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중앙에 설치된 높다란 계단을 올라 저택의 문을 열어젖힌다. 그리고 어머니를 살해한 남동생의 이름을 부르짖는다. “아아, 오린! 오린!” 무대 위의 핀조명이 저주받은 운명의 여주인공 라비니아를 비추고 쥐 죽은 듯 고요한 관객석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돈다.“
『우리 아이 넛지 영어』 의 저자 남미희는 전직 연극배우다. 연극영화학과 졸업 공연 당시 유진 오닐의 「상복이 어울리는 엘렉트라」 여주인공 라비니아를 단독주연으로 꿰찼다. 무대 위에서 놀 때가 가장 편했고, 무대 위에 있을 때만큼은 세상에 무서울 게 하나도 없었다.
무대에서 살다 무대에서 죽겠다고 호언장담하던 그가 영어 교육서를 출간한 사연은 무엇일까? 전직 연극배우에서 20년 차 베테랑 영어 강사가 되기까지, 자신이 서 있는 모든 곳을 무대로 만드는 남미희 저자를 만나 보았다.
『우리 아이 넛지 영어』 를 쓰기로 결심한 계기가 있을까요?
한 마디로 말씀드린다면 ‘확신’입니다. 아이에게 영어 그림책 읽어 주며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습니다. 뉴질랜드 유학까지 떠나 유아 교육을 전공하고, TESOL(Teaching English to Speakers of Other Languages), TECSOL(Teaching English to Children Speaking Other Languages) 과정도 이수했죠. 영어 그림책은 가장 확실하고 빠른 영어 교육법이지만 엄마가 모든 수업 준비를 스스로 하려면 영어 실력과는 별개로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간의 노하우와 경험을 압축한 영어 대본을 쓰기로 결심한 이유입니다. 실질적인 정보가 부족한 탓에 열심히 가르치고도 이렇다 할 성과가 없어 자책하는 엄마들이 없기를 바랐습니다. 교육 현장에서 20년 가까이 임상 실험을 거치고 그 효과를 인정받은 대본이니 믿고 따라 하셔도 좋습니다.
어떤 계기로 연극 배우에서 영어 선생님이 되셨나요?
죽고 못 살던 연극이었건만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며 선택의 갈림길에 섰습니다. 밤샘 연습이 일상인 데다 밥벌이도 안 되는 극단 생활과 육아를 병행하기엔 무리가 많았습니다. 극심한 우울감에 시달리던 그때 뜻밖의 위로가 되어 준 것이 아이에게 읽어 주려고 산 영어 그림책이었습니다. 아이에게 영어 그림책을 읽어 줄 때면 여지없이 숨길 수 없는 연기 본능이 새어 나왔습니다. 목소리도 크게, 눈도 크게, 입도 크게 오버리액션을 하며 그림책을 읽다 보면 침울했던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그때부터 아이보다 더 재미가 붙어 영어 그림책 교육서, 영어 그림책 읽기 세미나, 대학교 아카데미 강좌, 영어 그림책 스터디를 섭렵하고 다녔습니다. 주변 엄마들의 부탁에 작은 영어 공부방을 열었는데 아이들이 좋아하는 선생님으로 엄마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면서 수강 요청이 빗발쳤습니다. 그렇게 한 해 두 해 흘러 어느새 20년 차 영어 강사가 되었네요.
어떻게 영어 대본을 만들겠다는 아이디어를 떠올리셨나요?
하루에 한 권을 읽어 주더라도 제대로 읽어 주고 싶었습니다. 문제는 영어 노출을 늘리기 위해서 처음부터 끝까지 영어로 수업을 진행해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평소에는 영어가 잘 나오다가도 막상 수업에 들어가면 머리가 새하얘졌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텔레비전에서 큐카드를 들고 있는 MC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걸 보는 순간 대학 때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들고 다닌 연극 대본이 떠올랐습니다. 곧바로 아이를 위한 수업 대본을 만들기 시작했고, 그때부터 매일 무대에 오르는 심정으로 아이 앞에서 스크립트를 읽으며 영어 놀이를 했습니다. 관객과 찌리릿- 전류가 통하는 그 한 순간의 희열을 위해 무대에 오르는 연극배우처럼요.
영어 대본 암기가 실제로 효과가 있나요?
