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산문집 『인생은 이상하게 흐른다』 를 쓴 박연준 시인은 <채널예스>에 ‘박연준의 특별한 평범함’(http://ch.yes24.com/Article/List/2732)을 연재하고, 격주로 <한국일보>에 고전을 소개하고 있다. 파주에 사는 시인은 책을 신중히 고르는 편이다. 다독보다는 정독을 하는 편. 책 한 권을 읽는 데 시간을 많이 들이기에, 스스로의 기준에서 좋은 책, 필요한 책을 신중히 골라 읽는다.
지금 읽고 있는 책을 소개해주세요.
김하나 외 공저 『다름 아닌 사랑과 자유』 , 정소현의 『품위 있는 삶』 , 성동혁의 『아네모네』 . 이렇게 3권을 읽고 있습니다.
어떤 계기로 선택하게 되었나요?
『다름 아닌 사랑과 자유』 는 여러 필진들이 '동물'에 대해 쓴 소소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에요. 저는 김하나 작가의 글 세 편이 실린 앞부분부터 울며 읽었는데요. 사랑으로 끙끙거리게 되는 일이 뭔지 아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좋아하지 않을 수 없을 거예요. 조금씩 아껴 읽고 있어요.
정소현의 『품위 있는 삶』 은 단편소설집인데, 감탄, 감탄, 감탄을 하며 다 읽은 책이에요. 이토록 재미있는데 얕지 않고, 이야기에 푹 빠져 (제발!) 끝나지 않길 바라며 읽은 책은 또 오랜만이었어요. 정소현 작가의 책을 처음 읽는데, 다른 책도 찾아 읽을 예정입니다.
봄날의책 출판사에서 나온 성동혁의 시집 『아네모네』 는 아름답고, 어둡고, 무겁고, 무서운 시집이에요. 무거워서 날 수 없는 날개를 가진 천사의 이야기 같았습니다. 그동안 세계 시인들의 시집을 띄엄띄엄 출간해온 '봄날의책'에서, 처음으로 한국 시인의 시집을 출간했는데요. 성동혁 시의 알맹이와 형식이 완벽한 그릇에 담겼구나, 감탄했어요. 앞으로 더 다양한 한국시들을 '봄날의책'을 통해 만날 수 있길 바랍니다.
평소 책을 선택할 때, 기준은 무엇인가요?
저는 책을 아주 느리게 읽는 편이라 다독을 못합니다. 책 한 권을 읽는 데 시간을 많이 들이기에 제 기준에서 좋은 책, 필요한 책을 신중히 골라 읽습니다. 그 덕에 제가 어떤 책을 좋아하는지 잘 알고 있는 편이지요. (한마디로 말하긴 어려워요) 요새는 신문에 고전을 소개하는 글을 쓰고 있어, 한달에 2권 이상은 꼭 고전을 읽습니다. 대부분 예전에 읽은 책인데, 시간이 흘러 다시 보니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게 되더군요. 이게 진짜 공부구나, 생각하며 즐기고 있습니다.
어떤 책을 볼 때, 특별히 반갑나요?
모르던 작가를 새로 발견했을 때, 그 작품이 제 맘에 쏙 들 때 행복합니다. 작년에 플레이타임 출판사에서 나온 데버라 리비의 『알고 싶지 않은 것들』 이란 산문집을 읽었을 때처럼요. 홍대 근처 작은 서점에서 우연히 그 책을 발견했지요. 앞부분만 슬쩍 훑어보고 호기심이 생겨 구입한 책인데, 읽고 난 후 보물을 발굴한 사람처럼 흥분했던 기억이 나네요.
요새는 작은 서점에 가서 주인의 안목에 기대, 모르는 작가의 책을 구입하는 것을 좋아해요. 몇 달 전 부산의 한 작은 서점에서도 이문영의 『웅크린 말들』 이란 책이 눈에 띄어 구입했는데, 주인이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책을 사간다고(제가 그 책을 산 유일한 사람이라 했어요) 기뻐하더군요. '말해지지 않는 말들의 한(恨)국어사전'이란 부제가 붙은 책인데, 묵직하고 특별한 책이에요.
신간을 기다리는 작가가 있나요?
'유디트 헤르만', '마누엘 푸익', 그리고 '존 버거'의 새로 나온 책이 있는지 수시로 체크해 봅니다. 특히 유디트 헤르만 신간 소설은 제발 어느 출판사든, 좀 출간해 주길! 기다리고 있어요. 참, 얼마 전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을 행복하게 읽었기에, 김초엽 작가의 다음 작품도 기다리고 있습니다.
-
인생은 이상하게 흐른다박연준 저 | 달
숨쉬듯 자연스럽게 살아가되, 다정함의 자세를 유지하고, 또 열심히 발레교습소에 나가 몸을 곧게 펴고 길게 늘이는 일상들을 보여준다. 시인이 인생을 대하는 곧은 시선을 특유의 유머러스하고 따뜻한 필치로 그렸다.
엄지혜
eumji0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