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예스>가 미니 인터뷰 코너 ‘책이 뭐길래’를 매주 목요일 연재합니다. 책을 꾸준하게 읽는 독자들에게 간단한 질문을 드립니다. 자신의 책 취향을 가볍게 밝힐 수 있는 분들을 찾아갑니다.
밴드 ‘브로콜리너마저’에서 건반을 담당하고 있는 김잔디 씨는 언제나 ‘살 책 목록’을 온라인 노트에 기록한다. 뮤지션, 두 아이의 엄마, 정신건강간호사로 일하는 일상이 빠듯하지만 읽고 싶은 책은 꼭 읽으려고 노력한다. 밴드 인터뷰가 아닌 ‘독자’로서 하는 인터뷰는 오늘이 처음. “책 이야기를 하려니 설렌다”고 말한 김잔디 씨는 정신건강간호사로서 중독자들, 마음이 아픈 사람들을 위해 살고 싶은 꿈이 있다.
최근에 재밌게 읽은 책들을 소개해주세요.
정유정 작가님의 소설 『진이 지니』 를 어찌 말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지면을 빌려서 작가님께 사랑을 고백합니다. 작년 정유정 작가님의 『진이 지니』 첫 사인회를 갔었는데 얼마나 좋았던지요. 정유정 작가님이 저와 같은, 응급실 간호사 출신이었다는 이야기에 『내 심장을 쏴라』 를 읽고서는 바로 제 심장이 울린 경험 이후 쭉 팬입니다. 『28년』 , 『종의 기원』 등에서 나타난 그 흡입력으로 이번에는 사람, 삶과 죽음, 공감, 트라우마(외상)를 딛은 성장에 관한 이야기를 숨가쁘면서도 눈물 나게 펼치셨어요. 사랑합니다. 여러분 두 번 읽으세요.
『국경없는 병원으로 가다』는 어쩌다 보니 책의 추천사를 쓰게 되었어요. 그래서 책임감을 갖고 소개합니다. 저자는 ‘국경없는 의사회’에서 활동하고 계신 이재헌 정형외과 의사입니다. 영화에서도 잘 등장하는 소재인, ‘가끔 저 사람은 어떻게 저런 선택을 할까’ 는 질문이 떠오를 때가 있습니다. 이 책도 사실 그러한 궁금증에서 출발했는데, ‘사람’에서 시작하여 또 사람으로 연결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어요. ‘국경없는 의사회’에 대해서는 국제적으로 전쟁이나 기아 등이 일어난 곳에서 긴급구호를 펼치는 단체이며 노벨평화상을 받았다는 사실만 알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바로 나의 주위에서 일어나지는 않지만 관심을 가져야 할 많은 것들에 대해 더 생각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또 하나의 키워드로 ‘시스템’(체계)을 생각합니다. 특히 의료의 측면에서 시스템의 구축은 정말이지 중요한데 그렇지 않은 곳에서는 ‘봉사심’으로 필요한 것을 채워나갈 수 밖에 없는 게 있지요. 하지만 그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국경없는 의사회’는 제 첫 생각보다는 시스템이 잘 갖추어져 있는 곳이었어요. 하지만 워낙 전 세계에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으니 힘든 면이 많은 것 같아요. 동시에 한국의 외상의료체계에 대해서도 생각합니다.
『그날이 우리의 창을 두드렸다』 도 추천하고 싶어요. 세월호 참사를 기록하고 기억하는 책은 여러 권이 있잖아요. ‘똑똑’으로 불리곤 하는 이 책은 참사 5년의 세월을 담은 책인 만큼 아이들을 기억하는 것과 더불어 진상규명을 위한 가족들의 활동 내용도 함께 다루어져 있어요. 제 마음을 더 흔든, 생존자 아이의 부모 이야기도요.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눌 자리가 있어서 겨우 마음을 먹고 책장을 폈어요. 첫 장의 ‘고통의 단어 사전’부터 읽기가 참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분명 잊어서는 안 되는 일이 있습니다. 용기를 내야 할 일이 있고요. 여기에서 또 한번 시스템이 떠오릅니다. 그리고 트라우마(외상)에 관하여 생각합니다. 개인이 짊고 살아가기에는, 그 무게가 시간에 더해져 더 짓눌리게 되지요. 그걸 이고 살아가게 해 주는 시스템, 지지가 필요합니다.
