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유튜버 김겨울 작가와 함께했던 예스24 오프라인 독서모임 ‘북클러버’가 2기로 돌아왔다. ‘북클러버’는 같은 책을 읽은 후, 매달 진행되는 오프라인 정기 모임에서 책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는 서비스다. 오는 9월부터 11월까지 진행되는 이번 북클러버 2기는 작가와 함께 책을 이야기하는 ‘작가의 북클러버’와 소규모 독서 모임을 지원하는 ‘독립 북클러버’로 확대 개편되었으며, 그중에서도 ‘작가의 북클러버’는 김겨울 작가의 <다른 세계를 상상하기>와 정여울 작가의 <상처를 치유하는 인문학의 힘>이라는 두 가지 모임으로 진행된다.
지난 9월 27일 금요일, 김겨울 작가와 함께한 북클러버 첫 번째 모임이 예스24 중고서점 홍대점에서 열렸다. 김겨울 작가가 이번 모임을 위해 선정한 책은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이었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은 제2회 한국과학문학상 대상과 가작을 수상한 김초엽 작가의 첫 번째 소설집으로, 과학기술이 발달한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한 일곱 편의 SF 단편소설이 수록되어 있다. 여성, 장애인, 이주민. 비혼모 등 약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정상과 비정상, 성공과 실패, 주류와 비주류의 경계에 대해 질문하는 책이기도 하다.
김겨울 작가는 'SF(Science Fiction)는 무엇인가‘라는 이야기로 첫 시간의 문을 열었다.
“도대체 과학소설이란 무엇일까요? 늘 설명해 온 입장으로서 SF작가들은 지겨워하기까지 하는 질문이에요. 우리나라가 SF 불모지라는 표현을 많이 쓰는데, 사실 더 이상 불모지가 아니게 된 지 한참 됐거든요. SF가 성장하는 만큼 우리도 거기에 발맞춰 보면 어떨까 하는 마음에서, 그리고 SF소설이란 것이 무엇인지, 작가에게 물어보는 걸 멈추고 읽는 입장에서 생각해본다면 앞으로 다른 책들을 읽을 때에도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 선정해 보았습니다.”
먼저 김겨울 작가는 SF라는 장르의 정의에 대해 정리했다. 작가에 따르면 SF는 여러 가지 의미에서 판타지와 혼용되기도 하는데, 판타지의 키워드가 ‘용, 주문, 마법’이라면 SF의 키워드는 ‘우주, 사이보그, 외계인’이다. ‘기술 발전이 인간의 일상에 어떠한 방식으로 영향을 끼칠 것인가’를 다룬 영국드라마 『블랙미러』, 외계인과의 조우를 다룬 아서 클라크의 SF소설 『유년기의 끝』, 로봇이 일상에 녹아있는 세계에서 인공지능 로봇들이 자아를 가지게 되는 과정을 그린 게임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이 그 대표적인 예시다.
그런 다음, 북클러버들을 향한 질문이 이어졌다. 첫 번째 질문은 ‘SF를 볼 때 가장 흥미롭게 느껴지는 지점이 무엇인가’ 였다. 한 북클러버는 영화 『컨택트』를 흥미롭게 보았다며, “SF라는 장르의 특성상 인류애를 다루고 있을 거라는 기대 없이 본 작품이었는데, 뜻밖에도 인간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영화 『칠드런 오브 맨』을 흥미롭게 보았다는 또 다른 북클러버는 “그 전까지 보았던 SF 작품은 모두 미래에 대해 희망을 갖게 했는데, 이 작품에서는 그런 희망을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었다”며 “기술적인 배경도 현실세계와 차이가 없지만, ‘더 이상 아무도 임신할 수 없는 세계가 되었다’라는 단 하나의 결정적인 설정이 이 작품을 SF로 만든 것이 흥미로웠다”고 이야기했다.
‘SF작품을 통해 충격을 받았던 경험이 있었는가’ 라는 두 번째 질문에 한 북클러버는 “영화를 보고나서 밥을 먹지 못했을 정도로 많이 울었다”며 영화 『그래비티』를 꼽았다. “2시간 동안 영화관에만 앉아있었던 게 맞나 싶을 만큼 진이 빠졌는데, 가 본 적도 없는 우주라는 공간을 체험할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겨울 작가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생각해보면 SF영화가 주는 충격은 『살인의 추억』이나 『올드보이』를 보면서 느끼는 충격과는 굉장히 결이 달라요. 현실세계에서 접하는 감정적인 충격과는 조금 다른 지점이 있는데요, 그 미묘한 차이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지 한번 생각해보면 좋겠어요.”
SF라는 장르의 특징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다. 김겨울 작가에 따르면, 장르란 한 규약이 반복됨으로써 성립된다. ‘로맨스 장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관습이 있고 ‘서부극’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떠오르는 관습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약속된 규약 속에서 전개되던 이야기가 조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때, 독자는 색다른 재미를 느끼기도 한다. 그러나 ‘SF란 단일한 규정을 내릴 수 없는 장르’라고 김겨울 작가는 말한다. 제국주의, 여성주의, 분리주의 등 차용하는 시점이 수없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SF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한 김겨울 작가의 이야기 이후, 선정도서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에 대한 짧은 요약과 키워드 정리가 이어졌다. 그 후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주제나 질문을 조별로 공유하는 시간이 이어졌고, 해당 내용이 담긴 종이가 테이블 순서대로 공유되며 풍성한 대화를 이끌어냈다. 처음엔 어색하던 북클러버 멤버들도 대화의 물꼬가 트이자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고, 2시간이 조금 넘게 이어진 이번 모임에 대해 김겨울 작가는 “첫 시간이라 SF의 입문에 대해 이야기하느라 내용이 조금 길어졌지만 다음에는 좀 더 많이 이야기 나눌 수 있도록 운영하겠다”며 자리를 마무리했다.
한편 김겨울 작가와 함께하는 예스24 북클러버 2기의 두 번째 모임은 10월 마지막 주 목요일에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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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김초엽 저 | 허블
자신만이 그려낼 수 있는 김초엽 특유의 작품세계를 보여주었다. 투명하고 아름답지만 순진하지만은 않은, 어디에도 없는 그러나 어딘가에 있을 것 같은, 근사한 세계를 손에 잡힐 듯 이야기에 담아냈다.
전하영