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모자를 쓴 고양이가 내 마음에 들어왔다
서로를 선물 같이 소중하고 귀하게 여기는 마음이 담긴 이 책은 이제 나에게 뜻밖의 선물이 되어 찾아왔다
글ㆍ사진 김정희
2019.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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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동네 서점을 갔다. 서점에서 매대에 놓여 있는 책 표지를 살펴보던 중 나의 시선을 끈 표지가 있었다. 바로 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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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종족의 특성상 머리에 뭔가를 쓰거나 하는 것을 매우 싫어하는데 이렇게 능소화 모자를 기꺼이 써 주고 리치한 미소를 띠우고 있는 고양이라니…. 나는 무장해제되어 버렸다.


책에는 부산 재개발 지역에서 홀로 사시는 할머니들이 고양이와 지내는 풍경을 찍은 사진들이 많이 수록되어 있다. 편의점은커녕 재개발 지역이 되어 점점 빈집이 늘어가는 쓸쓸한 동네에서 이삿날을 기다리며 혼자 사시는 할머니들이시다. 사진 속의 할머니들은 허름한 목장갑을 자주 끼고 계시는데 추운 겨울 시장에서 장사를 하다 동창이 해마다 반복되어 손이 아파 그러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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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 속 고양이 이름은 찐이인데 찐이 할머니와 찐이 이야기가 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찐이가 아기 고양이였을 때 배가 고파서 밖을 서성이다가 할머니의 집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고 마침 명탯국을 끓이고 있던 할머니가 명태 건더기를 씻어 아기 찐이에게 주었다. 이것이 첫 묘연이었고 그 때문인지 찐이는 이렇게 다 커서도 사료를 먹을 때 할머니의 명탯국을 꼭 먹어야 한단다.  


할머니가 팔 수술을 하시게 되어 찐이를 잠깐 『고양이와 할머니』 의 작가인 전형준 님에게 맡기게 되었다. 할머니는 매일 찐이가 밥을 잘 먹고는 있는지, 잘 있는지 궁금해서 전형준 님에게 매일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물었는데 통화 내용을 옮겨본다.


“니가 보고 싶어 죽겄다. 내 낫아가 갈게. 할매 아파서 그란다이. 아파서 니를 떼 놨다이. 마이 묵고 건강하래이. 착하제, 우리 찐이. 우리 찐이 착한 찐이제? 말 잘 듣던 찐이제? 마이 무라이, 마이 무라. 인쟈 전화 끊어야 되겠소. 욕 좀 보소. 우짜긋노, 내 고마버 죽겠다. 우예 됐든 좀 봐주소. 낼 수술 든간다, 낼.” 

 

이 대목을 읽으며 눈물이 났다(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마음이 물컹물컹하다) 왜 그럴까? 몸이 아픈 와중에도 찐이가 무탈하게 잘 있는지가 제일 궁금한 할머니의 깊고도 깊은 사랑 때문일 수도 있고, 할머니의 사랑을 가감없이 받는 찐이에 대한 고마움 때문일 수도 있다(사랑을 받을 수 있는 것도 능력이다) 87세로 곧 아흔이 임박한 할머니와 이제 7살이 된 덩치 큰 찐이가 서로를 의지하며 서로에게 기쁨이 되는 모습이 왜 이리 감동으로 다가오는지. 그리고 이들의 모습을 찍은 사진에서 느껴지는 작가의 따뜻한 마음이 왜 이렇게 뭉클하게 다가 오는지. 

 
찐이 할머니는 폐암으로 멀리 봄 소풍을 떠나셨다. 하루하루 기억이 사라지는 가운데서도 할머니는 찐이 아직 안 들어왔냐며 찐이야, 찐이야를 부르시곤 했다고 한다. 다행히 찐이는 곧 좋은 가족을 만났고 “할매 집 말고 다른 집에 가면 할매한테 하는 것만치로 투정 부리고 그라믄 안된다. 밥 가리지 말고 이쁜 짓도 하고. 알긋제?”라고 할머니가 생전에 당부한 덕분인지 새집에서 적응을 잘 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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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독자에게 어떤 주장이나 설득을 하려 하지 않는다. 그저 부산의 재개발 마을에서 할머니와 고양이가 마음을 주고 받으며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왜곡 없이 따뜻하게 담아낼 뿐이다. 할머니와 고양이 그리고 이들을 바라보며 사진을 찍는 작가. 이 셋은 아마 서로에게 선물 같은 존재였을 것이다. 서로를 선물 같이 소중하고 귀하게 여기는 마음이 담긴 이 책은 이제 나에게 뜻밖의 선물이 되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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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희

독서교육을 공부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