마지막은 오소희 작가님의 『엄마의 20년』 입니다. 이 책을 읽는데 마침 예스24에서 북 토크를 한다고 초대 문자가 왔어요. 응모하고 싶었지만 시간이 되지 않아 아쉬움을 남기며 책을 마저 읽었네요. 평소 오소희 작가님이 블로그에 남기시는 글들을 읽고는 감동하며 육아 동지들과 이야기를 나누고는 했어요. 사실 엄마가 된 이후 몇 개의 육아서를 읽었지만 실망한 기억들이 많아요.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거의 육아서를 보지 않았는데 오소희 작가님은 언제나 엄마의 삶을 말씀해주시니 어찌 아니 읽을 수 있을까요. 아이를 키우며 이따금씩 당연하게 밀려오는 불안감에 이렇게 중심을 잡아주는 책이 있음은 참 감사한 일입니다. 그러면서 균형에 대해 생각합니다.
평소 책을 선택할 때, 기준은 무엇인가요?
제 온라인 노트 중 하나에 '살 책 목록'이 있습니다. <채널예스> 인터뷰라서 그런 것이 절대로! 아니고요. 그 목록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것은 바로 예스24 도서 팟캐스트 <책읽아웃>에서 소개해주시는 책들이에요. 가끔 진행자 여섯 분 중 누구의 추천이 저의 리스트에 가장 많을까 스스로 궁금하기도 해요:) 예전에는 저자, 내용을 주로 보고 책을 골랐던 것 같은데 특히 아이들 그림책을 사게 되면서 출판사도 보게 되고 종이, 책의 이음새까지 보게 된 것 같아요.
최근에 특정 출판사의 그림책이 유독 잘 망가지는 경험을 하게 된 이후 더 그런 것 같아요. 그림책은 어른의 책과는 달리 참 많이, 반복해서 읽(어주)게 되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출판사 단추의 『고래 책』 이 참 좋았어요. 고래를 좋아하는 아이(혹은 어른)가 오래오래 놓고 보기 좋은 책인데 종이의 재질도 마음에 들었어요. 많이 읽을수록, 비록 헤어질 수 있어도 단단해지는, 그런 느낌을 아이한테도 주고 싶어요.
어떤 책을 볼 때, 특별히 반갑나요?
위 질문에서 책의 외적 측면에서 이야기했다면 내용적으로도, 저자에 있어서도 저와, 저의 가족과 연결점이 있는 책이 아무래도 반가움이 있어요. 까꿍- 하는 느낌도 들고요:) 최근에 반가웠던 책 중에 참, 『나는 간호사, 사람입니다』 가 있는데 꼭 영화화 되었으면 좋겠어요!
신간을 기다리는 작가가 있나요?
정유정 작가님이지요. 정세랑 작가님도요! 국외 작가로는 폴 오스터의 신간이 기다려져요. 그림책으로는 백희나 작가님, 안녕달 작가님의 신작도 언제나 가슴 떨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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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간호사, 사람입니다김현아 저 | 쌤앤파커스
삶과 죽음이 전쟁 같은 사투를 벌이는 종합병원 중환자실에서 ‘저승사자와 싸우는’ 간호사의 업무 현장, 환자 안전과 국민 건강이라는 중요한 축을 책임지고 있으면서도 늘 처친 어깨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간호사들의 열악한 환경을 가감 없이 그려낸다.
엄지혜
eumji0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