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메모리 인 드림>으로 오랜만에 대학로 돌아온 배우 오의식
대학로에서 조연을 많이 하면서 제가 보여줬던 믿음이나 극의 중심은 아니지만 그 사람의 삶이 궁금하게 만들었던 면들이 다음에 또 다른 기회가 됐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지금 드라마를 하면서도 반복이라고 생각해요.
글ㆍ사진 윤하정
2019.11.20
작게
크게

오의식.jpg

 

 

연극  <메모리 인 드림(Memory in dream)>  이 대학로 해오름 예술극장에서 첫선을 보이고 있습니다. 창작 초연인 데다 자료를 찾아봐도 이렇다 할 내용이 없어서 인터뷰를 앞두고 난감했는데요. 그럼에도 인터뷰가 반가웠던 이유는 오랜만에 이 배우를 만나기 때문입니다. 기자 못지않게 그의 무대를 기다렸던 관객들이 많을 텐데요. 이제는 무대보다 화면으로 더 익숙한 배우 오의식 씨 얘기입니다. 오랜만에 그가 선택한 공연인 만큼 특별한 인연이나 사연이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요. 그래서 오의식 배우의 첫공을 앞두고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직접 만나봤습니다. 

 

공연은 중간에 잠깐씩 했어요. 그런데 하루 이틀 참여했던 공연도 예전에 극단에서 했던 작품이라 이렇게 오랫동안 같이 연습하고 새로 만드는 작업은 진짜 오랜만이죠.

 

환경이 다른 만큼 드라마와 공연 스케줄을 병행하기가 힘들어서겠죠?


그렇죠. 초반에는 공연과 드라마를 같이 했는데, 결국 제 마음과는 달리 양쪽에 피해를 주게 되더라고요. 하나를 진득하게 해도 잘해낼까 말까 한 사람인데 뭔가 욕심으로 가는 게 아닌가 싶고. 특히 결국에는 공연 쪽에 피해를 주는 경우가 많아서. 제가 공연하는 날이 미리 정해진 만큼 관객과의 약속이고, 몇 안 되는 분이더라도 저를 보거나 다른 배우와의 조합을 고려해서 예매하는 분들이 계실 텐데 그 약속을 못 지키게 되니까 제가 약속을 온전히 지킬 수 있을 때 공연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스케줄이 가능해서라기보다는 공연 쪽에 무게중심을 더 둔 것 같은데요? 연극  <메모리 인 드림>  으로 오랜만에 관객들과의 약속을 지키려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오랜만에 공연도 하고 싶고, 같이 공연하는 멤버들이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는 선후배들이기도 하고. 그리고 제 동생(오인하)이 작가 겸 연출이거든요(웃음). 꼭 동생 작품이라 선택한 건 아니고, 동생이 작가로 데뷔하기 전부터 가지고 있던 파일인데 부족한 부분은 있지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분명해서 흥미롭게 읽었던 대본이에요. 물론 동생 작품에 참여한다는 것도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이고, 제가 배우니까 같이 작업하는 순간을 꿈꿔 오기도 했고요.

 

오의식 씨도 다른 일을 하다 연기를 하게 됐잖아요. 동생분은 어때요?


저는 인테리어 회사에서 몸으로 때우는 일을 했고, 동생은 밴드 활동도 했고 음악을 업으로 삼고자 했던 것 같아요. 제 기억이 맞는다면(웃음). 그런데 제가 봤을 때 이 친구의 성향이 공연계와 맞고, 단점도 장점이 될 수 있는 직업적인 특성이 있잖아요. 그래서 민준호 연출이 <뜨거운 여름> 초연 때 조연출을 찾기에 아무 것도 모르는 동생을 추천했죠. 이후 민준호 연출이 작업하는 작품에 배우로도 참여하고, <비 클래스>도 작가 겸 연출을 했고. 만들고 고민하는 걸 좋아하는 친구라 잘 맞는 것 같아요.

 

그런데 동생이 연출인 작품에 형이 배우로 참여하면 힘든 점이 있지 않을까요?


힘든 점은 별로 없었어요. 단지 제 문제인데, 가끔씩 동생으로 보인다고 할까요. 동생으로 보여서 함부로 대하거나 형으로서 가르치려는 게 아니라, 그냥 배우와 연출로 만났다면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을 텐데 노파심이라고 해야 하나. ‘지금 저런 말을 해서 누군가 내 동생을 싫어하면 어떻게 하지?’ 괜히 걱정이 될 때도 있고. 하지 않아도 될 생각이나 참견이 많이 들었죠. 참긴 했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인 것 같아요. 그런데 어떤 면에서는 저보다 낫더라고요. 저는 배우로서만 생각하는 부분이 있는데, 연출로서 생각보다 냉철하고 뚝심 있게 전체적으로 끌고 가는 것 같아서 나중에는 ‘그냥 연기나 잘하자’ 생각했죠(웃음).