엄마의 완벽한 영어 대본 암기는 아이에게 ‘낯설게 하기’ 효과를 발휘합니다. 아이에게 영어를 가르치기로 마음먹은 엄마들이 아이가 수업에 집중하지 않는다는 고민을 토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침대맡에서 그림책 읽어 주는 정도야 쉽게 할 수 있지만 한창 호기심 많은 아이들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수업을 진행하기엔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입니다. 대본을 암기해 처음부터 끝까지 영어로 진행하는 수업은 아이와 엄마의 마음가짐을 바꿔 놓습니다. 편하고 자유로운 ‘엄마’에서 ‘마미쌤’의 모습으로 아이 앞에 서는 것이죠. 마미쌤 모드에 빠진 아이는 “Look at this book” 한 마디만 해도 그림책 속의 모든 영어를 쭉쭉 흡수하는 스펀지로 변신합니다.
우리 아이와 남의 아이를 모두 가르쳐 보신 입장에서 마미쌤만의 장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마미쌤은 엄마와 선생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한다는 뜻인데요, 아이와 영어 수업을 하다 둘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대부분 마미쌤은 본능적으로 엄마 역할을 선택합니다. 아이들은 애착 관계를 바탕으로 영어와 놀면서 자라납니다. 엄마표 영어 수업은 영어에 대한 행복한 추억을 심어 준다는 점에서 단순히 사교육을 대체하는 것 이상을 의미하죠.
많은 엄마들이 아이가 수업 내용을 따라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마미쌤을 포기하는데요, 그럴 땐 엄마가 아이 대신 신나게 대답해 주면 됩니다. 엄마 혼자 재밌게 노는 모습을 본 아이들은 금세 호기심을 갖고 수업에 동참합니다. 이도 저도 안될 때는 “여기서는 Yes라고 대답해야지~ 네가 자꾸 No라고 하니까 엄마가 진도를 나갈 수가 없잖아~ 일단 Yes라고 해주라~!”하고 솔직하게 말해도 좋습니다.
정말 놀면서도 말문이 트일 수 있을까요?
어릴 때부터 영어 그림책과 놀며 자란 우리 아이 Ryan에게 영어는 가장 쉬운 과목이었습니다. 따로 공부하지 않아도 영어 과목만큼은 수능과 내신 모두 항상 1등급을 받았고, 왜 그게 답인지 물어보면 “당연히 이게 답인데요?”라고 되물었습니다. 수능영어는 어휘와 독해 실력, 그리고 사고력으로 승패가 갈립니다. 영어 그림책으로 시작해 리더스 챕터북, 소설 원서로 꾸준히 쌓은 영어 내공의 힘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죠. 영어 그림책으로 다져진 아이들의 영어 실력과 영어에 대한 감은 훗날 학습을 해야만 하는 시기가 와도 절대 무너지지 않습니다.
Ryan과 함께 쌓은 영어 그림책 추억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였나요?
산책하는 암탉 이야기가 담긴『Rosie’s Walk』는 3초도 한 자리에 못 앉아 있는 Ryan의 성향에 딱 맞는 그림책이었습니다. 제 손을 잡고 쌓아 놓은 방석을 뛰어 넘던 순간, 책상 밑에 숨어 있다 까르륵 웃으며 나오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단 한번의 놀이로 Ryan은 전치사에 대해 완벽하게 이해했고 실생활에도 사용하더군요. 물론 ‘over the 담요’ 이렇게 한국말을 섞어서 사용하다가 “엄마 담요가 영어로 뭐야?”하면서 자연스럽게 ‘over the blanket’라고 말합니다. 아이 스스로 언어의 세계를 넓힌 감격스러운 순간이었지요. 이게 바로 살살 간질이면 술술 쏟아지는 ‘넛지’효과 아닐까요?
* 남미희
'내 아이의 영어는 내가 직접'이라는 목표로 영어 그림책 읽기에 관심을 갖고, 영어 그림책 읽기 강좌와 교육서를 섭렵하기 시작! 그림책 한 권 제대로 못 읽는 영어 실력에 한계를 느껴 무작정 뉴질랜드로 떠나 전문적인 영어 교습법을 공부했다. 그 후 영어 그림책 교육에 관한 연구와 학업을 병행하며 20년 가까이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고, 마미쌤들의 멘토 역할을 자청해 네이버 카페 '엄마표 영어 마미쌤 with 아이비쌤'을 운영하면서 자신의 모든 경험과 지식을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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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 넛지 영어남미희 글 | xbooks
내 아이 영어는 내가 직접 책임지고 싶은 엄마들, 24시간 학원에 보낼 수도 없는데 다른 엄마들은 어떻게 공부시키는지 궁금해죽겠는 엄마들, 내 아이에게만큼은 지긋지긋한 영어 공부의 악몽을 물려주고 싶지 않은 엄마들을 위한 필독서이다.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