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은 왜 이토록 어려울까? 오죽하면 ‘수포자’, ‘수알못’이라는 신조어가 유행할까? 수학이란 거대한 장애물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우리, 해결책은 없는 걸까? 『나의 하버드 수학 시간』 의 정광근 저자는 제대로 된 방법만 알면 누구나 수학을 잘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미국에서 새롭게 수학을 배워 하버드에 들어갔고 결국 보스턴 최고의 수학 강사가 되었다. 수많은 ‘수포자’들을 아이비리그에 보낸 노하우를 나누기 위해, 『나의 하버드 수학 시간』 에 비법을 담았다. 수학 공부를 유독 힘들어하는 학생들이라면, 정광근 저자의 새로운 공부법이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다.
부제가 흥미로워요. '삼수생 입시 루저의 인생 역전 수학 공부법'라니. 정말 ‘삼수생’이셨던 거예요?
네, 1990년부터 1992년까지 총 3년간 대입 시험을 준비했습니다. 저도 ‘삼수’ 할 줄은 전혀 몰랐어요. 전 수능이 아닌 학력고사 세대인데요. 그땐 한 해에 두 번 대학에 지원할 수 있었어요. 그러니 삼수를 했다는 건 총 여섯 번의 기회를 날렸다는 이야기죠. 그러다 보니 자존감이 바닥까지 떨어지더라고요. 마지막엔 무조건 되는 학교를 지원해 1년 마지못해 다니고 서둘러 군대 갔다가 제대 후 미국에 건너갔어요. 요즘 말로 '도피 유학'이었죠. 그때 나이가 25살이에요. 고등학교 동창들은 회사에 취직한다, 병원 인턴을 한다, 대학원을 간다 할 때 저는 그제야 대학을 가는 실정이었으니 얼마나 속이 상해요. 영어 회화라곤 '예스, 노'밖에 못할 정도라서 어린 친구들하고 유학원에서 어학연수를 받고 겨우 미국에 있는 대학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보스턴의 인기 수학 강사가 된 건가요? 하버드는 어떻게 간 거죠?
원래는 돈 잘 버는 '사장님'이 꿈이었어요. 그런데 사업이 뭐 그리 쉽나요. 2년 만에 말아먹고 회사에 취직했습니다. 그런데 하필 취직한 시점부터 회사가 기울기 시작했어요. 참 인생 꼬인다고 생각하며 또 한 번 좌절했죠. 어쩔 수 없이 나와서 먹고살려고 시급 5만 원짜리 시간 강사로 수학을 가르치기 시작했는데, 이게 오히려 반응이 괜찮았어요. 나중에는 백지수표 들고 오는 원장 선생님도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결국에는 다들 학벌 좋은 선생님한테 가더라고요. 저도 학원보다는 안정적으로 학교에서 애들을 가르치는 ‘직업’을 구하고 싶었어요(학교에서 애들을 가르치려면 석사 학위가 필요했습니다.). 마침 보스턴에 사니까, 하버드 캠퍼스가 가까워요. 특별히 내세울 건 없었지만 진심을 다해 아이들을 가르친 경력을 인정받아 꿈에 그리던 하버드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혹시 원래부터 수학을 잘하셨던 거 아니에요?
다들 제가 '수학 영재' 정도는 되었을 거라 생각하는데, 아니에요. 물론 요즘 말하는 '수포자'까지는 아니었어요. 그냥 학교 수업을 그럭저럭 따라갔지만 대학만 가면 이 재미없고 지겨운 수학 다시는 보지 않으리라 투덜거리던 흔한 학생 중 한 명이었을 뿐이에요. 공식 외우고 문제 푸는 게 수학의 전부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미국 대학에 가서 졸업하려고 수학 수업을 듣는데, 제가 완전히 '착각'하고 살았더라고요. 물론 문제는 제가 미국 친구들보다 잘 풀었어요. 하지만 소용없는 게 어차피 계산기로 풀어버려요. 오히려 수학 자체를 하나의 도구처럼 생각하고 여러 방면으로 응용해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내더라고요. 그 모습을 보니 내가 뭔가 잘못 배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서른 다 되어서 미국에서 수학을 다시 공부했어요.
