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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과학 공부, 이것만은 알아두세요

『통통한 과학책』 정인경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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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좋은 삶, 더 나은 세상을 제시하고 여기에 맞춰서 과학기술을 개발하고 사용하도록 해야 해요. 그러자면 우리 모두가 과학적 감수성을 길러 나가야겠죠. (2020. 0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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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통한 과학책』 을 펴낸 정인경 저자를 만났다. 정인경 저자는 열정 있는 과학 저술가이자 연구자로 활동하고 있다. 『통통한 과학책』 은 과학사의 큰 질문들을 추적하여 재구성한 과학의 역사이자, 과학적 발견의 과정, 과학자들의 삶과 용기가 담긴 과학책이다. 방대한 과학의 역사를 새로운 방식으로 구성해 낸 배경과 과학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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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재미있네요. 『통통한 과학책』 은 어떤 책인가요?

 

과학을 소설처럼 이야기로 읽는 책이에요. 재미있게 읽다 보면 어느새 과학과 친해지거든요. 언어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어요. 다른 사람의 눈으로, 과학자의 눈으로 세상을 보도록 만들죠. 과학의 탄생에서 현대 과학까지 큰 그림에서 과학을 훑어보고 나면, 세상을 보는 시야가 확 넓어져요. 머릿속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통통하고, 빵빵해지는 느낌을 받을 거예요.

 

왜 이 책을 쓰시게 되었나요?

 

먼저 2015년 교과과정이 개편된 것을 말하지 않을 수 없네요. 고등학교에서 문과반, 이과반을 없애고, 고등학교 1학년 때 통합과학이라는 새로운 과목을 배우게 되었어요. 그런데 학교에 가면 과학 선생님들이 통합과학을 가르치기 굉장히 어려워하세요. 물화생지로 임용고시를 본 선생님에게 통합과학은 완전히 새로운 과목이거든요. 제가 몸담고 있는 고려대학교 과학기술학 협동과정이 이런 통합과학을 연구하는 곳이에요. 통합과학을 어떻게 가르치고 배워야 할지를 고민하면서 이 책을 구상하게 되었어요. 제가 고등학교 <과학사> 교과서를 쓰고, <통합과학> 교과서를 검토하면서 학교 현장에서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을 쓰고 싶었어요.


  그리고 나아가 과학이 학교 시험공부의 틀에만 갇혀 있는 것에서 벗어나게 하고 싶었어요. 과학사를 공부하면서 읽은 책 가운데 제이콥 브로노우스키의 『인간 등정의 발자취』 가 있었는데, 아직도 기억나는 인상적인 부분이 있어요. 유럽인들은 뉴턴의 묘비 앞에서 춤을 추고, 환희의 눈물을 흘렸다고 해요. 과학혁명으로 세계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알게 되어서 행복했다는 거죠.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저는 가슴으로 느껴졌어요. 유럽인들은 앎이 주는 기쁨, 과학적 진리가 주는 기쁨을 경험했는데 우리는 역사적으로 이 경험을 못했어요. 이 책을 통해 청소년들에게 과학이라는 새로운 사실을 안다는 것이 어떤 경험인지를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학생들이 과학적 진리가 주는 특별한 감동과 경험 없이 교과 공부에만 치중하는 현실이 안타까우셨군요. 요즘 들어 특히나 과학과 인문학의 융합을 많이 이야기들 하는데, 말씀하신 것과 비슷한 뜻일 수도 있을 듯합니다.

 

과학은 크게 말해서 인간의 활동이에요. 과학 공부 잘하려면 호기심, 인내심, 용기, 지구를 사랑하는 마음, 상상력과 같은 인간적 가치가 있어야 해요. 학원에서 지식을 가르칠 수 있지만 이러한 인간적 가치를 가르칠 수는 없어요. 제가 통찰이라는 말을 좋아하는데 통찰은 책을 깊이 읽는 과정에서 스스로 느끼고 깨닫는 것입니다. 책 읽기에서 궁극적인 목표는 저자의 지혜를 넘어서 자기 자신을 발견하는 거예요.


청소년기는 자기 정체성과 가치관을 발견하는 시기거든요. 청소년기에 과학이 왜 중요한지를 깨달으면 평생 과학을 자신의 삶에 가까이 두게 됩니다. 과학의 눈으로 세상을 보게 되면 인생이 달라지죠. 어려운 문제에 부딪혔을 때 과학적으로 사고하고, 문제해결 능력을 갖추고, 스스로 인간의 가치를 발견하고, 미래의 변화에 창의적으로 대응합니다. 부모님들은 학원 보내기보다 아이들이 과학책을 읽으며 성장하도록 도와주세요. 부모님과 아이들이 함께 『통통한 과학책』 을 읽으면 더없이 소중한 경험이 될 것입니다.


문이과의 구분을 없애는 일환으로 <통합 과학>를 공부하게 되었는데요. 이것도 어떤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것일텐데, 그럼에도 지금 과학 교육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신다면 어떤 점이 그런가요? 

 

통합과학 교과서를 보면, 기존에 배우는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의 내용이 정리되어서 들어있어요. <통합과학>만의 정체성을 담고 있지 않아요.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 그 다음에 플러스 알파가 있어야 하는데 그 알파가 빠져 있다는 것이죠. 저는 그 알파가 빅퀘스천, 우주와 인간에 대한 궁극적 질문이며, 앞으로 나아가야 할 과학기술의 방향성이라고 생각해요. 미래가 변한다고 하는데, 과학과 인문학이 융합되어야 한다는데, 교과과정도 개편되었다는데 왜 그럴까를 생각해 보세요. 인간의 삶에 과학기술이 어떤 영향력을 끼칠 것인지를 잘 알고, 그런 문제의식을 갖고 공부하는 것이 필요해졌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아직도 문과와 이과를 나누고, 자기 전공만 공부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전공주의가 문제죠. 자기가 전공하는 학문, 하나만 잘 아는 전문가가 될 수 있다고 안일하게 생각해요. 과학에는 여러 분야가 있잖아요. 자신의 전공만이 아니라 물리학, 생물학 등등 다른 학문들을 폭넓게 알아야, 자기 전공도 잘 할 수 있어요. 요즘은 융합과 협동과정이 대세거든요. 저처럼 과학사, 과학기술학이나 뇌과학과 공학, 철학이 서로 협동해서 연구하니까요.