 


그런데 연출은 작품 전체를 이끄는 선장이고 배우들에게 디렉션도 줍니다.
연극 <메모리 인 드림> ‘오 형제’의 속사정은 어땠는지
영상으로 직접 들어보시죠! 

 

 

 


연극  <메모리 인 드림>  은 어떤 작품인가요?


곁에 있는 사람이 얼마나 소중한지 생각해볼 수 있는 작품 같아요. 뉴욕을 배경으로 젊고 가난한 부부가 행복할 때도 있고 싸우기도 하고. 웃음도 있고 감동도 있는, 남녀노소 편하게 볼 수 있는 일상극이죠. 극장에 오시면 크리스마스 분위기도 많이 나고 그 즈음에 일어나는 이야기도 많아서 겨울과도 어울리는 작품이고요.

 

오의식 씨 회차가 많지는 않던데요.


네, 또 드라마를 하게 돼서요. 앞서 얘기한 것처럼 못 지킬 약속은 하지 말자는 생각에.

 

드라마 환경에는 많이 적응하셨죠? 요즘은 무대에서 활동했던 분들이 매체 연기도 많이 해서 현장에서도 자주 만날 것 같아요.


맞아요. 한창 열심히 공연했던 친구들을 현장에서 만날 때가 정말 많아요. 그동안 묵묵히 연기해온 시간들이 만들어낸 과정인 것 같아요. 결과물이나 어떤 선물이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고, 열심히 하다 보니 생겨난 자연스러운 일들이죠. 사실 처음에는 공연 쪽과 다르다, 내지는 마치 시골에 있다 서울에 간 것 같았는데. 살다보면 별 게 아니잖아요. 결국 나의 문제였구나. 내가 낯선 현장에서 괜히 색안경을 끼고 유난을 떤 것 같더라고요. 적응하지 못한 자가 환경 탓을 하는 게 아닐까. 초반에는 굉장히 차가운 곳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역시 사람이 모여서 작업하는 곳이고 자기 몫을 잘해내고 따뜻한 마음으로 넓게 바라보면 크게 다른 건 없는 것 같아요. 엄청 사이즈가 커진 대학로라고 할까.

 

 

메모리인드림_오의식.jpg

 

 

그런데 무대에서는 항상 주인공이었는데, 극을 끌어가고 싶은 욕심도 있지 않을까요?


대학로에서 처음부터 주인공을 했던 것도 아니고, 주인공을 많이 하지도 않았어요(웃음). 저한테 잘 어울리거나 제가 잘 표현할 수 있는 종류의 인물이 있잖아요. 그런 작품이 왔을 때 그 조연이 주인공이 되기도 하거든요. 대학로에서 조연을 많이 하면서 제가 보여줬던 믿음이나 극의 중심은 아니지만 그 사람의 삶이 궁금하게 만들었던 면들이 다음에 또 다른 기회가 됐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지금 드라마를 하면서도 반복이라고 생각해요. 새로운 환경에서, 저를 아는 사람보다 모르는 사람이 많은 환경에서 또 증명해내야겠죠.

 

그렇게 인정받은 뒤 하고 싶은 캐릭터가 있다면요? 공연과는 또 다른 인물들이 있잖아요.


제가 수려한 외모에 바라보는 것만으로 많은 걸 얘기할 수 있는 배우는 아니라고 생각해요(웃음). 그래서 보는 분들이 많이 공감할 수 있는, 우리 주변에 있을 것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작품에서 일상적인 캐릭터를 더 많이 접해보고 싶어요. 그런 작품에서 좀 더 극을 이끌어가는 인물을 맡고 싶긴 하죠. 사람의 솔직함이 묻어나는 캐릭터요. 

 

연극  <메모리 인 드림>  이 연초까지 공연됩니다만, 더 다양한 무대로 오의식 씨를 기다리는 관객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릴게요.


너무 감사하죠. 죄송하기도 하고. 공연을 더 많이 하고 싶다는 생각은 늘 하고 있어요. 극단 공연은 하루 이틀만 해도 정말 행복하거든요. 저를 오랫동안 응원해주시는 분들도 만날 수 있고. 개인적으로 다른 곳에서 찾을 수 없는 특별한 행복감이 있고, 1년 365일 중에 300일 넘게 대학로에 있었던 만큼 오기만 해도 편하고요. 그야말로 집 다음이 대학로죠(웃음). 그래서 공연할 수 있는 기회는 항상 늘리고 싶고, 조금만 더 열심히 하면 무대에서 약속을 지킬 수 있는 힘도 더 생기지 않을까 생각해요!

 

 

 

배너_책읽아웃-띠배너.jpg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오의식 배우 #연극 메모리 인 드림 #대학로 해오름 예술극장
0의 댓글
Writer Avatar

윤하정

"공연 보느라 영화 볼 시간이 없다.."는 공연 칼럼니스트, 문화전문기자. 저서로는 <지금 당신의 무대는 어디입니까?>,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공연을 보러 떠나는 유럽> ,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축제를 즐기러 떠나는 유럽>,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예술이 좋아 떠나는 유럽> 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