자연스럽게 한국에서 공부할 때랑 비교가 되었을 것 같아요. 공부하면서 어떤 차이를 느꼈나요?
예를 들어 우리 학생들, 이차방정식의 근의 공식을 열심히 외워요. "엑스는 이에이~." 그런데 이걸 왜 배우는지 아냐고 물어보면 답을 못해요. 이차방정식은 이차함수를 푸는 수단이 되거든요. 근의 공식은 그 함수를 풀어 근을 찾을 수 있게 돕기도 하지만 사실 더 중요한 건 이차함수 그래프의 최댓값, 최솟값을 구하기 위한 방법으로 쓰입니다. 실제로 근의 공식만 가지고도 최댓값, 최솟값이 되는 꼭짓점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럼 왜 최댓값, 최솟값을 구하는 법을 배워야 할까요? 예를 들어 NASA에서 쏘아 올린 유인 우주선이 지구로 귀환한다 칩시다. 그럼 우주선, 우주복은 대기권 진입 시 마찰열을 어느 정도까지 견뎌야 할까요? 돈도, 인력도 한정돼 있기 때문에 내구성이 좋은 재료를 무한정 많이 사서 우주선과 우주복을 만들 수는 없어요. 이때 속도와 재질 등을 고려해 우주선이 감내해야 할 최대 온도를 구하면, 이 정량적 기준을 바탕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그래야 이 프로젝트의 시작 여부를 결정할 수 있겠죠. 이런 의미를 모르고 무작정 외우라고 하면 고문이죠. 시험 끝나면 까먹는 것도 당연해요. 학생들이 졸업하면 어차피 쓸모없지 않냐고 불평불만 하는 게 이해됩니다.
정광근 저자의 하버드 졸업 당시 사진
하버드에서 수학 교육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받으셨다고 했는데, 하버드에선 수학을 어떻게 가르치던가요?
일단 교수님을 이름으로 불러요. 전 끝까지 적응하지 못했는데 여기 토박이면 충분히 그럴 수 있는 게 교실의 구조부터 수업 진행 방식까지 주인공은 항상 학생입니다. 모든 수업이 그렇지는 않지만 많은 경우 교수는 구석에 앉아 사회자 겸 코치 같은 역할을 하고요. 교수가 현재 정답이라고 여겨지는 생각과 그렇게 인정받는 이유를 보여주지만 그걸 필기해 열심히 외우는 학생은 없어요. 교수는 자신이 가르쳐준 것보다 더 기발하게, 창의적으로 문제를 바라보는 학생을 높게 평가합니다. 그리고 그 아이디어가 가능한지 혹은 그렇지 않은지 토론하게 해서 생각을 발전시켜요. 그 안에서 답을 맞추는 건 그렇게 중요하진 않았어요.
특히 앞으로 수학 선생님이 될 사람들이라고 생각해서 그런지 요구하는 게 참 많아요. 처음부터 끝까지 컴퓨터로 수업하는 교수님도 있어요. 수학 교육에 도움이 될 애플리케이션 제작 수업이었죠. 제가 마흔 넘어서 코딩을 다시 배울 줄은 몰랐습니다. 실제로 컴퓨터를 사용해 함수 같은 걸 보여주면 아이들이 훨씬 이해를 잘하기 때문에 필요한 수업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미국 SAT 범위에는 미적분이 안 들어가는데도 선생님이 될 우리는 미적분 기초부터 심화까지 다 들어야 했습니다. 다변수해석학, 이산수학, 그래프이론, 군론, 게임이론 등 고급 수학 수업 또한 권장되었죠. 그만큼 수학이 중요한 시대가 왔다는 걸 하버드에서 여실히 느꼈습니다.
흔히 수학을 못해 포기하는 사람을 ‘수포자’라고 합니다. 왜 우리는 수학을 이토록 어려워하고 결국엔 포기하고 마는 걸까요?