 

학생들에게는 하나하나의 사실과 법칙이 모두 다루기 어렵고 힘들기 때문에 전체를 보는 시각을 갖기가 쉽지 않을 텐데요. 학생들이 통합적인 안목을 갖는다는 것이 과학 공부에 어떤 면에서 필요하고 도움이 된다고 보시나요? 또 어떻게 하면 통합적인 시각을 갖게 될까요? 

 

질문이나 문제부터 먼저 생각하세요. 예를 들어 인공지능을 잘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인공지능 하나에 컴퓨터나 로봇과 관련된 과학기술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이해하는 인문학까지 포함된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또한 기후변화를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이산화탄소의 배출을 줄이려면 화석연료의 소비를 줄여야 하고, 그러면 자연히 에너지의 문제를 고민하게 되요. 이렇게 문제를 제기하고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를 생각하다 보면 통합적 시각을 갖게 됩니다. 세상에 모든 문제는 서로 연결되어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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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이 발표될 때마다 과학 분야의 수상을 한 적이 없는 우리나라로서는 기초과학이 중시되지 않는 풍토를 지적하곤 하는데 통합 과학이 기초 과학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까요?

 

요즘 정부가 AI를 적극적으로 홍보하니까 AI특성화고등학교도 생기고, 일반계 고등학교에서 코딩교육을 열심히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여기에 수학이나 과학 교육이 배제되고 있어요. 과학과 인문학의 융합, 통합과학을 외치면서 우리가 눈앞에 드러나는 실용교육에 매달리고 있어요. 『통통한 과학책』 은 이러한 인식을 바꾸기 위해 수학, 과학, 인문학의 흐름을 전체적으로 보여주면서 그 필요성을 설득하고 있습니다. 과학에서 나오는 물질, 에너지, 진화, 원자, 유전자, 지능 등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거든요. 이러한 기초 과학에서 나오는 개념들을 잘 이해해야 공학이나 기술에 응용할 수 있습니다.

 

과학책 읽기에 대해 더 여쭙고 싶습니다. 과학책 읽기가 중요하다고 말씀하셨는데 데 쉽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일반적인 독서 능력과 달리 과학 문해력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이 있나요?

 

인권 감수성이 있듯이 과학 감수성이 있어요. 과학은 상식에 위배하는 사실들을 많이 나오거든요. 원자나 전자기장, 에너지 등은 머릿속에서 딱 떠오르지 않는 추상적인 개념입니다. 이러한 과학적 개념을 자기 것으로 만들려면 무조건 과학책 많이 읽으라고 권하고 싶어요. 처음에는 이해가 가지 않더라고 과학적 용어나 논리적 추론에 친숙해지는 것이 중요해요. 어렵고 따분한 책 말고, 재미있고 쉬운 이야기책부터 자신의 눈높이에 맞는 책을 자주 읽으세요. 『통통한 과학책』 을 읽은 어떤 과학 교사가 이 책은 3번 읽어야 한다는 말을 했어요. 여러 번 곱씹어서 읽다 보면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책에서 과학 기술의 방향성이 중요하다고 하셨어요. 과학 기술이 사람들의 행복에 기여하게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 질문은 행복이 무엇인가부터 이야기해야겠네요. 제가 대학원 수업이나 강연에서 행복에 대해 이야기하거든요. 행복은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이지만, 사회적으로 실재한다고 말해요. 그 사회가 행복을 어디에 두는가에 따라서 사람들이 느끼는 행복이 달라져요. 먹방이나 여행, 물질적으로 소비하는 삶을 행복이라고 생각하면 사회는 발전한 과학기술을 거기에 집중해서 이용하겠죠. 그런데 행복은 가치 있는 목표를 추구하는 삶에서 나오는 것이거든요. 우리는 좋은 삶, 더 나은 세상을 제시하고 여기에 맞춰서 과학기술을 개발하고 사용하도록 해야 해요. 그러자면 우리 모두가 과학적 감수성을 길러 나가야겠죠. 

 

 

 

 

 

* 정인경

 

과학저술가, 고려대학교 과학기술학연구소 연구교수. 1963년 인천에서 태어나 수학과를 졸업한 뒤 대학원에서 한국과학사로 전공을 바꾸어 박사학위를 받고, 연구자이며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의 문화적 토양에서 ‘과학 기술 하기’를 고민하며 청소년과 일반인이 이해하기 쉬운, 좋은 과학책을 쓰고자 노력하고 있다. 한겨레신문에 <정인경의 과학 읽기>를 연재하고 있으며 고등학교 교과서 『과학사』를 집필했다. 지은 책으로는 『과학을 읽다』, 『뉴턴의 무정한 세계』, 『보스포루스 과학사』 등이 있다.

 

 

 

 

 

 

 

 

 

 


 

 

통통한 과학책 1정인경 저 | 사계절
과학은 인간을 가장 깊숙이 이해하는 열쇠다. 빅 아이디어를 중심에 두고 인간의 이야기를 풀어낸 이 책은 그런 관점에서 진정 통합적이고 인문학적인 과학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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