?
마일로 : 음... 솜이가 굉장히 잘 컸구나(웃음).
김하나 : 예전에 그런 말씀도 하셨잖아요. ‘이제는 ‘극한’까지가 아니다. 그래서 『극한견주』 라는 만화의 소재가 많이 떨어져 간다.’ 그러면 돌이켜 보면서 잊고 있던 고생의 기억 같은 것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가고 그랬나요?
마일로 : 그렇죠. 지금이랑 그때의 솜이가 약간 다른 개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많이 바뀌었거든요.
김하나 : 아, 그래요. 솜이가 지금 몇 살이죠?
마일로 : 다섯 살이에요.
김하나 : 그때에 비하면 한없이 점잖아졌군요.
마일로 : 네, 맞아요.
김하나 : 저는 『극한견주』 에서 제일 좋아하는 게, 산책할 때 마일로 작가님이 사선으로 붕 날아가는 모습 있잖아요. 솜이는 질주하고 마일로 작가님은 무표정한 얼굴로 목줄을 잡고 날아가는. 그 장면이 저는 항상 너무 좋은데, 지금은 그렇지는 않나 봐요?
마일로 : 네. 지금은 굉장히 산책도 잘 해요. 남들이 보면 ‘정말 개 의젓하다’ 할 정도로 줄도 안 끌고 사뿐사뿐 걸으면서 다니고. 낯선 데에 데리고 와도 얌전히 발 옆에 누워있어요. 엘리베이터 탔을 때도 ‘앉아’ 했을 때 솜이가 앉으면 사람들이 ‘어머, 어머, 개가 어쩜 이렇게 말을 잘 듣고 의젓해요? 훈련 시키셨나 봐요’ 하는 거예요. 오히려 평균 이상 의젓한 개가 됐다고 해야 되나, 약간 그런 느낌이 있어요.
김하나 : 사람들이 ‘사모예드는 천사견’이라고 이야기할 때 가지는 이상적인 모습이 되었군요.
마일로 : 그렇다고 볼 수 있죠.
김하나 : 그런데 『극한견주』 를 그리고 한창 개춘기를 지날 때는 ‘얘가 영영 이러면 어떻게 하지?’라는 암담한 마음도 드셨을 것 같아요.
마일로 : 맞아요.
김하나 : 지금은 거의 다른 개 같다고 하셨지만, 이런 날이 오리라고 확답할 수는 없는 거잖아요. 개체 차이가 있으니까.
마일로 : 아무래도 그렇죠.
김하나 : 이건 솜이가 안 듣는다는 전제 하에 여쭤보면, 살짝이라도 후회했다거나 하신 적은 없었나요?
마일로 : 솜이가 한 살 되기 전까지는 매일 후회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사람들이 말하는 책임감이 바로 이거구나’ 하고 절절하게 깨달았던 거예요.
김하나 : 그 전에는 ‘나는 귀여움만 누리면 되고, 우리는 같이 잘 지내기만 하면 되는 거 아닌가?’라고 생각했지만 ‘내가 일상생활에서 포기하거나 양보하거나 조금 더 힘을 내서 해야 되는 게 너무 너무 많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같이 살아야 되는 거구나’라고 깨달으신 거군요.
마일로 : 네, 그것도 그렇고요. 생후 5~12개월 사이가 한창 이갈이 시기거든요. 그러니까 엄청 아프게 많이 물고, 개 입장에서는 그냥 같이 놀자고 붙잡는 건데 저는 멍이 들고, 그래서 혼을 내면 대들기만 하고... 그래서 어떻게든 내가 책임지고 이걸 고쳐야 된다는 생각도 들었고(웃음).
김하나 : 진짜 천형처럼 느껴졌겠네요(웃음). 물리기도 하고, 털도 날리고, 집안도 파괴하고... 『극한견주』 라는 작품이 나올 수밖에 없었죠.
마일로 : 얘가 의젓한 개가 될 수 있을까, 라는 공포감도 있고.
김하나 : 하지만 이제는 해냈다는 성취감이 드시겠네요.
마일로 : 그렇죠. 제가 해낸 건지 원래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얌전한 건지는 모르겠는데(웃음).
김하나 : 이 책의 뒤쪽에 『극한견주』 외전이 실려 있는데 “나는 사랑을 몰랐었어. 솜이를 만나고 드디어 사랑이 뭔지 알게 된 거야!”라고 쓰셨어요. 솜이랑 같이 있지 않았을 때는 잘 몰랐던 부분들도 있었을 것 같아요. 솜이가 있음으로 인해서 ‘내가 이런 걸 느낄 수 있는 사람이구나, 그 전에는 이런 감정을 잘 몰랐었구나’ 그런 걸 느껴 가시는 것 같아요.
마일로 : 사랑이 뭔지 정말 알겠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그 감정이 뭔지 알겠다는 느낌도 많이 들었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하는 정말 흔한 모든 것들이 있잖아요. 보고 있어도 그립다,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 같은. 솜이를 보는데 나도 모르게 정확하게 그 말을 마음속으로 생각하다가 헉 하고 놀라는 순간이 있는 거예요. 솜이를 보고 있는데도 마음이 벅차오르고, 솜이랑 누워 있는데 이 순간이 영원하지 않다는 걸 아니까 마음이 미어지는 거예요. 지금 이 순간 너무 행복한데, 정말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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솜이는 오늘도 귀여워북극솜, 마일로 저 | 위즈덤하우스
SNS에 공개된 솜이의 사진 외에도 작가의 개인 소장 컷이 무한 방출되었다. 시원한 판형에 큼직큼직하게 들어가 있는 360여 개의 사진들은 이 포토에세이가 여타의 포토에세이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다르다는 존재감을 보여준다.
임나리
그저 우리 사는 이야기면 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