예전에 방정식 풀 때, 등호를 중심으로 숫자를 넘기면 부호가 바뀐다고 배웠어요. 그렇게 한쪽에 x만 남기게 만들면 답을 구할 수 있다고. 그런데 생각해보면 왜 부호가 바뀌는지, 왜 는 ?가 되고 왜 x의 계수를 나누는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어요. 사실 등호의 정확한 의미를 이해해야 방정식 풀이가 이해되고, 그것이 함수로, 극한으로, 미적분으로 이어지거든요. 수학의 전체 스토리를 이해하면 수학 공부가 훨씬 편해지는데, 대개는 눈앞에 놓인 문제 푸는 패턴을 외우는 데 급급해요. 심지어 그게 점수 높이는 지름길이라고 권장되기도 하고요.
이런 식으로 공부하면 학년이 올라갈수록 외워야 하는 공식이 수십, 수백 가지로 늘어납니다. 어느 순간 학생은 외우는 데 지쳐 수학을 포기하죠. 물론 학생들이 수학에 쏟은 시간이 아무 의미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특히 우리 한국 학생들의 지적 능력과 학습 능력은 정말 뛰어나요. 다만 그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고 ‘문제 푸는 기계’에 머무는 경우가 있어 안타까울 때가 있죠.
마지막으로 모두가 궁금해할 질문인데요. 수학, 어떻게 공부하면 잘할 수 있나요?
사실 이 책을 쓴 계기는 한 학부모님과 나눈 대화였어요. 그분이 자기는 생명을 살리는 의사가 되고 싶었는데, 수학 하나 때문에 문과를 가서 의대를 못 갔다는 거예요. 수학 때문에 진로를 바꾸고 꿈을 접다니, 이 얼마나 안타깝습니까. 전 우리 아이들이 수학에 지고 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여러 이유로 새롭게 수학을 시작하려는 분들도 마찬가지예요. 수학의 개념들은 강한 선형 관계를 이루고 있어요. 힘써 극복해야 하는 핵심 고리들을 중심으로 단계별로 차근차근 공부하면 누구나 수학을 기초부터 올바르게 세울 수 있습니다.
저는 이 책에서 가능하면 구체적인 팁을 드리려 했어요. 미국에서 많이 사용하는 교재나 웹사이트 등에 대한 정보를 수록했고요. 직접 수학 계통도도 그려봤습니다. 무엇보다 저는 수학 공부에 정답은 없어도 정도(正道)는 있다고 생각해요. 특히 착각과 오해를 지적하며 최소한의 이정표를 제시하려 했습니다. 이 책이 다시 한번 수학책을 펼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면 좋겠네요.
*정광근
1972년 부산에서 태어나 마산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 중학교까지 나름 동네에서 공부 좀 하는 아이였지만 고등학교 때 성적이 쭉쭉 떨어지더니 재수, 삼수를 하고도 원하는 대학에 가지 못했다. 어쩔 수 없이 점수 맞춰 들어간 대학교에서 아웃사이더로 1년을 겨우 채우고 서둘러 군 복무를 마친 후 도망치듯 미국으로 떠났다. 우여곡절 끝에 매사추세츠 대학교 애머스트 캠퍼스에 입학, 컴퓨터과학과 수학을 공부했다.
현재 재벌 자제들과 유명 학원들의 러브콜을 받는 보스턴의 스타 강사로 수많은 제자들을 하버드대, MIT, 존스홉킨스대 의대 등 명문대에 진학시켰다. 나이 마흔에는 하버드대 익스텐션 스쿨에 입학, 수학 교육(Mathematics for Teaching) 전공으로 2년 만에 석사 학위를 받고 ‘올 A’로 졸업했다. 현재 미국 보스턴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맞춤형 수학 콘텐츠 개발을 병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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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하버드 수학 시간정광근 저 | 웅진지식하우스
미처 생각지 못한 원리를 깨닫고 감탄하는 사이, 드디어 수학 공부에 즐거움이 깃들기 시작할 것이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수학에서 출발해 마침내 삶의 무기가 되고 인생을 바꿔주는 수학까지, 그 여정을 걸어볼 용기를 얻을 것이다.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